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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대산창작기금 부문별 수혜자 수상소감- 시부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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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부문
시를 쓰면서 어떤 것을 포기해야 된다고 생각하는 날들이 많았다. 그런데 늘 나는, 시와 무엇이라는 양자 선택의 기로에서 시를 택할 수밖에 없는 불리한 상태였다. 그건 시가 내게 오는 속도보다 내가 시에게 가려는 속도가 빨랐기 때문이었다. 나는 시란 우선 잘 써야 된다고 생각해왔다. 어쩌면 잘 쓰는 것이 시라고 교육되어 왔을지도 모른다. 속도라는 조급함이 나를 등단하게 했고, 등단 이후 이상하고 못된 자부심만 생겨서 좋은 글을 못 쓰고 지내온 기분이다.
그러면서 시로써 무엇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졌던 것 같다. 하지만 돌아보고, 앞을 내다봐도, 그런 생각은 궤변이었다. 시는 내게 아무것도 해준 것이 없었다. 그만큼 나도 시에게 해준 것이 없이 시간만 소비했던 것 같다. 그때부터 마음이 꼬이기 시작했다. 아무것도 내게 해주지 않는 시가 싫었다. 안 쓰고 싶었지만, 청탁을 쉽게 거절할 수 있는 거만한 신인도 그간 못되었다. 학교와 시와 독서에 얽매어 있는 내 생활이 싫었다. 남들처럼 어딘가에 얽매여서 가치를 생산하고 주변을 돌보고 예의를 차리고 구성원이 되는, 그런 일은 죽어도 싫었다. 시를 쓰지 않으면 불행할 것 같아서, 행복해지고 싶으니까. 나는 늘 시를 선택했다. 그리고 바로 후회하고, 또 선택했다.
독자를 선택했다. 독자에게 잘 보이고 싶어서 잘 쓰면서 좋은 시를 쓰고 싶었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건, 내 시의 첫 독자는 나였다는 것이다. 시를 쓰면서 제일 잘 보이고 싶었던 대상은 나였다. 나에게 내가 멋져지고 싶었다(다른 이에 대한 고려가 있다면, 시 안에 누누이 등장하는 누이뿐이겠지만). 어쨌든, 시집 분량의 원고를 보내놓고, 생각한 것은 단순했다. 다시 시를 써야겠다. 그리고 평소보다 더 열심히 시를 쓰고 있었다. 시에게 또 속도를 내자고 졸랐던 격이다. 시가 업(業)이 될 수는 없었기 때문에, 대신 시에게 내 업(?)을 다 준 느낌이랄까. 그래 어쨌든 시가 내 업이라면. 좋다. 그래도 돌아보면 결론은 똑같다. 나는 시 때문에 많은 것을 유예했고, 앞으로도 유예할 것이라는 것이다. 나는 아직 군대도 가지 않았고, 직업도 갖고 있지 않고, 주변을 잘 돌보지 않았다. 그러면서 좋은 시를 쓰겠다는 욕심만 있다.
원고를 보내놓고 쓴 글로 수상소감을 대신합니다. 아직 호기로 쓴 제 시를 좋게 봐주신 심사위원 세 분 선생님들 감사합니다. 더 저를 풀어내라는 의미로 듣고, 열심히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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