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빨간옷을 입다 |
| |
옷을 사랑하는 여자가 있었어. 그녀는 수많은 옷들을 사들였지. 아주 아주 예쁜 옷만 샀는데도 방이 금방 가득 찼어. 어쩔 수 없이 몇 번 입지도 않은 옷들이 눌려진 채 옷장 구석에 갇히거나 버려졌어. 정말 안타까운 일이야. 방이 운동장만 했더라면 좋았을걸.
그녀는 옷을 정말 잘 입었어. 얼마나 잘 입는지 어쩔 땐, 옷걸이가 걸어 다니는 것 같았으니까.
그녀는 옷을 사랑했어. 귀여운 옷, 우아한 옷, 세련된 옷, 특이한 옷. 그녀가 사랑한 수많은 옷 중에는 무시무시한 옷도 있었지. 그래, 그 옷이 바로 빨간옷이야. 이 이야기는 빨간옷의 저주에 대한 이야기지.
그 여자, 이름이 비……아니, 티였던가? 맞아! 에이야.
에이는 어느 날, 빨간옷을 발견 해. 하얀 드레스만 파는 가게에서, 유일하게 빨간 옷을 보게 되지. 유리 너머, 마네킹이 입고 있는 몸에 딱 붙는 니트 원피스. 눈 위에 떨어진 피처럼 맑은 빨간색이었지. 완벽한 빨간색이었어.
“저렇게 선명한 빨간색은 처음이야!”
에이는 그만 빨간옷에 확 홀리고 말았어.
끼익-.
문을 열고 가게 안으로 들어섰어. 점원은 에이를 위 아래로 훑어보고는, 말도 걸지 않았어. 선뜻 발을 들여놓기가 두려운 고급스러운 가게였어. 그 가게에는 모든 옷들이 딱 한 벌 밖에 없었지.
에이는 빨간옷을 가리켰어.
“저 옷은 입어 볼 수 없어요.”
점원은 아주 불친절했어. 그리고 빨간옷은 너무 비쌌지.
에이는 할 수 없이 돌아서야만 했어. 하지만 빨간옷을 갖고 싶은 마음은 사라지지 않았어. 딱 한번이라도 그 옷을 입어보고 싶었어. 그 옷이 팔려 나갈까봐 불안해 잠도 잘 수 없었지. 에이는 마침내 아끼는 옷들을 팔아 돈을 마련했어. 물론 더 작은 집으로 이사도 해야 했지.
에이가 가게로 달려갔을 때, 빨간옷은 없었어.
“팔렸어요.”
“그 옷을 구할 수 없을까요?”
“우리는 똑같은 옷은 절대 만들지 않아요.”
에이는 어떻게 해서든 그 옷을 갖고 싶었어. 에이는 옷을 사간 사람이 누구인지 가르쳐달라고 졸랐어. 점원은 가르쳐주지 않았어. 에이는 매일 매일 그 가게를 찾아갔어.
일주일 째 되던 날, 빨간옷이 돌아와 있었어.
“아닌……가?”
분명, 그 옷인데 조금 달랐어. 목둘레가 초콜릿색으로 물들어 있었어. 붉은빛이 도는 초콜릿색이 빨간옷을 신비롭게 만드는 것 같았어.
‘하긴, 예전에는 온통 시뻘겋기만 해서 좀 심심했어.’
에이는 황홀하게 빨간옷을 가리켰지.
“그 옷은 팔지 않아요. 우리는 같은 옷을 두 번 팔지 않아요.”
점원이 단호하게 말했어. 에이가 점원을 노려봤어. 그 옷을 갖기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았어. 점원은 어쩔 수 없다는 듯, 천천히 마네킹에서 옷을 벗겨내 에이에게 주었어. (중략)
* 본 작품의 전문은 <대산문화> 2007년 가을호를 통해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