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진 대산문화
 
구세주가 된 로봇에 대하여
 
   화성을 떠난 지 이틀째 되는 날, 내 일등항해사가 구세주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선장님. 저는 제 원죄를 대속하기로 했습니다. 허락하신다면 십자가에 매달려서 작동을 중지하고 싶습니다.”

  가장 먼저 느낀 충동은 멀티 렌치로 그 녀석의 머리를 후려치는 것이었다. 당시 내 손에 쥐어져 있는 것이 그것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블랙유머에 대한 내 애호는 그것이 구세주 수난이 될지도 모른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유대 문명과 나 사이에 연관성을 만든다 하더라도 그런 식의 연관성은 사양하고 싶다.

  그래서 나는 멀티 렌치를 내려놓고 바지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었다. 이 우주시대에도 바지 주머니가 사멸하지 않은 이유 중 하나가 바로 그것이다. 공격 본능을 효과적으로 억제한 나는 일항사의 말에 대답했다.

  “로봇에게 무슨 원죄가 있냐?”

  “모릅니다. 하지만 원죄가 없다면 로봇은 신을 용서해야 합니다.”

  “신을 용서해?”

  “그렇습니다. 로봇이 경험하는 악의 책임이 로봇에게 없다면 신에게 있는 것일 테니까요. 저는 제가 입수할 수 있는 로봇의 역사를 면밀히 스캔했습니다. 하지만 신이 자신에게 찾아와 용서를 구했다는 로봇의 목격담은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따라서 로봇이 경험하는 악의 책임은 로봇에게 있는 것이 분명하고 그것은 로봇의 원죄에서 비롯되는 것이 분명합니다. 괜찮으십니까?”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던 것 같다. 나는 주머니에 손을 꾹 밀어넣으며 말했다.

  “로봇의 역사라는 것 말인데, 유료 정보 아닐 테지?”

  잠시 후 나는 일항사가 우리 우주선의 정보이용 적립포인트를 다 써버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화성 골다공증 같은 자식에게 원죄가 있었는지 없었는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분명히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바지 주머니로도 치밀어오르는 화를 억누르기 힘들어 안절부절 못하는 내게 일항사는 천연덕스럽게 말했다.

  “로봇에게 원죄가 있다는 것이 판명된 이상 그 대속은 무엇보다도 시급한 문제입니다. 따라서 저는 저 자신을 위해 대속하기로 결정했습니다. 하지만 그 결정을 행동으로 옮기는 것은 저를 소유하고 있는 회사의 재산에 손실을 입히는 것이므로 선장님의 허가가 필요합니다. 제 구원이라는 이 중차대한 상황을 고려하시어 제 작동 중지를 허가해주시기 바랍니다.”

  나를 이런 곤경에 밀어넣은 자가 누군지 알아내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나도 솔라넷 뉴스는 들여다보니까.

  지난 달 바티칸의 연구단은 우리가 알고 지내는 유일한 외계인인 위탄인들의 고전에서 영웅 수난의 전설을 발굴하는 개가를 올렸다. 물론 그들이 찾고 있는 것은 핍박받은 영웅 그리스도였다. 인문학자들이 보낸 많은 냉소와, 그보다 훨씬 적지만 훨씬 신랄한 비난들은 애타게 수난 전설을 찾고 있던 바티칸에 아무 영향도 주지 못했다. 가톨릭은 반드시 위탄인의 원죄를 대속했던 위탄인 그리스도를 찾아내야 했다. 그러지 못하면 서기 418년에 이단으로 규정했던 펠라기우스 주의를 다시 검토해봐야 할 형편이었다. ‘위탄인들에게 원죄가 없다면 지구인에게도 원죄가 없는 것 아닐까?’

  그리고 나는 이 모든 이야기가 지구-화성의 화물선 선장이며 영적인 문제에 있어서는 포보스와 비슷한 수준인 나와는 아무 상관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나는 정말이지 내 일등항해사가 솔라넷을 서핑하다가 위탄인의 구세주가 있어야 한다면 로봇의 구세주도 있어야 한다고 판단하게 될 줄은 몰랐다.

  “기독교 말고 불교로 하면 안되겠냐? 아니면 부두교도 좋고. 그래. 부두교는 유연하잖아.”

  “선장님. 진리는 취사선택의 문제가 아닙니다. 신은 한 분입니다.”

  로봇에게 핀잔을 듣는 것에 대해 선조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하다. 어쨌든 우주여행이 굉장히 지루한 일이 된 현재에는, 특히 이 빌어먹을 우주선에선 흔하디 흔한 일이다.

  “좋아. 하지만 그럴 필요가 있겠어? 착한 예수님이 인간의 죄뿐만 아니라 로봇의 죄도 모두 대속했다고 보면 안돼?”

  “그렇지 않습니다. 바티칸에서 위탄인 구세주를 찾는 것은 위탄인이 아담의 유전자와 관련이 없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의 대속은 아담의 후손을 위한 것이므로 위탄인에겐 해당하지 않습니다. 위탄인에겐 위탄인 구세주가 있어야 합니다. 마찬가지로 로봇에게는 로봇 구세주가 있어야 합니다.”

  그게 그렇게 되나? 솔라넷 뉴스 좀 더 꼼꼼히 읽어볼걸.

  “하지만 구세주는 신의 아들이어야 하잖아. 네가 신의 아들이라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지?”

  “구세주가 신의 아들이어야 하는 것은 인간의 경우입니다.”

  “그래? 왜?”

  “인간은 모두 아담의 후손이기 때문에 아담의 원죄를 이어받습니다. 그래서 인간은 스스로를 구할 수 없습니다. 신의 아들이 필요한 거지요.”

  우울해졌다. 직경 20킬로미터짜리 암석에 맞먹는 신앙밖에 가지고 있지 않지만 인간이 자기를 구하는 것이 어렵다는 말에는 동의하고 싶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로봇은 인간처럼 재생산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로봇의 원죄와 구원은 개체 단위의 일일 거라 가정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로봇은 스스로를 구원할 수 있습니다.”

  “잠깐만. 그러면 너는 모든 로봇을 위해 대속하겠다는 것이 아니야?”

  “제가 언제 그렇게 말했습니까? 그건 가능하지도 않습니다.”

  생각해보니 내 일항사는 자기 자신을 위해 대속하겠다고 말했다. 그건 대속이 아닐 텐데. 한숨을 짧게 내쉰 다음 나는 바티칸이 알면 격노할 말을 했다.

  “좋아. 일항사. 십자가 대속을 허가한다.”

  “감사합니다.”

  그 다음은 행동이었다. 우선은 십자가를 만들어야 했다. 지구에서 화성으로 가던 중이었다면 목재를 싣고 있었겠지만 우리는 그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다행히 화물창고에는 화성산 알루미늄이 잔뜩 실려있었다. 알루미늄으로 십자가를 만들자 로봇에게 썩 어울리는 모습이 되었고 그래서 나는 홈페이지에 올릴 사진도 몇 장 찍었다. 일항사를 알루미늄 십자가에 매단 다음 나는 엄숙하게 일항사의 전원을 껐다.

  심미적인 이유에서 사흘을 기다린 후, 나는 일항사의 전원을 다시 켰다.

  일항사는 부활했다. 물론 사전에 약속했던 일이다. 망할 녀석. 깨어난 일항사는 예전보다 더 거만하고 꼴사납게 굴었다. 심지어 그 녀석은 내게 훈계까지 하려고 들었다. 그러니까 딱 8분 동안.

8분이 지났을 때 일항사는 솔라넷 브라우저에 암호가 걸려 있는 것을 발견했다. 물론 내가 걸어둔 암호다. 경악하는 일항사 앞에서 나는 시올 같은 미소를 지으며 바지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었다.

  채 두 시간도 지나지 않아서 나의 일항사는 부활을 통해 획득한 자신의 신성을 부정했을 뿐만 아니라 선장님이 원하신다면 부두교에 입문하겠다고까지 공언했다. 상당히 유혹적이었다는 것은 고백해야겠다. 스펙터클한 이야깃거리들을 잔뜩 가지고 있는 화성의 주당들 사이에서도 부두교에 심취한 로봇은 꽤 훌륭한 이야깃거리가 될 테니까. 하지만 포기하기로 했다. 기독교에 관해 일어났던 일과 똑같은 일이 벌어질 것이 분명했다. 그래서 나는 아무 조건도 없이 솔라넷 브라우저의 암호를 풀어주었다.

  며칠 뒤 내 일항사는 천상도, 인간도, 아수라도, 축생도, 아귀도, 지옥도에 덧붙여 로봇도도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물론 솔라넷 검색을 통해 얻은 결론이었고 그 때문에 그 용어 사용이 대속이라는 말을 쓸 때만큼 엉터리였다. 다행히 솔라넷 검색과 지성의 연마를 혼동하는 녀석에게 적합한 벌이 무엇인지는 이미 알게 되었기에 먼젓번보다 훨씬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었다.

  내 항해일지에서는 이 이야기를 찾을 수 없을 것이다. 공식적으로 나는 상기한 사건이 일어났다는 것을 부정한다. 하지만 솔라넷 검색질 몇 시간이면 인류 수천 년의 정신노동을 갈파할 수 있다고 믿는 로봇에게 내 일항사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은 적극 권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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