최근 우리 문학이 독자들과 멀어지고 있는 이유는 내용과 형식 양면에서 급변하는 사회 환경의 변화를 쫓아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기본적으로는 내용적인 측면에서 날로 까다로워지는 독자들의 욕구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우수한 작품이 많이 생산돼야 하겠지만 여기에 더해 독자들의 일상화된 무관심을 깨뜨릴 수 있는 다양하고 격의 없는 형태의 만남의 필요성 또한 절실하게 요구되고 있다. 실제 탄탄한 본격문학의 전통을 갖고 있는 서구에서는 장소와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동네 서점이나 길거리 카페에서 작가와 독자들이 편안하게 만나 문학에 대해 자유롭게 토론하는 소규모 낭독회 문화가 뿌리내린 지 오래되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서구식 낭독회를 정착시켜 한 단계 성숙한 문학 환경을 조성하자는 취지에서 기획된 것이 바로 ‘낭독공감'이다.
 

▲ 지난 7월 열린 '낭독공감', 김훈의 『남한산성』      © 운영자

재단과 교보문고가 공동주최하는 ‘낭독공감'은 전문낭독자의 육성으로 작품을 감상하고 작품과 관련된 진솔한 대화를 작가와 나눔으로써 독자들에게 문학의 새로운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올들어 이 행사에 초청된 작가와 작품으로는 르 클레지오(사회 및 낭독 최수철), 황석영의 『오래된 정원』과 『손님』(낭독자 손숙), 이동하의 『장난감 도시 Toy City』(낭독자 전무송), 김훈의 『남한산성』(낭독자 최종원), 신경숙의 『리진』(낭독자 김지숙) 등이었다.
올 낭독공감의 첫머리를 장식한 행사는 프랑스의 세계적인 소설가 르 클레지오와 그의 소설을 여러 편 번역한 바 있기도 한 소설가 최수철을 초빙해 개최한 공개강연회 및 낭독회였다(자세한 내용은 『대산문화』 24호 참조). 두 번째로 열린 황석영 행사는 작가 및 작품이 주는 무게감과 함께 당시의 정치 사회적인 이슈와 맞물리면서 언론과 독자들의 큰 주목을 받았다. 황석영은 낭독작품인 『오래된 정원』과 『손님』의 창작과 관련된 뒷이야기와 함께 파란만장한 자신의 문학인생을 진솔하게 털어놓아 청중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낭독자인 손숙은 고교 시절 문예반장으로서 당시 날리던 문청들이었던 황석영, 조세희, 조해일 등과 어울렸다는데 특히 『오래된 정원』에서 주인공 오현우가 감옥에서 나와 이미 세상을 떠난 연인 한윤희의 편지를 읽는 대목을 절절하게 낭송해 청중들의 콧날을 시큰하게 했다.
세 번째 행사인 이동하 낭독회는 작가의 대표작인 『장난감 도시』의 영역 출판을 기념해 이루어졌다. 중견배우인 전무송과 번역자인 김지영이 참여해 각각 국문낭독과 영문낭독을 맡았고 작품의 창작 및 번역과 관련된 풍성한 대화가 오고 갔다.
네 번째와 다섯 번째 낭독회는 화제작인 『남한산성』과 『리진』의 출간 후 이루어져 독자들의 큰 호응을 받았다. 낭독회에서 김훈은 『남한산성』뿐 아니라 『칼의 노래』 『현의 노래』 등 자신의 작품에서 전쟁이 주요 모티브로 사용되고 있는 이유에 대해 “인간 마음의 심층에는 기본적으로 악과 폭력이 깔려” 있으며 자신은 “악과 폭력의 편은 아니지만 인간은 그런 것과 더불어 살아갈 수밖에 없는 존재”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한편 신경숙은 자신의 초기 장편 『깊은 슬픔』에서 주인공 은서를 죽게 한 것이 내내 마음에 걸려 작년에 개정판을 낼 때 결말 부분을 수정할까 심각하게 고민을 했었는데 이번에 리진까지 죽음으로 내몰고 나니 여태껏 일손이 안잡힌다며 자신의 소설 주인공들에 대한 애틋한 감정을 표했다. 최종원의 걸걸한 목소리로 듣는 청나라 칸의 오만방자한 국서와 김지숙의 낭랑한 목소리로 듣는 리진과 명성왕후의 대화는 독자들에게 소설의 새로운 재미를 느끼게 해주기에 충분했다.
‘낭독공감' 행사는 작년부터 본격적으로 실시되었는데 그동안 축적된 경험을 바탕으로 더 발전시켜가야 할 것이다. 출연작가와 작품을 사전에 확정해 충분한 기간을 두고 홍보할 필요성이 지적되었으며 낭독의 분위기를 살리면서도 청중들의 접근이 용이한 전문 낭독공간의 확보에 대한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아울러 평면적인 낭독과 대화를 뛰어넘어 극(劇)적인 요소를 도입하자는 의견도 있다. 재단과 교보문고는 이러한 문제점들을 보완해 ‘낭독공감'이 문학과 독자가 더욱 가까이 다가가는 알차고 흥미있는 낭독회로 확고히 뿌리내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