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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 2011 서울국제문학포럼 - 작가후기

명함없이 보낸 서울에서의 5일
글 | 잉고 슐체(Ingo Schulze)_독일 소설가. 1962년생

제가 기억하는 한 누구와도 아무것도 할 것이 없었던 도시인 서울을 12년 만에 다시 방문했습니다. 서울은 그때보다 훨씬 활기차고 생기 있어 보였습니다.
조그만 카페가 서울 중심부만큼 많은 도시는 세계의 수도들 중 그다지 많지 않을 것이란 느낌을 받음과 동시에 제가 진정으로 환영 받고 있다는 기쁜 마음도 들었습니다. 저는 진실로 매 순간 손님으로 대우받고 있다고 느꼈으며 사람들이 흥미로워하는 인물이자 그들이 겪고 싶어하는 인물이 된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비록 한국말을 할 수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서울에서 보낸 시간 동안 고향 같은 친숙함을 느꼈지요.
제가 들었던 강연 중 어떤 방식으로든 저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은 없었습니다. 저는 우리의 만남이 우리와 세계에 관한 공통의 성찰임을 깨달았습니다. 먼 곳의 친숙한 것들을 혹은 가까운 곳의 낯선 것들을 관찰하는 것은 좋은 기분이었습니다. 다행히도 작가들은 그다지 개념적이지 못한 사람들이기 때문에 그만큼 더 많은 이야기들을 생각해야 했죠. 우리는 지구의 다양한 지역에서 사람들이 모였을 때 가장 최선인 방식으로 행동했습니다. 연단에서처럼 휴식시간에도 서로와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를 나눈 것입니다. 독일인으로서 저는 세계 각국의 이번 발표문들이 몹시 흥미로웠습니다.
이전에는 남북 간 적대적 입장이 일상생활과 남한의 민주주의에 어떤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왔는지 분명하지 않았습니다. 개방적이고 숨김없이 스스로의 국가에 대해 비판하는 것은 민주주의 정신과 성숙한 의식을 위한 하나의 대안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인식을 통해 저항이 시작된다는 문장이 다시금 증명된 것이죠. 또한 바로 그렇기 때문에 문학은 중요한 것입니다. 저는 여러 번‘통일’에 대해 충고를 해달라는 요청을 받았지만 기대되는 답변을 하기에는 죄책감이 들었습니다. 독일과 한국의 상황은 몹시 다릅니다. 독일에서는 불행하게도 진정한 의미의 통일이 이루어지지 않았고 대신 동독이 서독으로 편입되었을 뿐입니다. 오늘날의 관점에서 보면 그것은 서독이 자신들의 시스템을 재고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것을 의미하지요.
저는 지속적으로 우정 어린 관계가 발전되기를 진심으로 바라며 다시 한 번 대산문화재단의 이 멋진 초대에 대해 감사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상냥한 태도와 방식으로 우리를 보살펴주고 우리와 동행해주었던 모든 사람들에게도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특히 우리가 서로의 말을 이해할 수 있도록 위대한 일을 완수해낸 통역사들과 번역가들에게 감사를 표시하고 싶습니다.

작가, 인류, 세계화
글 | 아나 마리아 슈아(Ana Maria Shua)_아르헨티나 소설가, 동화작가. 1951년생

몇 분이 인천공항에서 저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두 명의 대산문화재단 대표분들과 개인수행통역원입니다. 이 분들은 이번 포럼이 어떻게 조직될 것인지를 — 완벽하면서도 친근하게 — 보여주는 하나의 작은 예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서울로 오는 길에 저는 건설 중인 다리와 빌딩을 수없이 많이 보았습니다. 이미 완성된 것들은 말할 것도 없고 말이지요. 서울에 도착했을 때 저는 한국이 성장해 있음을 완전히 확신했습니다. 눈으로 보기 이전에도 저는 한국이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는 얘기를 주변에서 들어 왔고 그것은 바로 여기, 현재의 일이 되었습니다. 서울이라는 도시의 놀라운 점 중 하나는 거대하고 인상적인 초고층 빌딩들 속에 옛 궁과 사원, 탑들이 공존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삼십 분 후에 포럼에 참가하는 동료작가들과 첫 만남이 있었습니다. 환영리셉션에서 우리는 서로를 바라보고 우리가 읽어왔던 작가들을 실제로 접하며 그들의 글쓰기에 대한 자취를 탐색했으며, 우리가 갖지 못한 것들에 대해 궁금해 하고 누가 누군지를 식별하려 노력했습니다. 동시에 노벨상 수상자에 대해서는 감탄하고 부러워하기도 했지요. 우리는 그저 한 인간이었던 것입니다.
미스터리하고 맛있는 한국음식을 즐기는 동안 저는 대산문화재단이 왜 이토록 불가해한 신뢰감을 우리에게 보여주는지 찾아내려 노력했습니다. 우리는 작가이고 이 세계에서는 믿을 만한 사람들이 아닙니다. 또 우리의 문학이 모두 좋은 의도를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고 우리의 글쓰기가 사회를 표현하기 위한 것도 아니지요. 우리는 세계에 대해서는 관심도 없습니다. 그럼 우리가 여기서 대체 무엇을 하고 있단 말입니까?
포럼은 다음날 시작되었습니다. 세션은 길고 흥미로웠고요. 놀랍도록 강연을 경청하는 젊은 청중들과 함께 많은 토론이 있었고 우리는 그들의 영리한 질문에 참여할 준비가 되어 있었습니다. 우리는 각자 다양한 억양으로 영어를 말했기 때문에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는데 이런 의미에서 원고들을 인쇄한 것은 몹시 훌륭한 아이디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날이 갈수록 점차 흐릿했던 형체들이 구체화되기 시작했습니다. 마법과도 같았던 문학의 밤 행사에서 저는 그것이 이미 우리 사이에 있음을 느꼈습니다. 그것은 세계화가 인간 사회에 가지고 온 심각하고 새로운 문제들에 대한 해결책이 아니라 문제들에 대한, 문제들 주변의 대답할 수 없는 질문이자, 의구심에서 비롯된 신비롭고 아스라한 어떤 것이었습니다.
작가들은 절대 만족하는 법이 없고 항상 세계와 시간, 사회에 대해 비판적입니다. 우리는 모두 다른 언어를 사용하지만 언어에 대한 깊은 애정을 공유하지요. 단지 그것뿐입니다. 언어는 현실의 카오스에 대비되는 조화에 대한 필요성을 표현합니다. 우리를 인간으로 만드는 것이 바로 언어이고 행위 대신 언어를 사용한 최초의 조상에서 부터 인류는 시작되었던 것이죠. 그리고 문학이야말로, 언어를 사용하는 가장 고차원적인 가능성일 것입니다.
사람은 먹지 않으면 죽게 됩니다. 사람이 꿈꾸지 않으면 미치게 되지요. 광기는 죽음의 일종으로 아이덴티티의 죽음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문학은, 바로 인간의 가장 큰 꿈입니다.
돈키호테는 결코 가상의 적과 싸운 것이 아니었습니다. 세계화와 마찬가지로 풍차는 좋게도 나쁘게도 사용될 수 있는 도구에 불과합니다. 그는 풍차 뒤에 숨은 극악무도한 거인n과 싸웠던 것입니다. 그는 이겼고 그것이 우리가 여전히 그를 기억하는 이유이며 또한 그것이 우리가 여전히 문학을 하는 이유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대산문화재단이 우리의 꿈, 정체성, 삶 그리고 더 나은 세상에서 살고자 하는 소망을 지켜준 것에 감사를 표시해야 할 것 같습니다. 더 나은 세상이 가능한지 지금 제가 알 수는 없지만 우리가 그것을 계속해서 소망할 수 있는 한 인류에게 희망은 있습니다.그리고 아마도, 혹시 어쩌면 대산문화재단의 생각이 옳을지도 모를 일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