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으악~ 귀, 귀, 귀……”
엄마의 비명이 들려온 건 화장실 쪽이었다.
소스라치게 놀란 나는 잽싸게 엄마한테로 달려갔다.
“왜 그래, 엄마? 귀신이라도 봤어?”
“아, 아, 아니……저기……”
엄마는 화장실 안에 발도 딛지 못한 채 손가락으로 무언가를 가리켰다. 큼지막한 귀뚜라미였다. 녀
석은 당돌하게도 세면대 위에 떡하니 버티고 앉아 있었다.
엄마는 벌레를 끔찍이도 싫어한다. 아니, 무서워한다. 사마귀 메뚜기는 물론 매미 잠자리까지도
무서워한다. 보통 사람이라면 반가워할 아름다운 나비조차 엄마에겐 공포의 대상일 뿐이다.
‘너희 엄마는 호랑이보다 호랑나비가 더 무섭단다. 정말 대단하지 않냐?’
언젠가 아빠가 내게 한 말이었다. 서울에서 나서 서울에서만 살아온 엄마는 어떤 벌레든 맨손으로 턱
턱 잘잡는 시골출신 총각한테 반해 결혼까지 하게 되었단다. 그런 엄마를 가리키며 아빠가 말했다. 벌레 잘 잡는다는 이유로 신랑감을 고른건 아마도 네 엄마가 유일할 거라고.
그 겁쟁이 엄마가 지금 잔뜩 겁 먹은 목소리로 내게 묻는다.
“며, 명훈아. 귀, 귀, 귀뚜라미가 어떻게 집 안에 들어왔지?”
듣고 보니 그렇다. 지금은 초여름, 아직 귀뚜라미가 나올 철도 아니다. 게다가 녀석은 귀뚜라미치고는 덩치가 너무 큰데다 더듬이도 흉측하게 길다. 초등학교 최고 학년인 나로서도 조금 겁이 날 만큼.
“아, 이럴 때 아빠가 있었……”
나는 말을 채 마치지도 못하고 손으로 얼른 입을 막았다. 아빠는 벌써 두 달째 집에 안 들어오고 있다.
앞으로도 안 들어올 것이다, 영원히.
나는 엄마의 눈치를 살피며 얼른 말을 돌렸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잖아. 일단 귀뚜라미 물리치는 법부터 찾아봐야겠어.”
“그래, 명훈아. 화장실 문은 닫아 놓을게. 거실로 튀어나오면 큰일이잖아.”
나는 컴퓨터 앞으로 돌아와 인터넷 검색창에 ‘귀뚜라미 퇴치법’이라고 쳐 넣었다. 관련 글 여러 건이 올라와 있었다. 나말고도 귀뚜라미 물리치는 방법을 찾는 이들이 제법 많다는 뜻이다. 그 가운데 아무거나 클릭해 보았다. 글을 읽어 내려가는 도중에 답글 하나가 눈에 확 들어왔다.
‘그거 귀뚜라미 아니고 꼽등이예요.’
어라, 이게 무슨 소리지?
그 답글은 귀뚜라미와 꼽등이가 어떻게 다른지를 도표로 알기 쉽게 설명해 주고 있었다.
귀뚜라미
꼽등이
길이
빛깔
겉모습
더듬이
2센티미터 안팎
진한 갈색
편편한 등에 날개가 보임
몸길이의 1.5~2배가량
4~5센티 미터
옆은 갈색
등이 둥그렇게 굽고 날개는 없음
몸길이의 4배가량으로 몹시 긺
(중략)
* 본 작품의 전문은 <대산문화> 2011년 가을호를 통해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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