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인홍    © 운영자

 
선생님께서는 1983년 무크지 『우리세대의 문학』에 소설 「파리들은 쉬지 않는다」를 발표하여 문단에 등단하셨으니까 올해로 등단 22주년을 맞으셨습니다. 어떻게 지내시는지요. 잘 지내. 요새는 어떻게 하면 돈을 만들어 렌즈 교환형 디카로 바꿀 수 있을까, 그게 가장 큰 고민이야. 의료보험료도 제대로 못 내고, 과장이 아니라 실제로 담배값 걱정을 하는 주제에…… 웃기는 자장면이지. 신촌에서 카페를 운영하신다면서요? ‘向’이라고, 용돈이나 벌려고 시작했는데, 요즘은 월세도 제대로 못 내고 있어. 놀러 좀 와라. 자주 가겠습니다. 말로만? 네, 말로만요. 떼끼ㅡ. 인터뷰는 해야 되니까 협조 좀 해주세요. 그러자. 대학에 출강하시다면서요. 음, 내가 누구를 가르칠 자격이 있는 사람도 아니고, 받는 돈도 겨우 차비 정도지만, 못된 친구 때문에 동덕여대 문창과에서 ‘영화와 소설’을 강의하고 있어. 1년에 한 학기만 강의해. 소설은 쓰고 계세요? 아니. 말씀을 좀 길게 해주시면 안돼요? 아~라~따~ 그러면 처음부터 질문을 다시 시작하겠습니다. 디지털카메라로 사진을 찍는 일에 열중하고 계신데 동기가 있으신가요? 그전부터 사진에 관심은 있어서 롤랑 바르트나 수잔 손탁이 쓴 사진론 같은 책들을 읽었지. 그러다가 두어 해 전에 캐논 S30이라는 기계로 시작했는데 지금은 미놀타 A1을 사용해. 소설과 사진은 어떻게 같고 어떻게 다릅니까? 내가 겪은 삶의 한 단면을 이야기로 풀면 소설이고, 그림으로 풀자면 사진이겠지. 표현 방법이 다를 뿐 글과 사진은 내가 본 것, 느낀 것을 다른 사람에게 보여준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지. 모든 예술, 곧 모든 딴따라 행위의 궁극적인 목표는 자유의 확장이 아닐까 싶어. 알고 보면 우리의 눈은 상당히 엉성한 감각기관이야. 사진을 찍다보면 사물을 보는 눈이 달라지는 것 같아. 가령 눈이 내린 아스팔트 위에 자동차의 발자국과 사람의 발자국이 찍혀 있다고 치자. 사진으로 그 장면을 찍고 보니까 나는 그것이 흥선대원군의 난(蘭)보다 더 그럴듯해 보이더라고. 웃자고 한 말인 거 알지? 다른 얘기를 좀 하죠. 멀게는 이상이 카페 ‘69’를 운영했고, 소설가 유정룡이 ‘평화만들기’를 만들어 운영했었고, 이제하 선생이 대학로에서 ‘마리안느’라는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선생님께서도 그 계보를 잇는 셈인데 어떤 계기로 카페를 만드셨나요. 아까도 말했지만 용돈이나 벌어보자고 했는데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어. 사실은 전에 내가 살던 동네가 재개발지구로 지정되어 그 보상금으로 가게를 낸 거야. 어떤 분들이 단골인가요? 시인 황인숙, 소설가이자 언론인 고종석이 와인을 마시러 자주 오고, 전 법무부 장관 강금실 씨, 소설가이자 영화감독인 이창동도 가끔 들러. 시인 김정환, 김사인, 소설가 최인석, 송경아 등등도 자주 왔었지. 그리고 소설가이자 한국문예진흥원장이신 현기영 선생, 시인 황동규 선생, 소설가 김원일 선생도 다녀가셨어. 그런데 이게 선후배, 동료들에게 못할 짓 하는 거 같아서 편치가 않아. 개인 사이트를 만드셨죠? 응,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이름을 뭘로 할까 하다가 내가 ‘늙은 백수’라서 ‘노백당(老白堂)’(http://nobacks.net)이라고 했어. 주로 어떤 사람들이 방문하나요? ‘노백당’에서는 쓰는 아이디를 밝히자면, 짱가는 소설가 장경식이고, 가산이는 소설가 서재영, 우후후는 소설가 박병로, 춘천사람은 소설가 하창수, 삐가보는 소설가 태기수, 크레타사람은 소설가 신승철, 생달은 시인 유형진이고…… 그밖에 희백, 돌판, 자봉, 이끼, 디킴, 희희락락 등의 아이디를 쓰는 친구들이 자주 들르지. 하루에 보통 백 명 안팎의 사람들이 드나드는데, 물론 내가 전혀 모르는 이들도 있고, ‘눈팅’만 하고 가는 이들도 제법 되지. 그리고 게시판에 글을 남겨서 책을 낸 친구도 있는데, 바로 산문집 『진다방 미스 신이 심은하보다 이쁘다』를 출간한 소설가 서재영이야. 잘 알면서. 그건 그렇구요, 강의를 나가신다고 하셨는데 요즘 학생들의 관심사는 무엇입니까? 책들을 잘 안 읽더구만. 주위의 얘기를 들어보니까 내가 출강하는 대학의 학생들만 그러는 것 같지는 않고, 문예창작을 전공해도 소설이나 시에는 관심이 없는 것 같아. 주로 드라마 작가나 카피라이터 쪽으로 관심을 기울이더라고. 염상섭, 장용학, 손창섭은 고사하고 이광수, 김동인도 잘 모르는데 영화배우나 가수들의 이름은 줄줄이 외우더만. 인문학적 소양들이 떨어지는 반면에 잔재주는 승하다는 인상을 받았어. 선생님께서는 문체의 형식을 파괴하고 과격한 문학적 실험을 시도하는 작가로 알려져 있습니다. 아울러 등단 22주년을 맞으셨는데 그동안 출간된 작품집으로는 『벽 앞의 어둠』(1989년 민음사)과 『명왕성은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1994년 문학과지성사), 그리고 영화와 문학에 대한 단상 등을 기록한 산문집 『섹스, 깨어진 영상 그리고 진정성』(1999년 문이당) 등 세 권에 불과합니다. 과작이신데 작품에 대한 계획과 후배 작가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해주십시오. 너도 소설가라 알겠지만 사표도 낼 수 없는 직업이 이 직업이잖아. 장담은 못하지만, 언젠가 쓰긴 쓰지 않을까? 소설로 만들 만한 이야기들이 있기는 하지. 그렇지만 글이 잘 안 되면 차라리 안 쓰는 게 나아. 되지도 않는 헛소리를 소설이라고 팔아먹는 것은 추악하다고 생각해. 아울러 후배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것은 우리를 먹여 살리는 것은 분명 독자지만, 독자의 비위를 맞추는 것은 진정한 작가가 아니란 사실이야. 진정한 딴따라는 독자나 관객을 견인하고, 자유를 넓히는 사람이야. 없었던 것들, 그러니까 보면서도 보지 못 하는 것들을 찾아내는 게 중요해. 이 질문은 할까 말까 고민했는데요, 아직 혼자 사세요? 갔다가 왔어(이혼). 일부일처제는 기만이야. 그렇지만 여자 문제 때문에 이혼 한 거는 아니야. 어쨌든 나는 여자들을 좋아해. 더러 오해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나는 여성성이 좋아. 남자든 여자든 ‘이뿐’ 사람들을 좋아해. 말씀하셨던대로 모든 예술의 공통점은 내가 본 것을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는 것일 텐데 선생님께서는 소설보다 사진 쪽에 마음이 기울어 있어서 아쉽습니다. 저를 비롯해서 선생님을 기억하는 독자들이 선생님의 소설을 기다리고 있다는 점을 기억해주셨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