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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대산창작기금 부문별 수혜자 수상소감 - 아동문학 부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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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문학 부문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종종 듣게 된 말이 있습니다.
“작품은 저마다 자기 생명력을 갖고 있다.”
이 말은 작가의 의도와 상관없이 어떤 글은 세상을 활개 치고, 어떤 글은 남루한 모습으로 그럭저럭 살아가며, 또 어떤 글은 아예 존재하기를 멈춰버리기도 한다는 말입니다. 몇 권의 책을 냈지만 이 말이 맞는지 어쩐지는 잘 알지 못했습니다. 글이 자기 생명력보다는 자본의 수레바퀴에 맞춰져 살아남는 건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창작기금을 받게 되었다는 소식을 듣는 순간 가장 먼저 이 말이 떠올랐습니다.
선택받은 글이 지녔을 생명력. 어떻게든 살아남고자 하는 글의 생명력은 너무나 강렬해서 낚싯줄에 걸린 물고기의 그것마냥 살아서 펄떡거리는 듯 했습니다.
그 글은 아동폭력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8년 전 우연히 듣게 된 사건은, 친아버지가 아이들을 죽인 일이었습니다. 기사를 접하는 동안 나는 죽은 아이들이 되어 분노와 원망과 슬픔에 복받쳐있었습니다. 나는 곧바로 분노와 원망과 슬픔을 글로 썼습니다. 글을 쓰는 동안은 좌절의 늪에서 허우적댔습니다. 고무줄처럼 늘어났다 줄어드는 글을 보면서 내 마음도 널뛰기를 했습니다. 글과 함께 한참을 방황하던 나는 어느 순간 글을 아주 놓았습니다. 그러곤 다른 글들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다른 글들은 책으로도 나왔습니다. 아주 오랫동안 버려둔 글은 그대로 죽었다고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그 글이 다시 살아났습니다. 그것도 새로 쓰기 시작한 글속에서 눈에 띄지 않게 살아난 겁니다. 버려두었던 글을 다시 꺼내 보지 않았다면 나는 이 사실을 죽을 때까지도 몰랐을 겁니다.
나는 새로 쓰던 글을 덮고 버렸던 글을 다시 썼습니다. 이 녀석을 끝내지 않으면 어떤 글도 새로 쓸 수 없다는 걸 알았기 때문입니다. 우체국에 가서 서류 봉투에 원고를 담아 보내면서 이제 녀석과는 정말 끝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녀석은 끝이 아니라며 내 뒤통수를 때렸습니다. 덜컥 창작기금을 받게 한 겁니다. 마치 도깨비에게 요술방망이를 받은 기분이었습니다.
나는 이 글에 이처럼 강한 생명력이 있으리라고는 생각지 못했습니다. 글에는 저마다 자기 생명력이 있다는 말을 이렇게 실감하게 될지도 몰랐습니다. 이제는 조금 궁금합니다. 이 녀석의 생명력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나는 녀석과 다시 한 번 얼굴을 마주해야합니다. 녀석은 생글생글 웃으며 벌써부터 나를 재촉하고 있습니다. 어떻게든 살아남으려는 생명력 또한 여전히 펄떡거리고 있습니다. 이번엔 녀석과 좀 더 진지하게 마주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 전에 내 글과 또 한 번 마주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신 대산문화재단에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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