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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대한 첫 인상이 어때요?

편집자 주) 오르한 파묵은 제2회 서울국제문학포럼에 참가한 후 터키로 돌아가, 한국에 대한 인상을 터키 유수 신문인 사바흐 신문(Sabah Gazetesi)에 기고(2005년 6월 5일자)했다. 『대산문화』에서는 이 기사의 전문을 파묵 소설의 번역가이자 한국외대 중동연구소 연구교수로 있는 이난아 씨의 번역으로 수록한다.

“한국에 대한 첫 인상이 어때요?”, “한국어가 귀에 어떻게 들리나요?”
  한국 방문은 내게 있어 이번이 처음이었다. 인천 공항에 도착한 후 10분이 지나 내게 위와 같은 물음들을 던지는 것을 보고 한국인들이 터키인들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한국인들도 터키인들처럼 다른 사람들이 자신들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무척 궁금해 하는 것 같다. 한국에서도 정체성과 민족주의의 위기에 대한 고민이 있는 듯하다. 하지만 이 고민은 터키처럼 격하거나, 위험하거나 치명적이지 않다. 최근 20년 동안의 한국 경제의 기적이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나 민족주의에 대한 관심을 약화시켰고, 삶에 대해 우리보다 더 긍정적이며 관용적으로 바라보는 행복한 사람으로 만든 듯하다. 한국 지식인들, 문학인들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가들에게, 자신들이 세계에 충분히 알려지지 못했다고 섭섭해 하며, 한국 작가들을 세계에 어떻게 알릴 수 있겠느냐고 묻기도 했다. 이러한 이야기들을 나누는 동안에 한국인들은 다음과 같은 말을 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해 자부심을 느끼는 것 같았다.

  “우리나라는 국민총생산이 세계 12위인 부유한 나라입니다.”

  한국인들은 이러한 성공을 세계에 확인시키는 행복감을, 얼마 전 난치병에 걸린 사람들의 줄기 세포를 복제할 수 있다는 실험에 성공한 한국인 과학자 황우석 박사로 인해 다시 한 번 맛보게 되었다. 미국의 부시 대통령이 인간복제를 우려한다는 이유로 황우석 박사의 연구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을 때, 한국인들은 과학과 현실에 대한 열정 그리고 민족주의적인 감정으로 하나가 되었다. 한국 정부와 국민들은 부시의 이러한 발언에 대해 황우석 박사를 지지하고 격려했다고 한다.

  내가 참석한 서울국제문학포럼에서 언급되었던 다른 하나는 일본이 한국에 사과하는 문제와 관련된 것이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이 한국과 중국을 상대로 한 가혹 행위는 잊혀질 만한 것이 아니었다. 한국 여성을 종군위안부로 데리고 가 일본 군인들에게 성적 노예로 제공한 것 등의 잔악함을 포함한 과거의 만행을 잊지 않고 있으며, 최근 이 나라들 사이에 긴장이 감돌고 있다는 것은 전 세계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이번 포럼에 참가한 일본 작가 오에 겐자부로는 자기 나라가 과거에 행한 이 잔악한 행위에 대해 사과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며, 이것이 민주적인 행동의 일부라는 것을 온화한 어조로, 우호적이고 진지하게 말했다. 하지만 자기 나라의 급진 민족주의자들과 보수주의 정치인들에 대해 언급할 때는 위와 같은 온화한 모습이 아니었다.

  “일본은 절대 악행을 행하지 않고, 악행을 저질렀다 하더라도 이를 받아들이고 사과하지 않는다”라는 관점을 가지고 있는 일본의 ‘민족주의자’ 정치인들과 언론 관계자들이 그의 심기를 불편하게 한 것이 확연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과 일본에서 과거의 죄악을 언급하는 방식이 터키와 중동에서의 양식보다 더 유연하고 인간적이라는 것을 느꼈다.

  한국이 과거에 대해 관용적이며, 신뢰감 있게 바라볼 수 있는 이유는 어쩌면 최근 전 세계를 놀라게 하고 있는 자국의 부유함과 관련이 있는 것 같다. 나는 서울에서 이 세상 어디에서도 보지 못했던 휘황찬란한 건물들(멋진 감각들로 치장된 건물들이었다), 호텔 로비들과(세계에서 가장 멋진 엘리베이터들은 서울에 있다) 서점을 보았다. 이 아찔할 정도의 부유함과 경제 성장으로 인해 하루에 12시간 일한다는 즐거움에 대해 언급하는 사람들, 일 때문에 남편의 얼굴을 마음껏 보기 못하기 때문에 외로움을 느낀다고 불평하는 여성들, 혹은 자신의 유일한 즐거움은 토요일 오후 사람들로 꽉 찬 격납고처럼 넓은 서점에서 돌아다니는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들과 만났다. 유명 브랜드 상점들이 줄지어 서 있는 서울의 넓고, 호화로운 거리에서 불우한 사람들에게 음식을 나누어 주는 장소에 줄지어 서 있는 사람들도 보았다. 하지만 한국의 빈부차이는 터키보다 심하지 않는 것이 분명하다.

  서울국제문학포럼에 초청된 작가들, 그러니까 내가 보았던 그 커다란 서점에서 책들이 팔리고 있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가들은, 이러한 유의 세미나에서 내가 항상 목격했던 것처럼, 우울함과 외로움에 묻혀 호텔 식당에서 혼자 아침 식사들을 한다. 나는 포스트모던과 실험적인 소설로 세계적으로 유명하며, 내가 존경하는 작가들 중 한 명인 로버트 쿠버와 함께 모닝커피를 마시며 정담을 나누었다. 하지만 우리의 대화 주제는 포스트모더니즘이 아니라, 쿠버가 1954년 미국 해군으로 근무하고 있을 때, 제6함대를 타고 들렀던 이즈미르(터키 에게 해에 있는 도시명) 시에서 친구들과 함께 나섰던 멧돼지 사냥이었다.

  한국의 실제 심각한 문제는 북한이다. 기아에 허덕이며, 세상과 단절된 그 이상한 독재국가는 핵을 보유하고 있다고 만천하에 밝히며, 마치 손에 들고 있는 무기로 자기 자신과 모두를 죽이겠다고 위협하는 문제성 많은 형제처럼 우리 모두를 두렵게 하고 있다. 이러한 위험을 관찰하기 위해 다른 작가들은 판문점으로 갔지만 나는 그 대열에 참석하지 않았다. 대신 내 소설의 한국어 번역자이자(나의 소설 『눈』이 최근에 한국어로 번역되어 나왔다) 나의 친구인 이난아 씨 그리고 친구들과 함께 동해로 갔다. 바닷가에서 미역국을 마시고, 회와 소라를 먹으며 소주도 마셨다. 나의 이모부가 한국전쟁에 참전했고, 이모부의 한국 관련 이야기로 어린 시절을 보냈기 때문에 한국은 내게 그리고 우리들에게 항상 가까운 나라로 여겨졌다. 한국에서도 터키에서처럼 토끼 같은 이빨을 한 귀여운 꼬마들이 키가 큰 외국인이 지나가면 “헬로, 헬로!”라고 소리친 후, 자기들끼리 얼굴을 마주 보며 깔깔거리고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