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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번역임을 못느끼게 하는 번역 : 정서웅 역 『파우스트』내가 뽑은 최고의 번역서 - 독어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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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생각에 좋은 번역이 되기 위해서는 다음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우선 역자는 해당 외국어와 우리말에 대해서 예민한 감수성을 가져야 한다. 뿐만 아니라 해당 분야에 대한 지식도 충분히 갖춰야 한다. 이 세 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독자들이 큰 고생을 하지 않고 읽을 수 있는 번역이 나올 수 있다.
이런 조건을 다 갖춘 번역이 정서웅의 『파우스트』(민음사, 1999년)이다. 책을 펼쳐들면 독일어에 대한 이해능력과 우리말에 대한 감수성이 바로 느껴진다. “고전”이란 읽지 않고 인용만 하는 책으로 시니컬하게 정의를 내리기도 하지만, 괴테의 이 고전 작품은 손에 들면 그냥 술술 읽혀진다. 고전의 중압감도 못 느낀다. 역자가 작품에 대한 지식도 충분히 갖추고 있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읽어 내려가다 보면 번역이라는 사실까지도 잊어버리고 독서에 빠지게 된다.
책 가운데를 무작위로 펼쳐, 정서웅의 번역과 그 이전의 번역을 비교해 보았다. 우리나라 독문학계의 1세대인 이효상의 번역과 2세대에 해당되는 박찬기의 번역, 그리고 3세대에 해당되는 정서웅의 번역을 비교해보았다. 이효상의 번역은 1957년에 출간된 일어판 번역의 중역이고, 박찬기의 번역은 좀더 우리말에 가깝고, 정서웅의 번역은 일본어 그늘을 벗어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효상의 번역 : 그레에트헨, 과거의 너는 얼마나 다른 모습이었던가. / 네가 아주 천진 난만하게 / 이 제단 앞에 걸어나왔을 무렵에는. / 다해진 기도서를 펼쳐 보며 / 반은 어린애 장난으로 / 반은 하느님을 믿고 / 서툰 기도를 올리던 그 무렵은!(동서문화사, 1978년, 132쪽)
박찬기의 번역 : 그레첸, 그대는 참으로 많이 달라졌도다. / 그대가 아직 순진했을 때, 여기 제단으로 다가와서, / 낡은 기도서를 들고 더듬거리며 기도를 올렸지! (삼성출판사, 1984년, 155쪽)
정서웅의 번역 : 그레트헨, 너는 많이 변했구나. / 네가 아직 순진무구했을 땐, / 여기 제단 앞으로 나와 / 낡은 기도서를 펼쳐 들고, / 더듬더듬 기도를 올렸었지. (민음사, 1999년, 203쪽)
정서웅의 번역이 이렇게 쉽게 읽힐 수 있는 것은 위의 세 가지 조건 외에 하나를 더 다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파우스트』는 이미 여러 번 번역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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