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 자라는 돌
2004년 등단 후, 7년만에 대중에게 선보이는 송진권 시인의 첫 시집이다. 향토적이고 서정적인 분위기 이면에 생 자체의 질서와 리듬의 아름다움을 담아내는 시인만의 독특한 문법이 시집 곳곳에 드러난다. 「지탄」「이으으으응」과 같은 시를 통해 독자는 웃음을 짓는 한편 슬픔 역시 자명한 세계의 리듬이라는 것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목적도 면목도 보상도 없는 태연한 삶의 리듬 중 하나로 슬픔을 관망하는 시인의 태도가 독자에게 적잖이 위로가 되어준다. 삶의 구체성이 잘 숙성된, 농익은 서정적인 문법이 돋보이며 전통을 아우르는 현대적인 감각이 참신했다는 평을 들으며 2009년 대산창작기금을 수혜하였다.
시 | 방독면
2006년 계간 <문학동네>로 등단한 시인의 첫 시집. 기계와 첨단 문명 속에서 원시적인 본능을 읽어내고 다양하게 변형시키는 상상력이 범상치 않다는 평을 들으며 2009년 대산창작기금 수혜작으로 선정되었다. 시집에는 철가면, 오함마, 불발탄, 우라늄, 다이너마이트와 같은 단단한 시어들과 이미지로 가득 차 있다. 심지어 본인이 최종병기시인 훈련소에 소속된 훈련병이라고 밝히는 부분에 이르러서는 이렇게 막강한 무언가가 우리 시단에 등장한 적이 있었나 하는 의문을 푸게 한다. 남북분단, 군복무, 실업 등 현대 한국사회의 모습에서 태어난 또 하나의 아방가르드 작품이다.
시 | 소설을 쓰자
자신의 시적인 태도, 스타일을 생산해 내는데 생경함도 마다하지 않는 김언이 4년 만에 시집을 펴냈다. 젊은 시인들 중에서도 언어탐구에 몰두해 온 그의 세 번째 시집의 제목은 ‘소설을 쓰자’이다. 시의 근본주의자라 불리는 김언은 이번 시집에서 소설 같은 흥미로운 언어로 시의 근원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동일성의 텍스트인 시를 해체하거나 언어에 대한 사유를 전개하고 다른 예술적 텍스트를 해체하는 태도가 인간의 현현을 확장해 보려는 시인의 의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2006년 수혜작으로 선정되었다.
시 | 삐비꽃이 아주 피기 전에
도시적 감각에 기댄 강렬한 전위적 시들이 지배하는 요즘 시단에서는 드물게 서정의 미학을 신뢰하는 시인 김일영의 시집이다. 2003년 등단한 후 5년간 발표한 시를 묶은 첫 시집으로, 도시라는 곳에서의 서정이 어떤 것이어야 하는지를 고민한 시인의 모습이 작품 곳곳에서 묻어나온다. 2005년 대산창작기금 심사에서 섬세한 언어요리사라는 평을 들은 시인은 최근 젊은 시인들에게서 자취를 감추다시피한 공감각적 시어와 다채로운 청각 이미지의 사용을 통해 독자로 하여금 자신의 목소리를 직접 듣는 듯한 경험을 하게 한다.
시 | 나는 맛있다
현대적인 삶의 경험을 동물이나 사물, 자연 등의 감각이나 정서로 변형시켜 드러내는 데에서 그 특징이 두드러진다는 심사평을 받으며 2007년 수혜작으로 선정된 박장호의 시 「코시코스의 우편마차」 외 58편이 실려 있다. 「말라이카」등 다수의 작품을 보면, 시어의 의미 자체에 중심을 두기 보다는 동어반복을 통해 기존의 언어 관습을 해체하면서 묘한 시적 분위기를 자아낸다. 안주하려는 일상을 날카로운 시선으로 관찰하고 그려낸 박장호의 첫 시집으로 앞으로의 활동이 더욱 기대된다.
시 | 우리는 매일매일
첫 시집 『일곱 개의 단어로 된 사전』(문학과지성사, 2003)을 내놓고 익숙한 일상을 새롭게 하는 새로운 감각의 발견, 피 흘리는 고단한 현실과 예술가와 철학자의 밤과 별들로 가득한 초현실을 오가며 신열을 앓는 언어의 파문 등으로 평단과 독자 모두에게 큰 반향을 일으켰던 시인이 5년 만에 내놓은 두 번째 시집이다. 총 49편의 시를 3부로 나누어 싣고 있는 이 시집 역시, 깊이 앓고 오랜 시간 사유하고서야 비로소 얻어지는, 우리의 가슴과 머리를 동시에 치고 가는 낯선 은유들로 가득하다. 그 은유들은 지극히 단정하고 아름답기까지 하다. 치열한 의식과 환하게 빛나는 시어의 간극, 차가움과 달콤함의 이율배반적 공존에서 재조합된 진은영 특유의 청신한 시적 세계를 엿볼 수 있다.
시 | 사팔뜨기
풍경을 정물화처럼 그리는 솜씨와 이로부터 나오는 암시성이 크게 다가오는 양선주의 시 「자물쇠」외 63편과 산문 1편이 실려 있다. 2006년 대산창작기금 심사에서 언어에 대한 긴장감, 장식하지 않으려는 의지, 감정에 대한 절제의 극치가 눈에 띈다는 평을 받은 시인답게 「골목」「아파트입구」 등의 일상적 소재를 세밀하고 압축적인 시어로 잘 그려내고 있다. 몸의 전부가 날개로 이루어진 나비를 '날개'로 부를 수 있듯이 막역한 호명이 아닌 ‘시인’으로 불리고 싶다는 그의 작품 활동을 더욱 기대하게 한다. 2006년 수혜작으로 선정되었다.
시 | 물방울에게 길을 묻다
자연에 대한 사유를 통해 생명의 근원을 노래하고 세계를 해석하는 이희철 시인의 시집으로 느티나무를 화자로 등장시킨 「느티나무 그늘에 들어」에서는 벗에 대한 그리움을 풀어내고 있다. 「어떤 고요」에서는 콩나물 다듬는 노인의 모습에 비친 일상의 고요함을 그려내며 느림과 고요가 있는 일상에 대해 중요성을 부여한다. 모든 것이 속도 위주로 빠르게 진행되는 현대 문명사회에 대하여 시인은 시적 화자를 통해 느림과 고요의 미덕을 상기시켜주고 있다. 안정적이고 깔끔하며 완성도 높은 균형을 이룬 시라는 평가를 받으며 2000년 수혜작으로 선정되었다.
시 | 칸트의 동물원
2004년에 『현대문학』을 통해 등단한 이근화 작가의 첫 시집이 출간되었다. 가볍고 절제된 언어로 일상의 구체적인 것들을 낯설게 이야기하고 있다. 나쓰메 소세키의 산문, 릴케와 프랑시스 퐁주의 시 등 다양한 텍스트에서 전거를 차용한 시들은 일상에 대한 잔잔한 묘사에 신화적, 동화적 모티프를 끌어들이는 방식으로 뚜렷하고 신선한 개성을 보여준다. 일상이 일상인 채로 난해를 감당하는 뻔뻔함과 명징성이 돋보인다는 평을 받으며 2004년 수혜작으로 선정되었다.
시 | 저녁을 굶은 달을 본 적이 있다
현재 잡지사 기자로 활동하고 있는 시인의 첫 시집이다. 1997년 『시와사람』에 「집에 오니 사람이 없다」를 발표하고, 199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풀과 함께」가 당선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정호승 시인은 “인간에 대해 또 사물에 대해 연민의 마음이 없는 사람은 시를 쓸 수 없다는 생각을 그의 시집을 읽으면서 다시 확인했다”고 평했다. 현실에 뿌리를 둔 구체성을 섬세한 감동으로 승화시켰다는 호평을 받으며 2001년 수혜작으로 선정되었다.
시 | 떡갈나무 잎들이 길을 흔들고
경북 의성 출신 시인이 시골의 정서를 감칠맛 나면서도 담백솔직하게 노래한 시집이다. “절망절망 무를 썰고 있는 어머니의 절망과, 가믄가믄 가문비나무 숲의 가뭄과, 이러한 총체적 아픔을 울고 있는 새의 울음소리가, 문명인이라 자처하는 우리 오만하고 살풍경한 가슴팍을 아프게, 아련하게 파고든다”는 최준 시인의 발문이 시집의 성격을 잘 말해주고 있다. 넘치는 시적 열정과 우리 것에 대한 집념으로 전통적인 의미에서의 우리 시의 서정성을 보여주었다는 평을 받으며 1998년 수혜작으로 선정되었다.
시 | 꽃에 덴 자국
2001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늦깎이 시인 정임옥이 첫 시집을 상재했다. 황동규 시인이 평한 것처럼 작가의 시에는 화려한 표현 속에도 자신이 오래 닦아온 삶이 보인다. 기억 깊은 곳에 자리잡은 가족사, 특히 고단한 삶을 산 부모님에 대한 기억을 밑거름 삼아 자신의 상처 속에 잠재하고 있는 힘의 가능성을 끄집어내는 시인의 기량이 돋보인다. 주관이 뚜렷한 내용을 성실하게 밀고 나갔다는 평을 받으며 2002년 수혜작으로 지정되었다.
시 | 물오리 사냥
2000년 계간 『시안』으로 등단한 이창수의 첫 시집이 출간되었다. 가족구성원간의 균열, 자아와 세계의 균열, 진솔한 삶과 허무한 시간의 균열 등 대상과 존재의 균열을 예리하게 조망한 61편의 시가 3부로 나뉘어 수록돼 있다. “남에게는 짐짓 위태위태하게 보일만큼 무정부적인 삶의 방식을 택하면서도 실제로는 치밀하기가 이를 데 없는 고도의 시적 상상력을 발산하고” 있는 시인(오탁번), “도시의 황무지를 떠돌면서도 고향의 풍요를 끝내 있지 못하는 자아가 불러일으키는 애틋하고, 침착하고, 무구한 서정을 읽는 즐거움이” 있는 시(이은봉)라는 찬사를 받았다. 풀어진 서정 군데군데 예리한 어둠의 깊이가 호평을 받으며 2004년 수혜작으로 선정되었다.
시 | 맨발
시인, 평론가 117명이 지난 해 문예지에 발표된 시 중에서 가장 우수한 작품으로 뽑았던 화제시 「맨발」을 표제작으로 한 문태준의 두 번째 시집이 출간되었다. 전통적 농촌 풍경과 정서로의 회귀라는, 첫 시집 이래 시인이 일관되게 추구해 온 시 세계가 화장기 없이 담백한 언어로 표현돼 있다. 시집의 발문을 쓴 평론가 이희중은 문태준의 시가 “단순한 묘사의 독창성이나 수사적 취향에 기댄 것이 아니라 훨씬 더 근원적인 체험의 깊이와 너비에서 비롯된다”고 말하고 있다. 작품 수준이 골고 안정적이며 진정성이 돋보였다는 평을 받으며 2002년 수혜작으로 선정되었다.
시 | 喪家에 모인 구두들
1998년 ‘시와 반시’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한 유홍준이 첫 시집을 냈다. 불혹을 넘긴 나이에 펴낸 데뷔시집답게 삶에 대한 치기어린 자세를 잘 극복하고 삶과 죽음, 밝음과 어둠을 통찰력 있는 시선으로 아우르고 있다. 창작기금 심사 당시 신선한 발상과 탁월한 이미지 구사 능력, 삶의 구체성에 뿌리를 내린 건강한 상상력이 돋보인다는 평을 받았다. 정진규 시인은 이 시집을 두고 삶의 치욕을 너무 일찍 보아 버린 육체와 영혼이 해부학 실험실의 뜨겁고 흥건한 죽음 이미지로 가득 차 있다는 평도 있지만 어둠과 칙칙함에 갇혀 있지 않고 자유롭고 활달한 구성과 표현을 사용하는 데 시집의 맛과 개성을 보여준다. 삶의 구체성에 뿌리를 내린 건강한 상상력을 선보였다는 평을 받으며 2002년 수혜작으로 선정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