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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대산창작기금 부문별 수혜자 수상소감 - 평론 부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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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론 부문
몇 년 전부터 제 문학의 화두는 오직 하나, 미래입니다. 제가 과학소설이나 묵시록에 대해 본격적인 관심을 갖기 시작한 무렵인 2008년에 가장 많이 회자된 어휘가 바로 미래였습니다. 그러나 그 미래는 불행하게도 대다수에게는 약속되지 못한 미래, 미래를 배제하는 미래였습니다. 우리에게 약속된 미래란 고작해야 물질적 진보와 테크놀로지혁명으로 중화된, 역사가 소거된 미래, 현재의 무기력한 연장인 미래밖엔 없었습니다.
선진화, 녹색성장의 어휘들은 우리를 몰아치면서 강제로 앞으로 떠미는 폭풍과 비슷했습니다. 발터 벤야민은 정복자로부터는 과거도 안전하지 못하다고 말했지만, 이제 우리는 안전하지 않은 미래에 대해서도 같은 말을 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그처럼 우리의 삶은 절박합니다. 제가 미래를 다루는 과학소설과 묵시록에 관심을 갖게 된 건 그 때문이었습니다.
이천 년대 전후로 한국소설은 기존 문학범주에 포섭되지 않았거나 바깥으로 밀려났던 다양한 문학적 실험을 꾀하고 있습니다. 과학소설과 묵시록 등 그동안 하위 장르로 취급되었던 문학이 제 목소리를 찾아가고 있습니다. 아직 많은 작품이 나온것은 아니며, 작품의 수준 또한 더 가늠해야 합니다. 그러나 다른 세계에서 온 것 같은 이 새로운 문학의 등장은 문제적입니다. 그동안 한국소설은 리얼리즘 영역에서 우수한 문학적 성취를 일궈왔습니다. 하지만 현실에 대한 미학적 재현에서 리얼리즘이 본의 아닌 규율로 다른 문학의 가능성에 억압적인 기제로 작용한 측면이 없지 않았습니다. 장르적 혼효와 습합을 통한 소설미학의 갱신, 리얼리티의 확대로서의 환상에 대한 진지한 탐험, 현재의 연장 또는 단절로서의 미래에 대한 대안적인 상상 등은 그동안 리얼리즘의 현실원칙 앞에서 한낱 백일몽으로 취급되었습니다. 이번에 대산문화재단에서 제게 준 소중한 기회를 통해 저는 문학으로 다른 미래를 상상할 수 있는 시간과 노력을 벌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아울러 아직 덜 여문 비평적 모험에 격려를 보내주신 김종회, 전영태 두 심사위원 선생님께도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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