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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염바다 이세기 作, 실천문학사 刊

갱물, 아홉무날, 갯티, 게통배, 박하지, 깐팽이 등 작은 어업사전으로도 손색이 없을 만큼 풍성한 시어와 퍼덕퍼덕 살아 숨쉬는 바다 내음이 물씬 풍기는 이세기의 시집이다. 바닷가 사람들의 삶의 질감을 질박하면서도 생동감 있게 그려냈다는 평이다. 최두석 시인은 이 시집에 대해 “서해의 섬과 바다가 한국시의 영토로 본격적으로 진입하게 되었다”고 의미부여를 했다. 시집의 내용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 시인은 인천 부근 문갑도 출신이다. 2003년 지원.

사람의 신화 손홍규 作, 문학동네 刊

1975년생이라는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역사적 현실과 관련된 소재를 즐겨 다뤄 주목받고 있는 손홍규가 첫 소설집을 출간했다. 스스로를 거미라 여기는 소녀, 늙은이로 태어나 갓난아이로 죽는 인물 등 신화적 상상력이라 부를만한 이야기의 풍성함 속에 부조리로 가득 찬 현실에 대한 날카로운 고발의식이 번득인다. 특히 소설집 곳곳에서 발견되는 80년 광주에 대한 부채의식이 흥미롭다. 창작기금 심사 당시 환상과 비현실의 얼개를 통해 세계와 인간군상의 우울한 풍경들을 신랄하나 애정을 잃지 않는 눈으로 그려내고 있다는 평을 받았다. 2004년 지원.

신선한 생선 사나이 김종은 作, 창비 刊

갤러그와 워키토키, ‘펄프 픽션’과 베르나르 베르베르, 야후와 휴대전화, 청년실업 500만 시대…… 1970년대산 아스팔트 키드 세대의 자화상을 발랄하면서도 페이소스 가득한 필치로 그려낸 김종은의 첫 소설집이다. 궤짝에 든 생선처럼 획일화된 한국의 교육 환경에 대한 통렬한 야유와 냉소를 담고 있는 표제작 「프레시 피시맨」을 비롯 총 9편의 단편이 수록돼 있다. 김종은은 2000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이래 도시적 현실을 해학적으로 묘사한 장편 『서울특별시』로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하는 등 도시적 감수성과 재기발랄한 문체가 결합된 작품들을 꾸준히 발표해 주목받고 있다. 2002년 지원.

충돌하는 차이들의 심층 서영인 作, 창비 刊

황석영에서 박민규, 그리고 최근의 젊은 비평가들까지 다양한 성향의 작가와 작품을 치밀하면서도 따뜻한 작품 읽기를 통해 분석한 서영인의 첫 평론집이다. 개개 작품의 개성적인 목소리에 주목하면서도 한국문학의 전체 지형을 함께 사고하는 균형감각이 돋보인다. 한 평문에서는 ‘이분법에 근거한 추상화’와 ‘작품의 실상에서 벗어난 제도비평’을 한국 비평계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하고 있다. 저자는 현재 경북대에 적을 두고 있는데 지역문학에도 꾸준한 관심과 애정을 보여주고 있다. 2004년 지원.

한국문학 번역지원

Echoing Song: Contemporary Korean Women Poets 한국현대여류시인선 노향림 외 作, 피터 리 譯, 미국 White Pine 刊

『Pine River and Lone Peak』(하와이대출판부)로 대산문학상 번역상을 수상한 UCLA 이학수 교수가 한국현대 여성시인 18명의 대표시 15편씩을 한권에 묶은 번역서를 펴냈다. 노향림, 천양희, 강은교, 문정희, 최승자, 김정란, 이진명, 김혜순, 박소원, 나희덕 등 한국의 손꼽히는 여성시인들의 관심사, 시적 취향 등이 잘 반영되어 있는 시들을 선정하여 선집을 구성하였다. 작가별로 시를 분류하여 수록하였고 그 시작 부분에 작가가 직접 쓴 「Why I Write」라는 간단한 메시지를 실은 점이 이색적이다. 2000년 지원.

Flowers long for Stars 꽃들은 별을 우러르며 산다 오세영 作, 임정빈․로버트 실버그 譯, 미국 Tamal Vista 刊

인간 존재의 실존적 고뇌를 서정적으로 노래하는 시인 중 한 사람인 오세영의 영역 시집이다. 그의 11권의 시집 중 『가장 어두운 날 저녁에』『불타는 물』『사라의 저쪽』 등 1982년에서 1994년 사이에 발표된 7권의 시집에서 선정한 59편을 수록하였다. 영어권에서 한국문학 출판에 적극 나서고 있는 타말 비스타(Tamal Vista)에서 한국문학 작품으로는 고은 시집 이후로 두 번째 출판한 작품이다. UCB의 임정빈 교수와 시인이자 한국어에도 능숙한 리처드 실버그 팀이 번역하였다. 1996년 지원.

Three Plays: Chi-Jin Yoo 유치진희곡집 유치진 作, 장원재․리처드 A. 케이브 譯, 영국 Colin Smythe 刊

1931년 이하윤, 정인섭 등과 시작한 ‘극예술연구회’의 리더이자 한국 현대희곡을 대표하는 유치진 희곡집의 영역판이다. 유치진은 「버드나무 선 동리 풍경」(1933), 「빈민가」(1934), 「소」(1935) 등 식민지 현실을 사실적으로 극화하는 걸작들을 다수 발표하였다. 이 번역서에는 그의 농촌 삼부작 중 「토막」「소」의 두 편과 「당나귀」 등 세 편의 희곡이 수록되었다. 2001년 지원.

Perspective a vol de corneille 오감도-이상시선집 이상 作, 손미혜․장 피에르 주비아트 譯, 프랑스 Zulma 刊

한국 근대문학사가 낳은 불세출의 시인이자 작가인 이상의 시선집이다. 스스로를 “박제가 되어버린 천재”라 불렀거니와, 문학을 통해서 인간 고통의 근원을 끊임없이 발견하려 했던 천재 작가였던 그의 문학은 해외에서도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이상의 작품은 여러 언어로 번역, 출판된 바 있고, 줄마에서도 그의 단편집 이후로 두 번째 작품집을 출판했다. 이상의 시세계를 전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도록 시 전집의 형태로 구성되었다. 2001년 지원.

Das Spiel mit dem Feuer 불놀이 조정래 作, 이기향․마르틴 헤릅스트 譯, 독일 Peperkorn 刊

한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실시한 한국에서 노벨문학상을 받을 만한 작가 투표에서 1위를 차지한 조정래의 연작 장편소설이다. 한국전쟁 중 인민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내며 학살의 중심에 있었던 주인공이 휴전 후 이름과 고향, 얼굴마저 바꾸고 살아가지만 결국 참담하고 파멸적인 결말을 맞는다는 내용이다. 문학적 자양분과 원천의 대부분을 역사적 사실에서 찾는 조정래 문학의 특색과 작가의 역사관을 잘 보여주는 초기의 대표작이다．『불놀이』는 이번 출판을 통해 원작자의 『유형의 땅』과 더불어 영어, 불어 그리고 독일어로 소개되게 되었다. 2003년 지원.

Die Sterne über dem Land der Väter 조국의 별 고은 作, 채운정․지그프리트 샤슈미트 譯, 독일 Suhrkamp 刊

지난 1996년 주어캄프에서 초판이 발행되고 올해 ‘주어캄프 세계시인총서: 세상의 바람 Poesie in der Bibliothek Suhrkamp: Wind der Welt’의 하나로 재발간되어 주목받는 책이다. ‘세계시인총서’는 20세기 저명한 작가들의 1천3백여 작품을 수록한 ‘주어캄프총서’ 중에서 주요 시인의 시집만 따로 소개하는 시리즈로 지난 7월 고은 시인을 포함한 10인의 시집 10권이 첫 선을 보였다. 이번에 이 총서를 통해 소개된 10명의 시인 중에는 사뮈엘 베케트, 요셉 브로드스키, 파울 첼란, 두어스 그륀바인,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등이 포함되어 있다. 1995년 지원.

해외 한국문학 연구지원

離れ部屋 외딴방 신경숙 作, 안우식 譯, 일본 集英社刊

신경숙 장편소설 『외딴방』이 일본어로 번역되어 슈에이샤(集英社)에서 출간되었다. 조정래의 『태백산맥』, 이문열의 『사람의 아들』 등을 출판한 바 있는 슈에이샤는 일본의 대표적인 대형 문예출판사이다. 슈에이샤는 이번에 발간된 『離れ部屋 외딴방』을 홍보하기 위해 신문에 대대적인 광고를 하고 있으며 저자인 신경숙을 일본으로 초청하여 대담도 가졌다. 일본에도 열악한 노동조건 아래서 일하는 방직공장 여공의 참담한 생활을 그린 『여공애사 女工哀史』란 작품이 있는데 이를 기억하는 일본인들이 신경숙의 자전적 모습을 담은 『외딴방』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003년 지원.

외국문학 번역지원

한밤의 가수 (대산세계문학총서 제40권) 베이다오 作, 배도임 譯, 문학과지성사 刊

지난 5월 서울국제문학포럼에 참석했던 중국의 망명시인 베이다오(北島)의 대표시집이 시인의 방한에 맞춰 출간됐다. 시인이 정치적 소용돌이에 휘말려 북유럽과 미국 등을 떠돌면서 조국에 바친 사랑과 저항의 노래들이 수록돼 있는데, 특히 “너에게 고하노니, 세계여, / 나는―믿지―않아”로 시작되는 강렬한 외침의 「대답」이란 시는 천안문 사태 때 천안문 광장에서 낭독돼 세계적으로 유명해졌다. 시인이 1972년부터 1998년까지 썼던 시들이 시기별로 9부로 나뉘어 수록돼 있다. 베이다오는 반체제 인사 웨이징성(魏京生) 석방 서명 사건 때문에 1989년부터 망명 중인데 1990년 이후 수차례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2004년 지원.

독사를 죽였여야 했는데 (대산세계문학총서 제41권) 야샤르 케말 作, 오은경 譯, 문학과지성사 刊

대산세계문학총서가 새로운 디자인으로 탈바꿈한 뒤 첫 출판작이다. 현대 터키 문단의 가장 중요한 작가로 인정받고 있는 야샤르 케말의 대표작 두 편이 수록돼 있다. 표제작 「독사를……」은 납치혼과 명예살인이라는 그릇된 전통에 희생되는 여인의 삶을 아이의 시선으로 면밀히 파헤치고 있고 「아으르 산의 신화」는 오스만 제국 말기 쿠르드족 동화 정책을 강제로 시행했던 오스만 제국과 쿠르드족 사이의 갈등을 풍자한 작품이다. 1987년 노벨문학상 후보로도 올랐던 야샤르 케말은 그릇된 전통과 악습에 의해 고통받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사실적이고 긴박감 넘치는 필치로 그려내 가장 터키적이면서도 세계적인 작가라는 평을 듣고 있다. 2002년 지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