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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역에서 온 사나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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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운 이가 있었다.
집들은 드문드문 떨어져 있고, 아마도 그에겐 아내나 아이도 없었던 모양이다. 일찍 밭으로 나가 일할 때는 몰랐지만 해는 뉘엿 지고 집으로 돌아와 흙 묻은 발을 닦고 툇마루에 걸터앉아 붉은 노을을 바라보자니 마음이 처연해지는 거라. 사람이 한없이 그리웠다.
마실 나가 볼 곳은 있지만 친구들이 가족들과 오그락복작 알콩달콩 지내는 걸 보면 매양 갈 수도 없고 그래서 그는 혼자서 노래를 부른다.
서산에 해지고 동산에 해뜨고
그런데 어디선가 그 노래를 따라하는 소리가 들린다.
어떤 사내인데…… 내 나이 또래의 사내인데…… 음성이 맑은 것이 성품도 맑겠구나.
그는 누군가 찾아올까, 인기척이 날까 기대하는 마음에 두근거리며 노래를 이어간다. 과연 멀리서 사람 그림자가 어른거리더니 점차로 다가온다. 그보다는 젊어보였지만 아무튼 그와 이야기가 통할 것 같은 사내였다. 가까이서 보니 어깨가 넓고 키도 그보다 컸으며 얼굴이 붉었다. 온몸에 털이 많이 나 있었다.
그는 그에게 혹시 저녁을 먹겠는가고 묻는다. 사내도 식전이라 하니 이 외로운 이는 겸상을 차린다. 얼마 만에 차려보는 겸상인가! 붉은 사내는 메밀묵을 특히 좋아했다.
상을 물리고 두 사람은 고누도 두고 노래도 더 부르고 농사 이야기며 이웃에 있는 재미난 이들 이야기도 주고받았다. 이 사내는 농사에 대해서는 듣기만 했지만 장사를 잘하는지 돈을 벌기는 아주 쉬운 듯이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말 이야기를 많이 했다. 전에 살던 동네에서 얼마나 멋진 말을 가졌던가를 이야기했다. 윤기 나는 갈기며 말이 달릴 때면 올라오는 구수한 냄새며.
둘이 두런두런 이야기를 하다보니 벌써 첫닭이 운다. 사내는 이제 가봐야겠다고 했다. 주인은 오늘 저녁에도 오겠는가고 물어본다. 사내는 와도 좋겠는가고 도리어 반문하더니 주인장만 좋다면 오겠다고 한다. 이래서 두 사람 사이에 교분이 생겨났다.
붉은 사내는 가난하게 사는 주인장이 딱해보였던지 가끔은 엽전 꾸러미도 방 한구석에 던져놓고 갔다. 주인이 뭘 이런 걸 주느냐고 돌려줄라치면, 매일 와서 저녁밥 먹는 값이나 밤마다 등잔 켜는 값이려니 치라고 손사래를 쳤다. 붉은 사내가 주는 돈은 저녁값으로도 기름값으로도 턱없이 높아서 주인집의 살림은 날로 펴갔다.
밤마다 놀다보니 주인은 아침잠이 많아졌다. 그의 밭은 점차로 묵정밭이 되어 갔다. 가까이서 일하는 이웃들이 사정을 모를 리가 없게 됐다. 한 이웃이 그의 집으로 마실을 왔다. 주인이 고깃국을 올린 겸상을 내오니 이웃은 깜짝 놀랐다.
“자네 살림이 아조 많이 폈군 그래.”
“그래, 내가 친구를 잘 두어 이렇게 자네 대접도 하게 됐네 그려.”
“자네 밭에 잡초가 우거져서 아주 못쓰게 되어가던데 어찌된 일인가.”
“응, 내가 요즘 아침잠이 많아져서…… 이제 곧 나가서 김을 매겠네” 하고 둘은 수저를 든다. (중략)
* 본 작품의 전문은 <대산문화> 2005년 여름호를 통해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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