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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글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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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1991년 이래 거리를 지나는 시민들로 하여금 마음의 휴식과 사색의 시간을 갖게 하는 광화문글판. 서울의 한복판 광화문 네거리 교보생명 본사를 비롯해 전국의 교보생명 사옥에 걸리게 될 광화문글판의 가을편 문구를 소개한다.
버려야 할 것이
무엇인지 아는 순간부터
나무는 가장 아름답게 불탄다
어느덧 아침 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스치는 계절이다. 여름의 상징이었던 푸르른 성장과 열정을 보듬어 결실을 추스르고 한 해를 마무리할 채비를 할 때이다. 가을편 문안은 이러한 시기에 우리가 가져야할 마음가짐을 생각해 볼 수 있는 메시지를 선정했다.
인터넷 공모와 선정위원들의 추천을 통해 올라온 후보문안은 총 24편이었다. 7명의 선정위원(장영희 서강대 교수, 최승호 시인, 김광일 조선일보 문화부장, 소설가 공선옥, 김대영 재단 상임이사, 윤상철 교보생명 고문, 서천일 교보생명 브랜드관리팀장)들은 이를 대상으로 2번의 투표를 거쳐 3편의 최종 후보작을 추려내고 그 중 도종환 시인의 「단풍드는 날」을 만장일치로 선정했다. 이례적인 일이었다.
단풍들어 아름답게 불타는 나무들의 모습은 여름내 햇빛 받아 쌓아놓은 엽록소를 버림으로써 이룬 풍경이라고 한다. 이 당연한 자연의 이치는 버림을 통해 최고의 아름다움, 완전한 평화의 경지에 이른다는 불교의 해탈, 혹은 동양적 사상과 한 맥을 이루고 있다. 엽록소로 획일화된 초록을 버리고 얻은 색색의 단풍이야말로 본디 나무가 가진 고유의 색이 아닐까. 학력 위조와 진실 공방으로 시끄러운 요즈음 우리 자신도 혹여 어떤 가식과 거짓으로 포장돼 있는지 되돌아보고 진정한 모습을 찾기 위한 버림과 비움의 대열에 동참해보는 것이 어떨지.
참고로 이번 가을편 문안회의에서 최종 논의된 시구들을 소개한다.
햇빛과 바람과 빗방울이 어울려
여문 씨앗 하나 우람한 나무로 키웠다
- 조향미 「그 나무가 나에게 팔을 벌렸다」 중
버려야 할 것이
무엇인지 아는 순간부터
나무는 가장 아름답게 불탄다
- 도종환 「단풍드는 날」 중
. 가을 저녁 한때
낙엽이 지거든 물어보십시오
사랑은 왜
낮은 곳에 있는지를
- 안도현 「가을 엽서」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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