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 사람의 신화
1975년생이라는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역사적 현실과 관련된 소재를 즐겨 다뤄 주목받고 있는 손홍규가 첫 소설집을 출간했다. 스스로를 거미라 여기는 소녀, 늙은이로 태어나 갓난아이로 죽는 인물 등 신화적 상상력이라 부를만한 이야기의 풍성함 속에 부조리로 가득 찬 현실에 대한 날카로운 고발의식이 번득인다. 특히 소설집 곳곳에서 발견되는 80년 광주에 대한 부채의식이 흥미롭다. 환상과 비현실의 얼개를 통해 세계와 인간군상의 우울한 풍경들을 신랄하나 애정을 잃지 않는 눈으로 그려내고 있다는 평을 받으며 2004년 수혜작으로 선정되었다.
소설 | 신선한 생선 사나이
1970년대 아스팔트 키드 세대의 자화상을 발랄하면서도 페이소스 가득한 필치로 그려낸 김종은의 첫 소설집이다. 궤짝에 든 생선처럼 획일화된 한국의 교육 환경에 대한 통렬한 야유와 냉소를 담고 있는 표제작 「프레시 피시맨」을 비롯 총 9편의 단편이 수록돼 있다. 김종은은 2000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이래 도시적 현실을 해학적으로 묘사한 장편 『서울특별시』로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하는 등 도시적 감수성과 재기발랄한 문체가 결합된 작품들을 꾸준히 발표해 주목받고 있다. 유머와 풍자, 젊은 언어감각에서 발군의 기량을 선보였다는 평을 받으며 2002년 수혜작으로 선정되었다.
소설 | 내 아내의 모든것
도전적인 자의식과 질주하는 형식 실험의 작품으로 문단의 관심을 모아온 김연경이 네 번째 작품집을 발표했다. ‘동세대 작가들과 소재와 형식 면에서 차별화된다’는 평과 함께 ‘새로움(낯섦)과 설익음’이라는 극과 극의 반응을 일으켰던 김연경 소설의 특질이 잘 확인되는 이번 소설집에는 주로 저자의 러시아 유학 체험을 소재로 한 10편의 소설이 수록돼 있다. 다양한 주제와 소재의 중단편들을 계절별로 묶어 배치한 참신한 형식이 돋보인다는 평을 받으며 2003년 수혜작으로 선정되었다.
평론 | 충돌하는 차이들의 심층
황석영에서 박민규, 그리고 최근의 젊은 비평가들까지 다양한 성향의 작가와 작품을 치밀하면서도 따뜻한 작품 읽기를 통해 분석한 서영인의 첫 평론집이 출간되었다. ‘이분법에 근거한 추상화’와 ‘작품의 실상에서 벗어난 제도비평’을 한국 비평계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하며 개개 작품의 개성적인 목소리에 주목하면서도 한국문학의 전체 지형을 함께 사고하는 균형감각이 돋보인다. 넓은 스펙트럼의 작품을 고루 읽고 성실하면서도 균형감 있는 논리로 작품을 분석했다는 평을 받으며 2004년 수혜작으로 선정되었다.
시 | 물오리 사냥
2000년 계간 『시안』으로 등단한 이창수의 첫 시집이 출간되었다. 가족구성원간의 균열, 자아와 세계의 균열, 진솔한 삶과 허무한 시간의 균열 등 대상과 존재의 균열을 예리하게 조망한 61편의 시가 3부로 나뉘어 수록돼 있다. “남에게는 짐짓 위태위태하게 보일만큼 무정부적인 삶의 방식을 택하면서도 실제로는 치밀하기가 이를 데 없는 고도의 시적 상상력을 발산하고” 있는 시인(오탁번), “도시의 황무지를 떠돌면서도 고향의 풍요를 끝내 있지 못하는 자아가 불러일으키는 애틋하고, 침착하고, 무구한 서정을 읽는 즐거움이” 있는 시(이은봉)라는 찬사를 받았다. 풀어진 서정 군데군데 예리한 어둠의 깊이가 호평을 받으며 2004년 수혜작으로 선정되었다.
평론 | 여성, 문학을 가로지르다
90년대 여성문학에 대한 분석에 있어 특히 날카로운 안목을 과시하고 있는 소장 여성 평론가 심진경이 첫 비평집을 상재했다. 심진경은 1999년 『실천문학』으로 등단한 이래 줄곧 ‘여성’과 ‘섹슈얼리티’라는 주제를 중심에 세우고 여성문학 비평의 최선전에서 활동해왔다. 그녀는 자신의 문학의 화두인 ‘여성’을 “상징적 질서의 모순과 틈을 들여다봄으로써 지배 질서의 승인을 거부하고 그 질서 속에서는 포착될 수 없는 욕망과 언어를 드러내는 존재”라는 말로 규정한다. 평론집에는 오정희에서 정이현까지 한국의 대표적인 여성작가들의 작품을 분석한 18편의 평문이 5부로 나뉘어 수록돼 있다. 페미니즘 이론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문학 현장에 활달하게 개입하고 있다는 평을 받으며 2003년 수혜작으로 선정되었다.
시 | 맨발
시인, 평론가 117명이 지난 해 문예지에 발표된 시 중에서 가장 우수한 작품으로 뽑았던 화제시 「맨발」을 표제작으로 한 문태준의 두 번째 시집이 출간되었다. 전통적 농촌 풍경과 정서로의 회귀라는, 첫 시집 이래 시인이 일관되게 추구해 온 시 세계가 화장기 없이 담백한 언어로 표현돼 있다. 시집의 발문을 쓴 평론가 이희중은 문태준의 시가 “단순한 묘사의 독창성이나 수사적 취향에 기댄 것이 아니라 훨씬 더 근원적인 체험의 깊이와 너비에서 비롯된다”고 말하고 있다. 작품 수준이 골고 안정적이며 진정성이 돋보였다는 평을 받으며 2002년 수혜작으로 선정되었다.
아동문학 | 궁시렁궁시렁 나라
하나도 새로울 것 없는 일상의 삶에 동심의 생명력을 부여해 주는 허명희의 동시집이 출간되었다. 일상의 사물이나 생각들이 시인의 상상력과 통찰력을 거쳐 존재의 가치와 의미를 깨닫게 해주는 도구로 탈바꿈하는데, 어린이들의 교육용뿐 아니라 어른들의 정서함양을 위한 책으로도 손색이 없다. 장래 만화작가가 꿈인 초등학교 6학년 학생의 일러스트가 곁들여져 있어 시집 읽는 재미를 한층 북돋운다. 어린이의 눈높이에서 사물을 새롭게 해석한 품격있는 작품이라는 평을 받으며 2001년 수혜작으로 선정되었다.
아동문학 | 엄마의 엽서
가족 간의 사랑과 정을 품위있게 처리한 기량이 돋보이고 능숙한 서정 처리가 일품이라는 호평을 받으며 2003년 창작기금 수혜작으로 선정된 바 있는 하인혜의 동시집이 출간되었다. 시집에는 어린이의 시각으로 바라본 세상을 노래한 52편의 동시가 총 4부로 나뉘어 수록돼 있다. 생활 속에서 쉽게 마주칠 수 있는 대상들을 섬세하고 따뜻한 감성으로 감싸 안으면서도 아이들이 친구를 대하듯 편안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형상화한 솜씨가 뛰어나다는 평이다.
시 | 喪家에 모인 구두들
1998년 ‘시와 반시’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한 유홍준이 첫 시집을 냈다. 불혹을 넘긴 나이에 펴낸 데뷔시집답게 삶에 대한 치기어린 자세를 잘 극복하고 삶과 죽음, 밝음과 어둠을 통찰력 있는 시선으로 아우르고 있다. 창작기금 심사 당시 신선한 발상과 탁월한 이미지 구사 능력, 삶의 구체성에 뿌리를 내린 건강한 상상력이 돋보인다는 평을 받았다. 정진규 시인은 이 시집을 두고 삶의 치욕을 너무 일찍 보아 버린 육체와 영혼이 해부학 실험실의 뜨겁고 흥건한 죽음 이미지로 가득 차 있다는 평도 있지만 어둠과 칙칙함에 갇혀 있지 않고 자유롭고 활달한 구성과 표현을 사용하는 데 시집의 맛과 개성을 보여준다. 삶의 구체성에 뿌리를 내린 건강한 상상력을 선보였다는 평을 받으며 2002년 수혜작으로 선정되었다.
시 | 비열한 거리
대구를 기반으로 창작 활동을 펼치고 있는 박미영이 첫 시집 『비열한 거리』를 펴냈다. 대구라는 도시를 배경으로 암울한 정치·사회적 풍경을 묘사하고 그것에 대한 시인 자신의 이글거리는 분노와 그리고 날카로운 사회 변혁의 메시지를 담고 있는 55편의 시가 수록돼 있다. 산문시의 형식을 취하면서도 시적 음악성과 회화성이 있고 우울한 정조가 지배적이지만 가벼운 구어체의 사용으로 감상을 견제하고 극복한다는 호평을 받으며 2003년 수혜작으로 선정되었다.
시 | 도화 아래 잠들다
2000년 발표된 첫 시집 『내 혀가 입 속에 갇혀 있길 거부한다면』에서부터 여성성에 대한 시들을 꾸준히 발표해 온 젊은 여성시인 김선우가 두 번째 시집을 발표했다. 이 시집에서 시인의 여성성에 대한 관심은 더욱 깊고 넓어져 여성성이 여성의 전유물을 넘어 생명체의 원초적 본성으로까지 그 세계가 확장돼 있다. 시집 곳곳에서 이야기되고 있는 엄마나 언니의 오줌·월경·생리혈·양수·자궁 등의 "짜디짠" 이미지들은 시인에게 단순한 몸이나 생리현상이 아니라 생명을 낳고 소비하고 재생하면서 우주를 이루는 성스러운 공간이 된다. 스님인 언니의 영향 때문인지 가부장적 억압의 해체라는 기존 여성시들의 전투성을 훌쩍 뛰어넘어 불교적 정서를 짙게 내포하고 있는 것도 이 시집만의 특징이다. 절망적인 일상 속에서 피어나는 생의 약동성을 개성있게 드러냈다는 평을 받으며 2001년 수혜작으로 선정되었다.
시 | 사춘기
1999년 『현대문학』을 통해 등단한 김행숙의 첫 시집 『사춘기』는 기존의 서정적 어법과는 거리가 먼, 그렇다고 규율의 파격이나 전투적 자의식 같은 의도적 실험성과도 거리가 먼 독특하고 낯선 시적 진술로 독자들을 당혹케 한다. 시인은 한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시에 대해 "1인칭이 지긋지긋하고 자의식 과잉이 지겹다. 내 시는 어떤 계보에도 속하지 않는 별난 것이라는 평을 받곤 한다. 전통적인 방법으로 해석하려 하지 말고 감각적으로 읽어달라"고 말하고 있다. 시집에는 해설을 쓴 이장욱의 표현을 빌리자면 "독백인 듯 대화이고, 대화인 듯 독백"이며 "하나의 의미로 완강하게 모이는 것 같다가도, 문득 흔적도 없이 흩어져" 버리는 72편의 시가 수록돼 있다. 독특한 개성으로 환셩과 현실을 접목해 인식과 감각의 날카로움이 돋보였다는 평을 받으며 2000년 수혜작으로 선정되었다.
시 | 산벚나무의 저녁
지난 2001년 여행 겸 공부을 위해 미얀마를 6개월여 동안 방문한 적이 있는 장철문이 당시의 체험을 노래한 시들을 묶어 시집을 펴냈다. 평소 불교를 비롯한 동양 사상에 큰 관심을 기울여 온 시인의 시답게 서두르지 않고 차분하게 세상을 관조하는 산책 같은 시편들이 수록되어 있다. 시집에는 미얀마 시편 이외에도 먼저 세상을 떠난 두 형과 어머니, 아내 등 시인의 개인사와 관련된 49편의 시가 5부로 나뉘어 수록돼 있다. 단아한 형식미와 사물에 대한 섬세한 관찰력이 돋보인다는 평을 받으며 2001년 수혜작으로 선정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