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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구원을 꿈꾸는 이유 - 희곡집 『인류 최초의 키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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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송보호감호소의 똥 먹는 미친 남자 이야기에 ‘인류 최초의 키스’라는 제목을 붙인 나의 의도는 처음부터 분명하였다. 가장 밑바닥의 가장 더러운 이야기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야기를 만들고 싶었던 것. 그것이야말로 내가 진짜 이야기라고 믿는, 여전히 원하는 이야기다. (그러면서 나는 왜 밑바닥으로 떨어질까봐 늘 전전긍긍일까?)
그 누구도 말릴 수 없는 열정과 의욕에 사로잡혔던 나는 청송보호소를 만들게 한 사회보호법이며, 각종 범죄심리학과 누범자들에 대한 사건관련 자료들을 열심히 뒤적였는데, 결국은 청송 출신의 사람을 만나봐야만 이야기의 핵심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당시 부산에서 시사잡지의 기자로 일하던 나는 취재과정에서 촌지를 주려고 하던 한 무소속 국회의원 후보와의 수치스러운 거래를 통해 드디어 그를 만날 수 있었다.
모두가 자리를 피해 준 그 커다랗고 어두운 사무실에 혼자 앉아 나를 기다리던 그는 날카롭긴 하지만, 살아있는 눈빛을 가진 남자였다. 나의 질문에 그는 최선을 다해 대답해 주었지만, 실은 기억하고 있는 것이 별로 없었다. 어떤 작품을 쓰려고 하는 지에 대한 쓸데없는 나의 사설만 길어진 최악의 인터뷰였다. 무엇보다 나를 절망시킨 것은 그를 통해 발견한 나의 진면목이었다. 난 인터뷰 서두부터 끝까지 그가 ‘무슨 짓을 했는지’를 묻고 싶은 마음을 간신히 누르고 있었고, 그가 직접 얘기해주길 기대하기조차 했다. 나는 그가 엄청난 흉악범이라는 사실에서 한 순간도 벗어나지 못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가 과거에 어떤 죄를 저질렀는가의 문제는 내가 쓰려는 이야기에 정면으로 배치된다. 만약 그것을 물어보았다면 그가 나를 어떤 눈으로 보았을지 끔찍하다.
어쩌면 나는 그가 가진 인생의 무게나 아픔 같은 것은 이해할 수 있었는지 모르지만, 한 인간으로 존중하며 만나는 데는 철저히 실패했다. 그리하여, 나는 내 자신이 결코 그런 이야기를 쓰지 못할 사람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깨끗이 포기했다. 정말로.
내가 다시 이 작품을 쓸 용기가 생긴 것은 뱃속에 아기가 생긴 후였다.
나는 얕은 나의 경험상 사과 씨만한 이 아이가 장차 태어날 이 세상이 살아가기 그리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것과 대부분의 일들이 원하는 대로 되지 않을 것이라는 것 때문에 슬펐다. 또 지금으로선 전혀 예상할 수 없는, 저의 운명 같은 것에서 벗어나기를 간절히 바라며 살아가게 될까봐 두려웠다. 아마 당연히 그럴 것이다.
하지만, 아이의 존재는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나를 행복하게 했고, 난 그것이 인간의 타고난 존재의 아름다움이라는 것을 느끼고, 기뻤다. 그래서 훗날 아이가 자라서 그 어떤 절망이나 고통 속에 놓일 때라도 회복하여 돌아갈 수 있는 아름다움이 있다는 것을 꼭 말해주고 싶었다.
그리고, 내가 쓰고 싶었던 것이 바로 한 인간의 구원에 대한 문제라는 것을 분명히 알게 되었다.
「인류 최초의 키스」는 1999년에 시작하여 2000년까지 2년에 걸쳐 쓰여졌다. 이 작품과 더불어 난 30대가 되었고, 공교롭게도 새로운 천년이 시작되었다.
초라한 언어와 미성숙한 이성으로 점철된 이 작품이 여전히 나의 대표작이 될 수 있는 이유가 바로 그 때문이 아닌가 싶다.
※ 희곡집 『인류 최초의 키스』는 재단의 대산창작기금을 받아 2007년 <연극과인간>에서 발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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