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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비평의 자리를 묻다-특집을 기획하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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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우리는 문학의 위상 저하 현상과 관련하여 비평의 근원적 역할에 대한 질문을 숱하게 제기한 바 있다. 비평이 문학의 위기 담론을 막아내면서 문학의 장을 활성화하지 못하고 오히려 그러한 담론을 키우면서 문학의 역동성을 가로막은 게 아니냐는 반성적 목소리가 그 안에는 담겨 있었다. 이렇게 문학의 위기 담론은 비평의 위기라는 진단을 자연스럽게 수반하였고, 이러한 흐름은 지금이 여러 모로 비평의 자기반성이 요청되는 시기라는 인식의 결과이기도 하였다. 물론 이때 비평의 위기는, 비평을 둘러싸고 있는 여러 콘텍스트의 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혀 제기된 중층적인 것이다. 비평의 안이함과 질적 저하 혹은 직무유기 같은 것이 반성의 대상이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상업주의와 디지털 시대의 도래로 인한 비평의 존재 방식 자체를 성찰하게 된 것은 매우 새로운 사안이었기 때문이다.
요즘 우리 평단에서 가장 두드러진 현상 가운데 하나는 비평적 규준의 다양화일 것이다. 지금 시대가 다양한 문화 간의 충돌과 교섭이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고 진영과 이념 사이에 개재해 있던 구획도 느슨해져가고 있는 만큼, 구심적 규준의 이완 및 소멸은 어느 정도 불가피한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비평적 규준의 다양화가 그 활발한 외관에서 나타나는 것만큼 비평의 발전에 기여하는 것만은 아니다. 그것은 오히려 문학의 존재 이유 이를테면 미학적 공감이나 한 사회의 명료한 자기 이해라는 근본적 지반을 흔들 수도 있고, 또한 저마다 제각각의 규준을 마련하여
문학(작품, 현상)을 분류, 평가하고 있어 그것이 폭 넓은 공론의 장으로 편입되지 못하고 비평가 개인의 자기 확인에 그치는 이른바‘읽히지 않는 비평’이 되는 경우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 대산문화 가을호에서는 비평계의 중진인 황현산, 권성우 교수 그리고 강정 시인이 우리 비평을 향해 경험적 고언(苦言)을 던짐으로써 비평의 자리와 직능을 다시 한 번 성찰하는 기회를 가졌다. 그동안 우리 비평은 문학이 생성되고 유통되고 소비되는 과정과 그것을 가능케 하는 제도나 권력에 대한 문제 제기도 감당한 바 있고, 활자 텍스트에 제한되지 않는 다양한 상황이나 제도, 관습, 문화 심지어는 인접 분야와의 활발한 교섭 양상조차 다루는 편폭을 보여 왔다. 이렇게‘비평’은 문학에 대한 자의식으로 혹은 반성적 행위의 소산으로 오랫동안 자기 갱신을 거듭해온 역사를 가지고 있다. 이번 특집이 우리 비평에 대한 소중한 반성의 자리가 되기를 소망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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