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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에 호소하는 중국 시인의 자아탐색- 베이다오 시집 『한밤의 가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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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베이다오(北島)와 그의 시는 여러 가지 의미에서 문제적이다. 그 중 가장 많이 알려져 있고 가장 자주 거론되는 것은 그가 망명시인이며 반체제 시인이고 저항시인이라는 점이다(‘중국의 솔제니친’이라는 호칭이 그래서 생겨났다).
1949년 베이징에서 태어난 베이다오는 고등학교 재학 중에 문화대혁명을 맞아 홍위병 활동을 했으며, 홍위병이 해체된 뒤 건축 노동자로 일하면서 시를 쓰기 시작했다. 당시 베이다오와 같은 처지의 지식청년들이 행한 문학 활동을 지하문학(地下文學)이라고 하거니와, 훗날 유명해진 베이다오의 시 「대답」은 바로 이때 씌어진 작품이다. 문혁이 끝난 뒤 베이다오는 지하 출판 시잡지 『오늘』에 참여하면서 활발한 작품 활동을 펼쳤고, ‘몽롱시(朦朧詩)’라고 불린 시적 흐름의 주역이 되었다. 1989년 2월에 베이다오는 반체제 인사 웨이징성(魏京生)의 석방을 요구하는 성명에 참여했고, 몇 달 뒤 천안문 사태 때 베이다오 자신은 해외 체류 중이었지만 그의 시 「대답」이 천안문광장에서 시위 군중들에 의해 낭송되었다.
너에게 말하노라, 세계여
나는……믿……지……않는다!
네 발 밑에 천 명의 도전자가 있다면,
나를 천 한 번째 사람으로 생각하라.
이 낭송은 저항시인 베이다오의 이미지를 확고하게 만들어주었고, 이로부터 베이다오의 망명 생활이 시작되었다.
이상과 같이 요약해 놓고 보면 확실히 베이다오는 ‘중국의 솔제니친’이라 불릴 만하다. 소설에 2000년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망명 작가 가오싱젠(高行健)이 있다면 시에는 벌써 여러 번 노벨문학상 후보로 오른 망명 시인 베이다오가 있는 형국이다. 그러나 베이다오의 시는 반체제적 저항성이라는 점에서만 문제적인 것은 아니다. 오히려 다른 측면들이 더 중요할 수 있다.
문혁이 끝난 뒤 중국문학이 오랫동안 상실되었던 ‘문학’을 되찾는 과정에서 선봉에 섰던 것은 문혁 때 ‘하방(下放)’되었던 지식청년들의 글쓰기였다. 이미 하방 당시에 글쓰기를 시작했고 문혁이 끝난 뒤 공개적으로 활동하게 된 이 젊은 세대의 글쓰기가 추구한 것은 다름 아닌 ‘문학’이었다. 이 ‘문학’적 글쓰기의 선봉에 섰던 것은 잡지 『오늘』을 중심으로 한 소위 ‘몽롱시’였다. 난해하다는 뜻으로 붙여진 명칭이 ‘몽롱’인데, 기존의 시와 비교했을 때는 그렇게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문학’이라는 것이 일상 언어의 진부함 너머에서, 그리고 공식 언어의 제도성 너머에서, 주관의 진정성과 실존의 진정성이라는 불투명한 미지의 영역을 모색하는 것이라면 그 언어가 ‘몽롱’한 것은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이다. 베이다오의 시가 갖는 가장 중요한 의미는 그것이 바로 이러한 흐름의 한복판에서 태어났다는 데 있다.
베이다오 시에 저항성이 간과할 수 없는 요소임은 분명하지만 그것은 목적이 아니라 결과이고 전체가 아니라 부분이다. 베이다오 시의 문학적 핵심은 비극적 서정과 아이러니를 방법으로 삼은 자아 탐색이다. 그 탐색이 중국 현실이라는 맥락 속에서 정치적 저항의 모습을 띠게 된 것이지 그 역이 아닌 것이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베이다오의 시는 중국에 국한되지 않고 인류에 호소하게 된다. 특히 베이다오가 망명 이후 해외에서 중국어로 써온 시들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해 준다.
『한밤의 가수』는 90년대 초에 씌어진 시의 제목이면서 1995년 타이완에서 출판된 시선집의 제목이다. 그러나 한국어판 베이다오 시집 『한밤의 가수』는 타이완판 『한밤의 가수』의 번역판이 아니다. 타이완판 『한밤의 가수』와 각각 96년, 99년에 출판된 두 권의 시집을 합쳐서, 비록 번역이기는 하지만, 새로운 판본으로 만든 것이 한국어판 『한밤의 가수』이다. 이 점, 전반적으로 양호한 번역 상태와 함께 이 책의 의의를 더욱 크게 해주었다고 생각된다.
※ 『한밤의 가수』는 재단의 외국문학 번역지원을 받아 문학과지성사에서 대산세계문학총서로 발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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