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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재주꾼 몽골인들의 옛날이야기 - 데 체렌서드넘 作 『몽골의 설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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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의 역사는 광활한 초원에서 펼쳐지는 대 이동 문화의 역사였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이동 문화의 영향 때문인지 몽골인들은 언어에 대한 탁월한 재능을 가지고 있으며, 그런 재능으로 오랜 세월 동안 구비문학을 꽃피어 왔다. 『몽골의 설화』는 몽골 구비문학 연구가이며 아카데미 학술위원인 데 체렌서드넘이 몽골 전역에서 회자되는 다양한 설화를 채록하여 편집한 이야기책이다. 본 설화집에는 신화, 동물담, 영웅 신이담, 생활담 등 다양한 갈래의 161편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몽골의 신화는 일반적으로 신의 이야기나 신이한 사람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창세, 기원신화가 주류를 이루며 동식물 기원신화의 경우 한국에서는 민담으로 분류하고 있어 장르구분에 차이가 있다. 동물담은 한국의 동물 설화와 유사한 내용의 것이 적지 않게 포함되어 있으며, 인도나 티베트 설화에 영향을 받은 것도 있다. 몽골인들은 자연 속에서 가축과 더불어 살아가는 생활방식으로 인해 동물들의 생태와 기질을 파악할 기회가 많아서인가 동물 설화들도 꽤 발달해 있다. 일반적으로 제비는 인간의 편에 서서 인간을 도와주는 새로, 늑대와 호랑이는 치우담의 주인공으로 등장하며, 토끼는 약하지만 늑대와 호랑이를 어리석게 만드는 지혜로운 매개적 인물로서 약한 민중들을 대변하는 존재로 묘사된다. 여우는 교활한 주인공의 표상으로 한국의 설화와 마찬가지로 대부분 여자로 변신해 악을 자행하는 부정적 존재로 그려진다.
몽골 설화에 「호랑이를 탄 도둑」의 모티브는 한국의 「호랑이와 곶감」과 거의 유사하며 호랑이를 놀라게 하는 매개물로 한국 설화에는 ‘곶감'이 등장한다면 몽골에서는 게르(몽골의 전통 가옥)에 새는 ‘빗방울'로 묘사된다. 또 몽골 초원에 많이 서식하는 들쥐의 한 종류인 바르바간의 이야기나 다른 몇 가지 이본에는 한국의 경문왕 이야기인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화소(話素)가 삽입되어 있어 주목을 끈다. 설화의 고정체계는 왕이나 왕자의 신체적 기형, 머리를 손질하는 사람의 희생, 운 좋게 집으로 살아돌아간 사람이 말을 하지 못해 생긴 속병을 풀기 위해 사람이 없는 곳으로 가 왕의 기형에 대해 소리를 지르고, 그로 인해 소문이 퍼진다는 구조로 되어 있다. 그밖에 비고정체계는 몽골의 환경과 생활에 맞게 변형되어 있다. 몽골의 이러한 화소는 인도와 티베트에서 전파된 『마법의 시체 이야기』의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에서 영향을 받은 것으로 설화의 전파 및 상관성을 고찰하는 데 중요한 자료가 될 수 있다.
몽골에는 영웅서사시가 상당히 발달되어 있고, 영웅서사시의 신이성이 떨어지고 단편화되면서 일반 설화로 변형된 영웅담, 신이담이 적지 않다. 이러한 유형의 설화는 몽골 특유의 정서가 반영되어 있으면서 그 안에 세계 설화의 공통적인 화소들이 매우 풍부하게 들어 있다. 이들 이야기에는 모계사회와 부계사회의 교체기적 갈등과 지배자들 간의 알력과 투쟁, 신과 대결하는 영웅적 인간상, 고대인의 신앙과 세계관이 반영되어 있다.
몽골의 영웅담에 등장하는 주동인물과 반동인물들은 극대, 극소 과장법으로 형상화되어 있으며, 주동인물의 영웅은 주로 세 살된 어린아이로 묘사되며 반동인물은 머리가 많이 달린 괴물로 묘사된다. 영웅이 세 살로 대표되는 것은 몽골의 3수 상징성과 밀접하게 관련되는데, 3수는 인격과 힘의 완성을 나타내는 완전수의 의미를 지닌다. 영웅 신이담의 주인공들은 한결같이 시련에 봉착하고 그것을 극복할 때는 대개 조상신의 인격화된 모습인 백발노인 혹은 주물(呪物)의 도움을 받게 되는데 이것도 한국의 설화와 매우 유사한 점이다. 주물로는 방망이, 도끼, 솥, 검, 숯, 숫돌, 쇳조각, 여러 색깔의 액체가 든 병, 지팡이, 거울, 빗, 모자, 구두 등 헤아릴 수 없이 많다.
특별히 몽골의 영웅담에는 말이 영웅보다 더 능력있고 지혜로운 존재로 형상화된다는 점이 매우 특이하다. 이렇게 말은 영웅이 처한 위기를 극복하는데 절대적인 역할을 하는 예언자이며 동시에 조언자, 해결사로서 다양한 힘과 초능력을 가진 영웅 이상의 존재로 그려진다. 이들 주동인물들은 다양한 변신을 통해 악을 대응하게 되는데, 이러한 변신술의 화소는 무속적인 사고를 일정 부분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
생활담에는 일반 생활담과 풍자담이 포함되어 있으며, 생활담에는 몽골의 생활을 통해 그들의 정서와 사고, 풍습이 적지 않게 그려진다. 이 가운데 「수염소를 탄 장부」 이야기는 한국의 「서동요」 설화와 화소가 매우 흡사하며, 관탈민녀형 설화의 한 유형으로 볼 수 있는 「꿈쟁이 젊은이」의 내용 역시 한국의 백두산 설화 가운데 「금붕어 처녀」와 화소가 상당히 유사하다. 몽골의 「팔 없는 처녀」는 한국의 「팔 없는 처녀」 설화와 제목이 같고 전체적인 화소와 전개 방식이 거의 유사하여 비교문학에 중요한 자료가 될 수 있다.
풍자담은 대부분 청나라 지배기 떠돌이 땡중들의 이야기로, 만주의 지도자와 아부하는 지배세력 또는 탐욕스런 중국 상인, 위선과 형식에 얽매인 승려들을 골려주는 이야기로 민중들의 비판 의식을 보여준다. 풍자담은 만주 지배기의 어려운 시대 상황과 깊은 관련을 갖고 발달한 몽골 설화의 독특한 한 갈래이다.
몽골은 한국과 지정학적, 역사적, 민속학적인 측면에서 매우 친연성을 가지고 있는 나라로서 고대 산문문학의 진수라 할 수 있는 『몽골의 설화』는 이러한 친연성을 확인해 주는 유익한 자료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 『몽골의 설화』는 재단의 외국문학 번역지원을 받아 문학과지성사에서 대산세계문학총서로 발간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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