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 비열한 거리
대구를 기반으로 창작 활동을 펼치고 있는 박미영이 첫 시집 『비열한 거리』를 펴냈다. 대구라는 도시를 배경으로 암울한 정치·사회적 풍경을 묘사하고 그것에 대한 시인 자신의 이글거리는 분노와 그리고 날카로운 사회 변혁의 메시지를 담고 있는 55편의 시가 수록돼 있다. 산문시의 형식을 취하면서도 시적 음악성과 회화성이 있고 우울한 정조가 지배적이지만 가벼운 구어체의 사용으로 감상을 견제하고 극복한다는 호평을 받으며 2003년 수혜작으로 선정되었다.
시 | 도화 아래 잠들다
2000년 발표된 첫 시집 『내 혀가 입 속에 갇혀 있길 거부한다면』에서부터 여성성에 대한 시들을 꾸준히 발표해 온 젊은 여성시인 김선우가 두 번째 시집을 발표했다. 이 시집에서 시인의 여성성에 대한 관심은 더욱 깊고 넓어져 여성성이 여성의 전유물을 넘어 생명체의 원초적 본성으로까지 그 세계가 확장돼 있다. 시집 곳곳에서 이야기되고 있는 엄마나 언니의 오줌·월경·생리혈·양수·자궁 등의 "짜디짠" 이미지들은 시인에게 단순한 몸이나 생리현상이 아니라 생명을 낳고 소비하고 재생하면서 우주를 이루는 성스러운 공간이 된다. 스님인 언니의 영향 때문인지 가부장적 억압의 해체라는 기존 여성시들의 전투성을 훌쩍 뛰어넘어 불교적 정서를 짙게 내포하고 있는 것도 이 시집만의 특징이다. 절망적인 일상 속에서 피어나는 생의 약동성을 개성있게 드러냈다는 평을 받으며 2001년 수혜작으로 선정되었다.
시 | 사춘기
1999년 『현대문학』을 통해 등단한 김행숙의 첫 시집 『사춘기』는 기존의 서정적 어법과는 거리가 먼, 그렇다고 규율의 파격이나 전투적 자의식 같은 의도적 실험성과도 거리가 먼 독특하고 낯선 시적 진술로 독자들을 당혹케 한다. 시인은 한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시에 대해 "1인칭이 지긋지긋하고 자의식 과잉이 지겹다. 내 시는 어떤 계보에도 속하지 않는 별난 것이라는 평을 받곤 한다. 전통적인 방법으로 해석하려 하지 말고 감각적으로 읽어달라"고 말하고 있다. 시집에는 해설을 쓴 이장욱의 표현을 빌리자면 "독백인 듯 대화이고, 대화인 듯 독백"이며 "하나의 의미로 완강하게 모이는 것 같다가도, 문득 흔적도 없이 흩어져" 버리는 72편의 시가 수록돼 있다. 독특한 개성으로 환셩과 현실을 접목해 인식과 감각의 날카로움이 돋보였다는 평을 받으며 2000년 수혜작으로 선정되었다.
시 | 산벚나무의 저녁
지난 2001년 여행 겸 공부을 위해 미얀마를 6개월여 동안 방문한 적이 있는 장철문이 당시의 체험을 노래한 시들을 묶어 시집을 펴냈다. 평소 불교를 비롯한 동양 사상에 큰 관심을 기울여 온 시인의 시답게 서두르지 않고 차분하게 세상을 관조하는 산책 같은 시편들이 수록되어 있다. 시집에는 미얀마 시편 이외에도 먼저 세상을 떠난 두 형과 어머니, 아내 등 시인의 개인사와 관련된 49편의 시가 5부로 나뉘어 수록돼 있다. 단아한 형식미와 사물에 대한 섬세한 관찰력이 돋보인다는 평을 받으며 2001년 수혜작으로 선정되었다.
시 | 물 속까지 잎사귀가 피어 있다
1991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박형준의 세번째 시집이다. 비상을 꿈꾸는 자아, 소멸에 대한 선험적 인식 등의 주제를 등단 초기부터 꾸준히 천착해 왔던 시인이 현실로 회귀하면서 시적 풍요로움이 한층 더해졌다는 평이다. 「봄밤」 「방바닥에 떨어진 머리칼」 등 일상의 지겨움과 자괴감에 빠진 화자의 자의식을 반영하고 있는 56편의 시가 수록돼 있다. 환상과 현실의 적절한 배합과 교직을 통해 복잡한 현실 세계를 독창적인 형식에 잘 간추려 넣었다는 찬사를 받았으며 2001년 수혜작으로 선정되었다.
시 | 상처가 나를 살린다
1994년 《창작과비평》으로 등단한 이래 또래 시인들 중 가장 독특하고 실험적인 시들을 선보인 이대흠이 두 번째 시집을 발표했다. 총 57편의 시들이 4부로 나뉘어 수록돼 있는 이 시집에서 이대흠은 '소통 불가능한 세상과의 대화'와 '어머니의 상처로 세상 바라보기'라는 두가지 큰 주제를 단시(短詩), 산문시, 연작시 등 다양한 기법으로 풀어내고 있다. 현실과의 교섭력이 뛰어나고 자아의 투신을 통한 현실의 형상화가 잘 구축돼 있다는 평을 받으며 2000년 수혜자로 선정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