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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30일 소설가이자 언론인으로써 굵은 족적을 남긴 서기원이 향년 75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1930년 서울에서 태어난 고인은 충남 홍성에서 성장기를 보내고 서울 상대에 입학했지만 때마침 터진 6·25 때문에 졸업은 하지 못했다. 1956년 황순원의 추천을 받아 『현대문학』에 「암사지도」를 발표하며 문단에 모습을 드러낸 고인은 50년대의 피폐한 한국 사회를 배경으로 당시 젊은이들의 방황과 가치관의 혼란, 부조리한 역사와의 대면 등을 밀도있게 그려내 손창섭, 장용학, 이범선, 선우휘 등과 함께 전후 작가군의 대표주자 가운데 한 사람으로 명성을 떨치게 된다. 한동안 관직 때문에 펜을 놓았던 그는 80년대 초반부터 역사소설 쪽으로 방향을 전환해 조광조의 개혁과 실패를 다룬 『왕조의 제단』, 흥선대원군의 개혁을 소재로 한 『광화문』, 임진란 당시 집권층과 지식인의 행태를 그린 『징비록』 등을 발표했다. 그의 역사소설은 왕조 중심이나 민중주의의 양극에서 탈피해 당대 역사의 흐름을 주도했던 지식인 내지는 파워엘리트의 움직임에 초점을 맞춰 한국적 권력구조의 본질과 정치, 사회의 변화상을 정면으로 다뤘다는 점에 특장이 있다. 이는 오랫동안 언론계와 관계에 머물면서 권력의 추이와 정치적 인간들의 부침을 누구보다도 면밀하게 관찰할 수 있었던 그의 이력과도 잘 들어맞는 것이었다.
고인의 언론계 및 관계에서의 경력은 문단에서의 그것 못지않게 화려하다. 1956년 동화통신 기자로 언론계 생활을 시작해 서울신문 주일특파원, 중앙일보 논설위원 등을 거쳤고 1973년 경제기획원 대변인으로 관계에 입문해 국무총리 공보비서관, 청와대 대변인 등을 역임했다. 고인은 80년대 들어서도 문예진흥원장과 서울신문 사장 등을 두루 거친 뒤 1990년 KBS 사장으로 임명되는데 이는 고인의 이력에서나 한국 방송사에서나 씻기 힘든 오점을 남겼다. 당시 노태우 정부는 진보적 성향의 서영훈 사장을 석연치 않은 이유로 해임한 뒤 KBS 노조와 시민단체 등의 반대를 무릅쓰고 고인을 사장으로 임명했는데 이는 100일이 넘는 기간 동안 방송사에 경찰이 투입되고 노조 간부 20여명이 구속되는 최악의 결과로 이어졌다. 우여곡절 끝에 3년여 동안 사장직을 수행한 고인은 그후 1995년 ‘문학의 해’ 조직위원장과 공연윤리위원회 후신인 공연예술진흥협의회 위원장 자리를 마지막으로 화려했던 공직 생활을 마감하게 된다. 김대중 정부 시절 국무총리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으나 성사되지는 못했다.
고인은 『대산문화』와도 밀접한 관계를 맺은 바 있다. 2004년 여름부터 타계 직전인 2005년 봄까지 4회에 걸쳐 본지에 ‘대작에세이’를 연재한 것이 그것인데 당시 고인은 ‘기마(騎馬)민족론’에서부터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에 대한 독후감, 조선 도자기와 추사의 예술을 통해 비춰본 한국의 미의식, 조광조와 흥선대원군의 개혁 실패에서 얻는 현 정권의 개혁 지향에 대한 비판적 교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제에 걸쳐 깊이 있는 사상의 일단을 펼쳐보인 바 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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