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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목소리로 평화를 이야기하고 소통한 깊은 울림- 제2회 서울국제문학포럼 성황리에 개최

   재단과 문예진흥원이 공동주최한 제2회 서울국제문학포럼이 막을 내렸다. ‘평화를 위한 글쓰기 Writing for Peace’를 주제로 지난 5월 24일부터 26일까지 3일 동안 세종문화회관에 열린 이번 포럼에는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오에 겐자부로를 비롯해 장 보드리야르, 르 클레지오, 오르한 파묵, 로버트 쿠버, 볼프 비어만, 루이스 세풀베다, 모옌 등 세계적인 작가와 석학 19명이 참가했다. 국내에서도 고은, 백낙청, 오정희, 이인성, 조정래, 황석영 등 60여명의 시인, 소설가, 평론가들이 참여했다. 포럼에 참가했던 한 외국 작가의 말처럼 해외에서도 사례를 찾아보기 힘든 대규모 문학포럼이었다. 지난 2000년에 이어 세계적인 작가들이 서울에 모여 현재 우리가 처해 있는 상황과 작가들의 역할을 진지하게 논의했다는 점에서 한국의 문화적 역량을 한 단계 높여준 행사였다. 언론은 망명을 했거나 추방을 당했으면서도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개인적 신념을 지키고자 했던 작가들에게 많은 관심을 보였다. 참가자들은 만찬장에서 그리고 출국에 앞서 많은 것을 느끼고 배웠다는 감사의 말로 이번 포럼에 참가한 감회를 피력했다.

  메인 포럼 전야제로 23일 열린 환영리셉션에는 국내외 참가자와 문인, 학자, 주한 외교사절 등 150여 명이 참석했다. 신창재 재단 이사장의 환영사와 정동채 문화관광부 장관의 축사로 시작된 리셉션은 약 1시간가량 진행되었다. 한국전쟁 당시 북한측 종군기자로 활동했던 헝가리 출신 작가 티보 머레이는 서울평화선언을 제안하였다.

  제2회 서울국제문학포럼은 24일 오전 10시 개회식과 함께 막이 올랐다. 사흘 동안 계속된 포럼에서 국내외 작가들은 ‘인간가치와 정치변화’, ‘문학과 보편적 인간가치’, ‘동아시아 국제질서의 이상’, ‘힘의 질서와 인간가치’, ‘비서구사회와 근대성’, ‘평화와 차별: 성, 인종, 종교’, ‘기술변화와 소통의 세계화’, ‘환경, 지속가능한 경제발전 그리고 문학’ 등 13개 주제에 대해 주제발표를 하고 토론을 벌였다. 세계 평화의 이상, 인간 공동체에 존재하는 균열과 갈등, 서양과 비서양 세계의 관계, 서양 근대성의 영향, 변화하는 문학적 소통의 양식, 환경과 문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논의가 진행되었다. 행사장에는 연일 청중들이 가득 찼고 발제를 마친 작가들은 한동안 사인 공세에 시달려야 했다. 사흘 동안 포럼장을 찾은 청중은 2천여 명에 이른다. 시간이 여의치 않아 포럼장을 찾지 못한 사람들은 인터넷 생중계를 통해 발표를 들을 수 있었다.

  국내외 참가자들은 25일 오후 7시 롯데호텔에서 열린 ‘작가의 밤’ 행사에서 다시 만났다. 퓨전 국악 공연팀인 신모듬의 연주로 시작된 문학의 밤 행사에서는 기타를 치며 ‘아침이슬’을 부른 독일 시인 볼프 비어만이 단연 인기가 높았고 고은, 김광규, 개리 스나이더, 르 클레지오가 시낭송을, 마거릿 드래블과 토마스 브루시히가 소설낭독을 하였다. 인간문화재 안숙선 명창의 판소리 흥부가 한 대목도 흥을 더했다.

  메인 포럼 이외에 70여개의 다양한 부대행사도 함께 펼쳐졌다. 오에 겐자부로, 루이스 세풀베다, 르 클레지오, 베이 다오, 개리 스나이더는 교보문고에서 강연회와 사인회를 가졌다. 뿐만 아니라 참가작가들은 서울대, 고려대, 서강대, 이화여대, 한국외국어대, 단국대 등 주요 대학에서 강연을 하였고 신문, 방송 등과의 인터뷰, 좌담 등에 참석해 한국 독자들과 직간접적으로 만났다.

  국내외 참가자들은 이번 포럼의 마지막 일정으로 27일 오전 판문점과 비무장지대를 방문하였다. JSA(공동경비구역)를 관할하는 부대를 찾아 브리핑을 들은 해외 작가들은 남방한계선을 지나 판문점에 도착하였다. 얇은 콘크리트선 하나를 두고 남북한 병사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현장을 보자 긴장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마음속에 이곳 풍경을 담고 간다’는 오에 겐자부로를 비롯하여 모두들 안타까운 마음으로 첨예한 대립과 분단이 해소되기를 바라는 모습이었다.

  판문점 방문을 마친 작가들은 세계 평화를 호소하는 ‘서울평화선언’을 발표하였다. 선언문은 국제정치 도구로서의 전쟁 종식, 핵 확산 금지와 전 지구적 무장해제를 위한 노력, 부당한 차별의 철폐와 모든 인간을 위한 평등한 권리와 혜택 등 7개 항을 지구상의 모든 사람들에게 제안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해외 작가 17명과 국내 참가자 61명 등 총 78명이 평화선언문에 서명했다.

  서울평화선언문에 명시되어 있듯이 평화를 주제로 포럼을 열고 선언문을 발표한다고 해서 세상의 현재나 미래를 극적으로 변화시킬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13개국에서 참가한 80여명의 작가가 일주일 동안 한목소리로 평화를 이야기하고 서로 소통하며 나눈 경험은 지구촌 곳곳에서 깊은 울림으로 오래도록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