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국경을 뛰어넘은 스페인어권 최고 권위의 문학상- 멕시코의 ‘후안 룰포 라틴아메리카 카리브 문학상’ |
| |
멕시코 작가 후안 룰포(Juan Rulfo, 1917～1986)는 지극히 독창적이고 예외적인 작가다. 일곱 살 때 부친이 살해되고, 열세 살 때 어머니를 잃는 스산한 삶을 살았다. 공부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중고등학교와 대학교까지 청강생으로 전전했다. 룰포는 칠십 평생을 살면서 단지 두 편의 작품만을 남겼을 뿐이다. 단편집 『불타는 평원』(1953)과 소설 『페드로 파라모』(1955). 『페드로 파라모』를 발표한 이후로는 문학과는 사뭇 거리가 있는 곳을 떠돌았다. 텔레비전 방송국, 영화판, ‘국립인디오협회’ 등등. 하지만 룰포는 『페드로 파라모』 한 편으로 멕시코 문학에서 불멸의 작가로 남았고, 또 멕시코 문학을 세계문학의 최정상에 올려놓았다(우리나라에는 2003년 정창의 번역으로 민음사에서 발간되었다). 후안 룰포 라틴아메리카 카리브 문학상(Premio de Literatura Latinoamericana y del Caribe Juan Rulfo, 일명 후안 룰포 문학상)은 이런 후안 룰포를 기념하기 위해 제정되었다.
후안 룰포 문학상은 ‘멕시코 문화․예술 진흥을 위한 국가자문위원회’, 과달라하라 대학, 할리스코 주, FCE(Fondo de Cultura Económica) 출판사가 주도하여 여러 기업체의 후원을 받아 1991년에 제정되어 현재 과달라하라 국제도서전(Feria Internacional del Libro de Guadalajara)이 주관하고 있다. 수상 대상 작가는 라틴아메리카, 카리브 지역, 이베리아 반도에서 활동하는 현대 작가들이며, 작가들이 사용하는 언어에는 제한이 없다. 제정된 지 15년밖에 되지 않았으나 스페인어 권에서 가장 권위 있는 상으로 간주된다. 상금은 10만 달러. 각국을 대표하는 일곱 명의 전문가로 구성된 심사위원회에서 수상자를 결정한다. 수상 날짜는 매년 11월에 열리는 ‘국제도서전’ 개막일.
연도별 수상자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991년(제1회): 니카노르 파라(Nicanor Parra, 칠레, 1914), 1992년: 후안 호세 아레올라(Juan José Arreola, 멕시코, 1918～2001), 1993년: 엘리세오 디에고(Eliseo Diego, 쿠바, 1920～1994), 1994년: 훌리오 라몬 리베이로(Julio Ramón Ribeyro, 페루, 1929～1994), 1995년: 넬리다 피뇬(Nélida Piñón, 브라질, 1937), 1996년: 아우구스토 몬테로소(Augusto Monterroso, 과테말라, 1921～2003), 1997년: 후안 마르세(Juan Marsé, 스페인, 1933), 1998년: 올가 오로스코(Olga Orozco, 아르헨티나, 1920～1999), 1999년: 세르히오 피톨(Sergio Pitol, 멕시코, 1933), 2000년: 후안 헬만(Juan Gelman, 아르헨티나, 1930), 2001년: 후안 가르시아 폰세(Juan García Ponce, 멕시코, 1932～2003), 2002년: 신티오 비티에르(Cintio Vitier, 쿠바, 1921), 2003년: 루벤 폰세카(Ruben Fonseca, 브라질, 1925), 2004년(제14회): 후안 고이티솔로(Juan Goytisolo, 스페인, 1931). 재미있는 것은 열네 명의 역대 수상자들 중에서 후안 룰포와 이름이 같은 사람이, 그러니까 후안이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이 무려 다섯 명이나 된다는 것이다. 물론 후안이라는 이름이 흔하긴 하지만.
수상작가들 중 제1회 수상자인 니카노르 파라는 시인이다. 1937년에 『이름 없는 가곡집 Cancionero sin nombre』을 낼 때만해도 그의 시는 회고적이었고 감상적이었다. 그러나 이후 돌변하여 자신이 ‘반시(反詩, antipoemas)’라고 명명한 시에 주력하게 된다. 반수사적(反修辭的)인 일상언어, 심지어 욕지거리까지 간간이 섞어가며 문제덩어리 세상에 대고 푸념을 늘어놓는다. 『시와 반시 Poemas y antipoemas』(1954) 출간 이후 열 두 권의 시집을 내놓았다. 1969년에 칠레 국가문학상을 수상했다.
제14회 수상자 후안 고이티솔로는 바르셀로나 태생의 소설가이다. 1956년에 파리로 이주한 후에 마그레브에 머물며 미국, 캐나다 등지의 대학을 오가며 강의하고 있다. 『손장난 Juegos de manos』(1954)을 시작으로 유고슬라비아 내전을 다룬 『포위 El sitio de los sitios』(1995)에 이르기까지 많은 작품을 남겼다. 그의 작품에는 스페인의 전통과 서구의 가치관을 저버릴 수밖에 없었던 지식인의 고뇌 및 파리에 사는 이방인으로서의 쓸쓸함 등이 잔잔하게 표현되어 있다.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