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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의 우편배달부와 이탈리아의 우편배달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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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블로 네루다(1904∼1973)는 널리 알려진 칠레 시인이다. 「스무 편의 사랑의 시와 한 편의 절망의 노래」라는 뛰어난 연애시집을 낸 시인, 「모두의 노래」 같은 서사시를 썼으며 망명 생활도 한 민중시인, 노벨 문학상을 받은 시인……. 이것은 네루다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정보들이다. 사실 네루다의 시를 감상하는 데는 이런 정도의 정보만 있어도 충분할 것이다. 아니, 시를 감상하기 위해서만이라면 이런 정보조차도 필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때로는 정확한 사실을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영국 감독인 마이클 레드포드가 이탈리아에서 만든 영화 <우편배달부(Il Postino)>를 본 사람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이 영화를 본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네루다를 좋아하는 어떤 시인까지도, 이 영화가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로 잘못 알고 있다. 그러나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가 아니다. 망명 중이던 네루다가 이탈리아의 이스키아라는 작은 섬에서 귀국해도 좋다는 소식을 듣기는 하지만(애덤 펜스타인, 김현균․최권행 옮김, 『빠블로 네루다』 참조), 이 영화는 안토니오 스카르메타의 소설 『불타는 인내(Ardiente Paciencia)』(우석균 옮김 / 영화화 이후에 『네루다의 우편배달부(El Cartero De Neruda)』로 개명)를 바탕으로 해서 만든 영화다. 그리고 소설과 영화는 크게 다르다.
우선 배경부터 전혀 다르다. 소설은 네루다의 별장이 있던 칠레의 ‘이슬라 네그라’라는 해안 마을을 무대로 하고 있지만, 영화는 이탈리아 나폴리 부근의 작은 섬을 무대로 하고 있다. 또 소설의 시간은 1969년부터 1973년, 그러니까 당시의 비공산권 국가들 가운데에서 처음으로 마르크시스트인 살바도르 아옌데가 대통령에 당선되기 전부터, 미국의 사주를 받은 피노체트의 쿠데타로 아옌데가 살해당하고, 암에 걸린 네루다도 숨을 거둘 때까지다. 그러나 영화에서는 1948년에 수배자가 된 네루다의 도피․망명 생활이 끝나는 1952년의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파도 소리, 갈매기 울음소리, 종소리 등을 녹음해서 네루다에게 보내주는 것도, 소설에서는 파리 대사로 부임한 네루다의 부탁으로 마리오가 녹음을 하는데, 영화에서는 마리오가 귀국한 네루다에게 이탈리아의 작은 섬마을을 상기시키기 위해 자발적으로 하는 것으로 설정되어 있다.
그리고 인물도 다른데, 소설의 마리오와 베아트리스는 10대 후반이지만, 영화의 마리오와 베아트리스는 30대와 20대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소설은 발랄하고 상큼하게 이야기를 풀어나가지만(포복절도할 부분들도 적지 않다), 영화는 차분하게 이야기를 들려준다(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양식이 다른 것은, 주인공의 나이 때문이라고 짐작된다). (중략)
* 본 원고의 전문은 <대산문화> 2007년 가을호 지면을 통해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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