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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화 시대의 삶과 글쓰기에 대한 성찰과 모색

세계화 시대의 삶과 글쓰기에 대한 성찰과 모색
-‘2011 서울국제문학포럼’을 마치고

세계문학과 한국문학의 대교류의 장인 2011서울국제문학포럼(Seoul International Forum for
Literature, http://www.seoulforum.org)이 지난 5월 23일부터 27일까지 5일간의 대장정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대산문화재단과 서울문화재단이 주관하고 문화예술위원회가 후원한 2011서울국제문학포럼은 23일 전야 리셉션을 시작으로 24일부터 26일까지 3일 동안 광화문 교보생명빌딩 23층 교보컨벤션홀과 세미나룸에서 열린 메인 포럼, 강연회 사인회 대담 등 30여 개의 다양한 작가별 행사, 그리고 27일의 경기도 수원화성 답사라는 숨 가쁜 일정을 소화해냈다. 서울국제문학포럼은 참가자의 면면이나 규모, 논의된 주제에 이르기까지 지난 2005년의 프랑크푸르트도서전 한국 주빈국 행사와 제2회 서울국제문학포럼 이후 6년여 만에 열리는 수준 높은 초대형 문학축제였다. 문학인뿐만 아니라많은 독자와 시민, 언론의 관심이 집중되었으며 참가한 세계문학의 거장들과 한국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들은 기대에 값하는 풍성한 담론과 화제를 남기면서 문화의핵심인 문학의 역할과 가치를 다시금 자리매김하였다. 또한 우리 문화 수준과 역량을 다시 한 번 안팎으로 확인하는 자리였다.

제1회 서울국제문학포럼은 월레 소잉카, 피에르 부르디외, 마거릿 드래블, 개리 스나이더, 가라타니 고진,이스마일 카다레 등 해외 저명작가 2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경계를 넘어 글쓰기”라는 주제로 2000년 9월 처음 열렸다. 또 2005년 5월에 개최된 제2회 포럼은 “평화를 위한 글쓰기”를 주제로 현재 지구촌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갈등과 전쟁의 원인을 분석하고 세계가 평화와 번영을 위하여 나아감에 있어서 문학이 어떠한 역할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해 오에 겐자부로, 장 보드리야르, 르 클레지오, 오르한 파무크, 베이다오, 모옌 등 해외 문호 19명이 참가해 국내 작가들과 함께 논의했다. 이 두 번의 서울국제문학포럼은 매번 70여 명의 국내외 작가들이 일주일 동안 한 목소리로 경계넘기와 평화비전을 이야기하고 서로 교류한 보기 드문 문학 축제였다. 세계적인 작가들이 서울에 모여 당대의 문제와 문학(작가)의 역할을 진지하게 논의했다는 점에서 한국의 문화적 역량을 한 단계 높여준 것이다.

이 같은 연장선상에서 세 번째로 열린 이번 서울국제문학포럼은 알려진 외형적인 면모 외에 ▲논의된 주제 또는 담론의 시의성과 중요성 ▲참가한 국내외 작가들의 면면 ▲그리고 포럼이 남긴 성과와 기대효과라는 세가지 차원에서 다시금 살펴볼 수 필요가 있다.

먼저 이번 포럼의 대주제는“세계화 속의 삶과 글쓰기 The Globalizing World and The Human
Community”로 3일 동안 매일 오전 노벨문학상 수상장인 르 클레지오와 가오싱젠 그리고 서울국제문학포럼 조직위원장인 김우창 교수가 차례로 기조강연을 하고 질의와 토론 시간을 가졌다. 이어 오후 세션에는 ▲다문화 시대의 자아와 타자 ▲문학과 세계화 ▲이데올로기와 문학 ▲다매체, 세계시장, 글쓰기▲지구환경과 인간 등 5개의 소주제에 대해 해외 문인들과 한국문인들이
각각 발제하고 서로 토론하였다.

이번 주제는 세계화의 문제가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이미 우리 삶과 분리할 수 없는 현실이 되었으며 크든 작든 삶의 틀과 정신세계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점에서 채택되었다. 문학은 구체적인 삶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이고 이것은 다시 동시대의 것으로 추상화하는 것이다. 따라서 세계화가 개개의 삶에 어떻게 투영되고 나타나고 있는지 그리고 이것이 동시대에 어떤 의미를 갖게 되는지를 심층적으로 살피자는 것이었다. 즉 세계화가 우리의 삶에 어떻게 투영되고 어떻게 표현되고 있는지, 이러한 시대에 개개인의 구체적인 삶과 타자와의 관계 그리고 보편적인 윤리는 어떻게 성립 될 수 있는지, 세계화라는 환경 아래서 이데올로기는 유효한지, 새로운 환경이 가져온 시장과 매체환경 그리고 글쓰기는 무엇인지, 그리고 세계화 시대에 지구환경과 인간의 참 모습은 무엇인지 등에 대해 깊이 질문하면서 이를 통해 새로운 문화비전을 모색하는 장으로 준비된 것이다. 이는 세계화 문제에 대한 심층적이고 다양한 담론부재로 오랫동안 목말라하던 우리 문학과 문화계에 단비와 같은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다음으로 이번 포럼에 참가한 해외 문인 및 지식인은 노벨문학상 또는 세계적인 문학상을 수상하였거나 해마다 노벨문학상 수상자 후보로 거론되는 세계 문학의 걸출한 거장들이 다수 포함되었다. 참가한 외국문인들은 ▲2008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가장 아름다운 불어를 구사하며 프랑스 문단의 살아있는 신화로 불리는 르클레지오 ▲실험성 강한 문학으로 정상에 선 중국어의 연금술사지만표현의 자유를 찾아 프랑스로 망명한 2000년 노벨문학상 수상자 가오싱젠 ▲前영국 계관시인이자 부커상 심사위원장 앤드루 모션 ▲아프리카의 가장 영향력 있는 목소리 벤 오크리 ▲21세기를 대표하는 유럽의 지성 앙투완 콩파뇽 ▲통독 이후의 동독 3세대를 대표하는 작가 잉고 슐체 ▲주류를 거부하고 독일과 일본을 넘나들며 경계를 넘는 작가 요코 다와다 ▲남미를 대표하는 미니픽션 작가 아나 마리아 슈아▲‘비국민’‘탈국가’를 향한 비현실적 좌익 시마다 마사히코 ▲뿌리찾기 문학을 대표하는 중국문학의 거장 한사오궁 ▲미국에 체류하는 중국의 대표적인 비판적 이론가 류짜이푸 ▲인도 비교문학의 원론을 닦은 아미야 데브 ▲현대 미국인의 고립과 외로움에 대한 시적 은유를 선보이는 잭 로고 ▲연기와 독백에 능해 배우로 도 활동하는 호주 시인 테리 잰치 등 14명이다. 이들은 유럽, 북미와 남미, 아프리카, 오세아니아 및 아시아 등 곳곳에서 고르게 참여함으로써 이 포럼의 담론을 지구촌 전체의 것으로 만드는 역할을 하였다. 여기에 유종호, 정현종, 박범신, 복거일, 이문열, 김성곤, 이인성,최윤, 최재천, 구효서, 정과리, 이승우, 성석제, 김인숙,조경란, 김연수, 김경욱, 김치수, 도정일, 최원식, 은희경, 한강 등 한국문학의 중심에서 활동하고 있는 30여 명의 문인과 지식인들이 발제자, 좌장 및 질의자로 참여하였다.

이번 서울국제문학포럼이 남긴 성과로 가장 먼저 꼽을 수 있는 것은 오늘날 우리가 공통적으로 직면한 그러나 각각의 입장에 따라 해석하고 받아들이는 정도와 입장이 다른(다를 수 있는) ‘세계화’와 관련한 여러 문제를 두고 지구촌 곳곳을 대표하는 작가들이 다양한 논의를 펼침으로써 세계가 함께 공유할 수 있는 문화담론과 비전을 모색하는 장이었다는 점이다.

김우창 조직위원장은“작가는 이론가도 정치 지도자도 예언자도 아니다. 바로 그것이 작가로 하여금 삶의 진실을 말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이번 모임이 작가들의 여러 문제에 대한 여러 견해를 경청하고 그 작품 세계를 잘 알게 하는 기회가 된다면, 그 이상‘보람’있는 일이 없을 것이다”라고 이번 포럼의 의의를 부여했다.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인 르 클레지오는“‘보람’이란 자부심이고 미래에 대한 감정이며, 이번 포럼에서 충돌하는 각 문화가 동등하게 만나 이루어낸 성과가 바로‘보람’”이라고 평가하고 서울국제문학포럼의 큰 지표가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공유되고 있다는 소감을 밝혔다.
또한 이번 포럼은 한국 작가들과 지식인들에게는 다양한 문화와 환경을 대변하는 담론과 교류하면서 의식의 지평을 넓힐 기회가 되었다. 독자와 시민에게는 모처럼만에 세계 저명한 문호들과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들이 펼치는 수준 높은 담론을 접했을 뿐만 아니라 강연회, 대담, 사인회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이들 작가들을 직접 만나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게 했다. 그리고 세계에서 온 작가에게는 한국의 작가들과 시민들의 높은 문화의식과 문화환경을 목격하고 깊이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다. 지난 2005년 서울국제문학포럼을 마치고 르 클레지오가 한국에 관한 시를 발표하고 오르한파무크는 터키 최대 신문인 사바흐에, 오에 겐자부로와 하스미 히게이코는 각각 일본의 유수의 일간지 아사히과 니혼게이자이에 서울국제문학포럼과 서울 방문기를 기고하는 등 여러 작가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한국과 한국문화를 널리 알린 바 있다. 이번 역시 한국의 국격을 높이는 같은 일들이 일어날 것으로 기대한다.

이제 서울국제문학포럼은 인터넷을 통해 다시보기 서비스를 통해 이 생생한 현황을 제공하고 발표된 글들을 정리하여 국문판과 외국어판 논문집을 발간하는 등의 마무리 작업을 하는 단계에 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세 번의 서울국제문학포럼을 치르면서 우리 문학과 문화의 위상이 배우고 수용하는 데에서 대등하게 교류하고 더불어 담론을 만들어가는 것으로 바뀌었다는 사실이다. 그동안 서울국제문학포럼에 참가한 많은 해외의 저명작가들은 한국의 놀라운 경제발전, 그에 걸맞은 문화수준과 시민의식에 감명을 받고 스스로 지한파를 자처하고 있다. 특히 이들은 한국에서 세계 어디에서도 보기 어려운 수준 높은 세계문학 담론의 장이 열리고 있다는데 경탄과 찬사를 아끼지 않고 있다.

이제 우리에게 남은 과제는 이를 지속시키고 확대 발전시켜 과실을 맺고 본격적으로 수확할 수 있도록 하는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이처럼 큰 행사를 민간문화재단 홀로 고군분투하게 하기보다는 정부와 문화계가 함께 세계적인 문학담론을 펼치는‘정신문화의 올림픽’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5년마다 열리는 개최주기도 좀 더 좁히고 더 많은 세계의 작가들과 한국작가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규모도 확대할 필요가 있다. 그럼으로써 다양성 속에 서로 연대하고 우애하고 또 서로 다름을 존중하는 가운데 공동의 가치와 담론을 찾는 서울국제문학포럼과 개최도시 서울이 세계인에게 각인되게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