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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교실의 안과 밖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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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에서 소설쓰기를 지도하다 보면, 가뭄에 콩 나듯 드문 일이기는 하지만, 이 학생은 앞으로 소설 써도 되겠구나, 생각이 드는 작품을 발견하는 때가 있다. 오래 매만져서 작품의 완성도가 높다는 뜻이 아니라, 발상이라거나 작품을 써나가는 품새가 재능이 있어 보인다는 말이다. 그럴 때마다 그 학생은 물론 칭찬과 격려도 듬뿍 받지만, 데뷔하기 위해 응모를 해보라는 충고도 나는 서슴지 않고 해버린다. 이런 일은 국문과라거나, 영문과라거나, 문과대학 학생들만을 두고 하는 말은 아니다. 내 소설 창작교실에는 학과를 불문하고 많은 학생들이 잡다하게 모여 있다. 그 가운데 칭찬과 격려를 받기도 또한 학과를 불문하고 다양하게 걸쳐있음은 말할 것도 없다. 이런 학생들은 물론 학점도 A플러스를 받는다. 그리고 나는 멀지않아 이들이 작가가 되어 나타나겠지, 헛되지만 기대에 부풀어도 본다. 거기까지이다.
아주 가끔이기는 하지만 학교생활을 하다보면 또 몇 번씩은 그들과 얼굴을 마주치기도 한다. 교정에서, 복도에서. 그러면 나는 소설 썼니, 라고 묻는 것으로 그들을 아는 체해준다. 그때마다 그들 가운데 소설을 썼다고 대답하는 학생은 아무도 없었다. 문득 생각났다는 듯이, 아 그 때는 학점을 따느라고 한 번 써본 거죠, 라는 표정으로 뒤통수를 긁적거리며 지나가는 것이다. A플러스를 받으면 그뿐 소설쓰기와는 전혀 다른, 또 다른 A플러스를 받기 위해 발걸음을 종종거리며 간다. 아참, 소설쓰기 성적이 좋다는 것과 장래 소설가가 된다는 것과는 다르지, 수업시간에 소설을 좀 잘 썼다고 해서 그들이 다 소설가가 되면 어떡해? 나는 잠시 모종의 자각증세를 가져도 본다.
한 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 교실에서 거둔 수확들 가운데 차마 버리기 아까운 작품들을 몇 편만 골라 작은 책자를 만들었다. 그리고 거기 실린 학생들을 불러 그들의 타고난 재능도 확인시켜 줄 겸 짤막한 대화시간도 가졌다. 또 써봐, 넌 쓰면 잘 쓸 거야, 나는 조심스럽게 말을 건네 본다. 그러면 저쪽에서는 당장 저 노래할 건데요, 엉뚱한 대답이 날아온다. 노래? 나는 어안이 벙벙해서 잠시 할 말을 잊는다. 이번엔 또 다른 학생에게다. 데뷔는 뭐가 뭔지 모를 때 얼른 하는 거야, 한 편 잘 써서 어디든지 투고해 보거라. 그랬더니 이번에 날아오는 대답은 더 걸작이었다. 데뷔하면 무슨 찡(증명서) 같은 걸 주나요? 예라 이놈들아, 이 불학무도한 놈들을 데리고 내가 시인 소설가를 운운하다니, 실소를 금치 못한다.
그때 상황이 너무 우스워서 내가 말은 이렇게 하지만, 그래도 나는 그 학생들이 너무 귀엽고도 멋있어서 지금 잊을 수가 없다. 수강신청을 하려고 교과과정을 훑어보니 소설 창작이란 것이 있었고, 그러다보니 야 이거 재밌겠다 싶어서 신청을 한 것이고, 신청을 해놓고 보니 소설을 한 편씩 써야 한다고 해서 써낸 것뿐인데 날더러 작가가 되어 보라니, 그걸 슬슬 꼬여내고 있는 교수가 그들 눈에는 얼마나 엉뚱해 보였겠는가. 그래도 내 감언이설에 말려들지 않고 말똥말똥 눈망울을 굴리며 자기 세계만을 고집하는 그들이 얼마나 풋풋한지, 내가 그들을 좋아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작가가 되고 안 되고는 사실 그 차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들이 작가가 된들 이제 그들을 어떡하겠단 말인가. 이 말을 다른 말로 표현하면 프로와 아마추어란 말이 될 텐데, 교사가 좀 재능이 있어 보인다고 해서 그 학생을 대책 없이 프로세계로 내몬다면 그래도 되는 것인지, 나는 과연 무슨 생각을 가지고 그들로 하여금 작가가 되어보라고 종용했던 것인지, 나를 돌아보게 되는 것이다.
생각해 보면 문학은 애당초 아마추어 세계가 아니었던가. 그렇다면 어린 학생들을 아직은 아마추어 상태로 놓아두는 것도 교사의 미덕이 아닐까. 작가의 길이 너무도 험난하고 고달파서 그런 것인지, 그래서 아마추어의 세계가 유난히 그리워서 그러는 것인지, 어쨌든 사명감을 갖고 그가 그 길로 뛰어들기 전에는 절대로 권유하지 않기로, 오늘은 마음을 다잡아 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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