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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국제문학포럼 후기 - 협동하는 선택: 역사에 뿌리 내린 전망을

십 년 만에 한국에 다녀왔습니다. 호텔 창문으로 내려다보이는 서울시청 앞 광장은 커다란 원형 잔디로 채워져 있고 그것이 월드컵 축구에 대한 국민적 열광의 기념이라 했습니다만, 내가 본 것은 역시 국민적 관습에 따른 의상과 음악으로 느긋하고 여유롭게 진행되는 결혼식 풍경이었습니다.

생명보험 회사, 그 계열의 대형 서점을 배경에 둔 문화재단이 개최한 두 번째 세계문학회의입니다. ‘평화를 위한 글쓰기’를 주제로 한 모임이었습니다만, 문학적으로 다양하고, 젊은 시절의 내게 서구의 상징이었던 르 클레지오가, 그 자신 프랑스의 주변부로 파악하는 고향 남프랑스에서 아프리카, 중남미와의 농민․어민적인 관계를 이야기하는 걸 듣고 인식을 새로이 했습니다.

중국문학의 첫 민주적 세대로 등장해 국외로 나온 베이다오(北島)를 캘리포니아에서 처음 만났을 때, 시인은 신경질적인 청년이었습니다만, 지금은 오랜 망명 생활에 단련된 장년으로, 91년부터 5년간의 시집을 묶은 영역판을 읽어 보니, 참으로 견고하고 지적인 기법으로 동시대를 표현하고 있었습니다.

또한 초기 작품부터 주목해 온 한국의 대표 작가 황석영이 민중의 무속 형식을 빌려 조선 전쟁시의 비극을 묘사한 『손님』에 압도된 바 있는데(이와나미서점 간행), 그가 힘찬 모습으로 나타난 것도 기쁨이었습니다. 그는 활발하게 창작하던 중 ‘방북’하여 그 후, 독일과 미국에서 망명 생활을 보내고 나서, 귀국해서도 오래 감옥에 있었던 사람입니다.

나는 회의에서의 발표와 연계하여 앞서 말한 대형 서점과 한양대학교에서 강연했는데, 대학 강연에는 그가 참석해 주어, 그 강렬한 어조의 발언은 가득 메운 학생들에게 놀라운 방식으로 받아들여졌습니다. 나는 내가 방문하려는 나라가 역사 교과서와 다케시마(竹島, 한국에서는 독도) 문제, 고이즈미(小泉) 수상의 야스쿠니(靖國) 참배에 대해 긴박한 국면에 있음을 의식하고 있었습니다. 나는 일본에서 말해 온 것과 한국에서 말할 것 사이에 거짓을 끼워 넣지 않는다는 각오를 다지고, 특히 학생들 앞에 섰습니다. 그런데 그들은 적극적이면서도 주의 깊게 귀 기울여 주었습니다.

내가 특히 논점으로 삼은 것은, 기업가들은 미래 지향의 신시대라 말을 하지만, 일본과 한국의 미래를 깊이 전망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깊이, 역사에 뿌리 내린 마음가짐이 없으면 안 된다는 것, 그리고 현재의 구체적인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일본인인 내가 한국인의 내셔널리즘을 말할 자격을 갖는다 하고) 하나하나 인간 일의 현장에서 출발하는 것이, 일본과 한국 다같이 내셔널리즘의 수위를 높이는 방향보다 유효하다는 것입니다.

나의 발언에 이어 황 씨는 어떠한 내셔널리즘에 대해서도 자신은 유보를 두겠다고 경험 어린 신념을 이야기했고, 마무리로서 국제적으로 높이 평가 받는 폴란드 역사 전문가 임지현이 우리의 생각을 학문적으로 떠받쳐 주는 인사가 있었습니다.

올 3월 한국의 노무현 대통령의 연설과 국민을 향한 담화는, 취임 이후의 원만한 대일 노선으로부터의 전환이라는 느낌으로 일본 매스컴에 받아들여진 것 같습니다. “이번에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식으로 나갈 참입니다. 올바른 대응을 취해 나가겠습니다. 물론 감정적인 강경책은 취하지 않습니다. 전략을 갖고 신중하게, 그리고 적극적으로 대응해 가겠습니다. 도중에 흐지부지되는 일도 없습니다. 장래를 내다보고, 지속적으로 대응해 가겠습니다.”

그러나 전후(戰後) 일관된 독일의 반성과 보상을 평가해 온 한국의 정치가들 가운데, 나는 노 대통령이 한 걸음 나아가 프랑스의(이는 와타나베 가즈오[渡辺一夫]가 전중․전후에 꾸준히 소개한 그 나라의 문화적 특징으로서 ‘관용의 정신’을 곧 떠올리게 합니다만) 독일에 대한 태도를 언급하고 있음을 의미 깊게 여깁니다. “우리 한국 국민도 프랑스처럼 관대한 이웃 사람으로서 일본과 함께 나아가고 싶다는 바람을 갖고 있습니다.”

이 말을 되받아치는 식으로, 고이즈미 수상은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강행할 것인가? 두 나라의 관계를 우려하는 한국 연구자의 질문에, 나는 소설가의 상상력으로 대답했습니다. 최근 수상의 언동에서 부각되는 것은, 제대로 된 형식의 ‘공적’인 논리보다 ‘사적’인 신조에 충실하려는 폐쇄적인 사고이다. 그토록 인기 배우의 연출에 뛰어난 사람이 심심찮게 침묵하는(혹은 의미 불명의 말을 하는) 것은, 퇴장할 때 자신을 아쉬워하는 ‘소리 없는 소리’의 내셔널리즘을 이미 마음에 담고 있는 거겠지.

하지만 앞으로도 계속 살아가야만 하는, 그리고 상처 입은 동아시아의 국제 관계를 바로잡아야 하는(특히 젊은) 일본인의 전망에는, 내셔널리즘 외에 보다 근본적인 태도를 필요로 할 터. 이것을 협동의 선택으로 삼자는 지적인 목소리도 일고 있다고 나는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