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5회 대산문학상 수상작 및 심사평 발표
국내 최대의 종합문학상인 대산문학상의 스물다섯 번 째 수상작이 아래와 같이 선정되었습니다. 한국문학과 문화를 사랑하는 분들의 많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 시 부문 : 『여수』 서효인 作
- 소설 부문 : 『디어 랄프 로렌』 손보미 作
- 희곡 부문 : 「불역쾌재」 장우재 作 - 번역 부문 : 영역 『The Book of Korean Poetry : CHŎSON DYNASTY 한국시선집: 조선시대』
(맹사성 외 作) 케빈 오록(KEVIN O'ROURKE) 譯
심사평(본심) ▲ 시 부문 시 부문 본심에 올라온
10권의 시집들을 대상으로 한
1차 심사에서
5인의 심사위원들이 각자 선정한 다섯 권 중 종다수에 의해 『밥이나 한번 먹자고 할 때』
(문성해
, 문학동네
), 『슬픈 감자
200그램』
(박상순
, 난다
), 『여수』
(서효인
, 문학과지성사
), 『새벽에 생각하다』
(천양희
, 문학과지성사
), 『누구도 기억하지 않는 역에서』
(허수경
, 문학과지성사
) 등 다섯 권이 후보로 선정되었다
. 이 다섯 권의 시집들은 모두 해당 시인들의 전작들과 비교해서 비교적 뚜렷한 진경을 보여주고 있으며 무엇보다 한 권의 시집으로서 주제적 측면에서나 방법적 측면에서 일정한 일관성들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성을 가지는데
, 『밥이나 한번 먹자고 할 때』는 일상의 순간들에서 길어 올린 깊은 시적 발견과 유려한 달변에서
, 『슬픈 감자
200그램』은 대상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과 긍정적으로 확장된 시세계에서
, 『여수』는 구체적인 장소들에 대한 상투적이지 않은 발견의 힘과 통일성에서
, 『새벽에 생각하다』는 노년의 삶에서는 드문 시와 삶을 대하는 정신의 결기라는 점에서
, 『누구도 기억하지 않는 역에서』는 삶에 대한 깊은 회의와 쓸쓸함에서 심사위원들의 좋은 평가를 받았다
. 이 다섯 권의 시집을 대상으로 진행된
2차 심사에서는 투표를 통해 서효인의 『여수』가 심사위원 다섯 명 중 세 명의 선택을 받아 어렵지 않게 수상작으로 선정되었다
. 『여수』는 살 만하거나 아니면 살 만하지 못한 이 땅의 여러 장소들에 대한 애정과 연민
, 그리고 모국어에 대한 깊은 천착이라는 점에서
, 소외된 장소와 사람들을 제재로 한 상투적 현실인식에 안주하지 않는 풍성한 발견과 성찰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 익숙한 여러 지역과 장소들에 대한 기성의 이미지나 역사성에 의존하지 않은 새로운 세대의 시선의 파노라마가 돋보인다는 점에서
, 특히 시집 한 권에 구현된 주제
, 제재 면에서의 통일성이라는 완성도의 측면에서 지금 이 시대에 가장 보편적인 공감과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시집이지 않겠는가 하는 데에 심사위원 전원이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 그리고 『여수』가 가진 이러한 장점들은 ‘세계인과 함께 공유할 보편적 가치를 담고 있는
, 해외에 번역
, 출판할 가치가 있는 작품’을 선정한다는 대산문학상의 또 다른 시상기준에도 잘 부합한다고 할 수 있다
. 당선자의 더 많은 정진과 더 높은 성취를 기대한다
. 심사위원 : 김명인 ‧ 김정환 ‧ 신대철 ‧ 유안진 ‧ 이광호 ▲ 소설 부문 소설 부문 본심작 여덟 편은 해당 기간에 출간된 비교적 우수한 장편소설들로
, 저마다 많든 적든 장점을 가지고 있었다
. 다만
, 역사나 르포와 구별되는 소설로서의 성취
, 기존 소설의 관습을 넘어서려는 시도로서의 가치
, 동시대 사람들의 기억과 경험에 질서를 부여하는 서사로서의 의의 등 여러 면에서 작품 간 격차가 컸다
. 그런 만큼 심사위원 다섯 사람의 견해 차이도 커서 수상 후보작 편수를 다수결 투표로 줄이는 수밖에 없었다
. 결국
, 최정화 씨의 『없는 사람』
, 김희선 씨의 『무한의 책』
, 손보미 씨의 『디어 랄프 로렌』이 최종 심사 대상으로 남았다
. 『없는 사람』은 외국 자본의 횡포에 맞서 자신의 권리를 지키려는 노동자들의 투쟁이라는 많이 알려진 사회 문제를 배경으로 삼은 이야기다
. 그러나 노동과 자본의 대립을 객관적으로 재현하는 쪽보다 노동자 탄압에 관여한 한 청년 노동자의 내면을 조명하는 쪽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 서술의 많은 부분이 그의 이중 감정
, 즉 노동자들의 단합과 투쟁에 대한 공감과 그를 배신으로 몰아넣은 이유인 인정 욕망의 표현에 바쳐져 있다
. 독자로서는 상반된 도덕적 가치들의 극적 충돌과 전개를 기대하게 되지만 이런저런 약점 탓에 그 기대가 충족되지 않았다
. 『무한의 책』은
SF와 스릴러의 장치들을 눈에 띄게 사용하고 있으나 대중서사의 능란한 전유 이상으로 의미가 있다
. 마트료시카 인형 구조를 떠올리게 하는 다수의 서사 배치
, 넓은 범위에 걸친 문학적
, 문화적 텍스트 사이의 관계 설정
, 철학적으로 훈련된 메타픽션적 의식 등이 돋보였다
. 심사위원 중 한 사람에게 이 소설은 남성 폭력이 군림한 한국현대사의 트라우마와 대결하는 창의적인 픽션의 한 방식으로 이해되었으나 나머지 심사위원들에게는 그렇지 않았다
. 다중 목소리의 서술이 혼란스러워서 또는 동원된 정보들이 너무 잡다해서 전체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는 인상을 주었다
. 『디어 랄프 로렌』은 미국 유학 중 좌절한 한 한국인 남자가 과거의 기억을 되살리며 자기 자신과 대면하는 이야기와 그가 조사한 랄프 로렌과 그의 양부 조셉 프랭클의 이야기를 액자의 안팎 관계로 겹쳐 놓고 있다
. 랄프 로렌이라는 이름 때문에 실화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기 쉽지만 실은 모두가 허구다
. 미국이라는 배경이 없었다면 가능하지 않았을 삽화들
, 뉴욕 브라이언파크의 아이스링크장에서 스케이팅을 하는 일본계 교수에서부터 마릴린 먼로의 생애에서 살아갈 용기를 얻어온 노동계급 출신 백인 부인에 이르는 삽화들을 보면 미국산 대중문화의 클리셰적 기표를 구사하는 솜씨가 각별하다고 느껴졌다
. 반면에 서사 구성의 합리성
, 서술된 인물과 세계의 리얼리티 등에 대해서는 의문을 금하기 어려웠다
. 『무한의 책』과 『디어 랄프 로렌』 두 작품을 놓고 길게 토론이 이루어졌으나 합의는 좀처럼 이뤄지지 않았다
. 그래서 다시 다수결 투표를 택한 결과
, 『디어 랄프 로렌』이 『무한의 책』보다 한 표를 더 얻었다
. 한 심사위원의 논평에 따르면
, 수상작은 랄프 로렌 제품에 열광했던 세대의 경험을 반영한
, 한 개인이 그 자신의 진실과 대면하는 과정에 관한 것이다
. 다국적 소비문화의 영향 아래 자기인식의 언어를 배운 젊은 세대가 한국인 같은 주어진 동일성의 구속으로부터 자유로운 자리에서 자신들이 누구인가를 발견하고자 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 그런 점에서 『디어 랄프 로렌』은 한국문화 지평의 초국가적 확대에 대응되는 서사적 상상의 발랄한 표현이라는 찬사에 값한다
. 심사위원 : 은희경 ‧ 임철우 ‧ 조남현 ‧ 한수산 ‧ 황종연 ▲ 희곡 부문 먼저
2015년
8월부터
2017년
7월까지
2년 동안 공연되었던 작품들의 목록을 받고 그 중에 개수 제한 없이 희곡을 추천하기로 하였다
. 추천받은 희곡은 총
24개 작품이었고 이를 읽어오는 것으로
1차 모임을 대신하였다
. 2차 모임에서는 그 동안의 희곡이 다양하며 수준작이 많다는 이야기로 논의를 시작하였다
. 그리고 마음에 드는 작품을 복수 추천하였는데
, 2표 이상을 얻은 작품은 이상우 작「꼬리솜 이야기」
, 오세혁 작「보도지침」
, 장우재 작「불역쾌재」
, 백하룡 작「고제」였다
(작품의 순서는 초연 시점이 이른 작품부터이다
). 1표를 얻은 작품들로
, 김은성의 「썬샤인의 전사들」은 역사와 개인의 문제가 몽타주로 구성되었고 ‘똑똑’이라는 노크소리가 연극적 메타포로 작용한 잘 쓴 작품이라는 평과 단발적인 이미지
, 작위적인 느낌이 들었다는 평이 있었다
. 이양구 작「씨씨아이쥐케이」는 해방기에 인물들과 사건이 구체적이며 작가의 경향과 진지함이 느껴진다는 평이 있었다
. 윤기훈 작「종이달」은 디아스포라 문학으로 상당한 가치가 있으며 종이달이라는 메타포를 여러 층위로 다루어 문학성과 시적 표현을 이루었다고 언급되었다
. 그리고
2표 이상을 얻은 작품으로 이야기를 옮겼다
. 「보도지침」은 시의성은 있지만 중요한 대목에서 언어가 무게를 잃고 가벼워진다는 지적이 있었다
. 「고제」는 운동권 이야기가 옳고 그름이 아닌 현대 자본의 흐름을 따르고 있어 좋았다는 평가와 언어가 상투적이라는 아쉬움이 토로 되었다
. 「꼬리솜 이야기」와 「불역쾌재」에 대한 논평을 한 후에
, 다시 가장 마음에 드는 한 작품을 추천하기로 하였다
. 이 때 선정된 작품은 「꼬리솜 이야기」「보도지침」「불역쾌재」「종이달」이었다
. 4작품에 대해 각론이 아닌 총평을 하면서 「꼬리솜 이야기」와 「불역쾌재」를 최종 후보에 올리기로 하였다
, 두 작품 중에 어느 작품이 선정되어도 만족할 만하다는 데에 일치를 보았고
, 두 희곡을 다시 읽고 심사숙고한 후에
3차 심사에 모이기로 하였다
. 3차 모임에서 읽고 난 소감을 각자 발표하였다
. 「꼬리솜 이야기」는 한국 현대사의 비극적 사건을 풍자와 알레고리로 희화화한 작품으로
, 일생 희화화를 추구한 작가 이상우 식의 삐딱하게 보기가 진실성과 함께 녹아있는 작품이라는 평을 얻었다
. 세기말적 경고와 불안감이 우화적으로 엮여있는 공들여 쓴 수작이라는 데 모두 동의하였다
. 「불역쾌재」는 역사적 소재에서 취한 가상의 이야기 전개가 흥미로우며 관념적인 주제가 놀이라는 연극적 장치와 잘 어우러져 있다고 평하였다
. 장우재 작가는 주관적이며 변두리적인 시각이 있는데 그것을 우직하게 밀고나가 언어가 가벼운 오늘의 희곡세계에 자신의 문체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평을 얻었다
. 단점도 동시에 논의 되었다
. 「꼬리솜 이야기」는 사건에 대한 작가만의 시각이 언어화되지 않아 풍자가 약해졌다는 지적이 있었다
. 「불역쾌재」는 에피소드들이 전체 주제에 귀속되지 않아 작가가 말하려고 하는 바가 모호해졌다는 비판이 있었다
. 단점을 이야기하면서도 장점에 훨씬 무게중심이 쏠려있었다
. 두 작품 다 작가의 대표작이라고 하기에는 미흡함이 있으나
, 그럼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우수하며 수상작으로 손색이 없다는 점을 모두 공감하고 있었다
. 심사위원들은 두 작품 중 하나를 선택해야하는 난감함 속에서 투표를 하였고
, 그 결과
3표를 얻은 「불역쾌재」가 수상작으로 선정되었다
. 작품이 가진 상상의 여지와 작가의 문학적 글쓰기에 큰 기대를 하며 심사를 마무리하였다
. 심사위원 : 이만희 ‧ 이미원 ‧ 이윤택 ‧ 이화원 ‧ 최진아 ▲ 번역 부문(영어) 2017년
25회 대산문학상 번역부문
(영어
)의 심사대상으로 지난
4년간 국내외에서 출간된 한국문학 영역본 총
72권이 제출되었다
. 제출된 영역본의 수준이 전반적으로 번역이 균질하여서
, 이번 심사의 기준을 첫째
, 외국 독자들이 읽기에 수월한 가독성에 근거한 균형있는 번역인가
, 둘째
, 원작 작품이 한국문학을 대표하여 해외에 번역
, 출판할 가치와 의의가 있는가에 초점을 맞추었다
. 5명의 심사위원들은 작품을 나누어 읽은 후
2회에 걸쳐 심층 토론하였다
. 첫 번째 논의에서는
5명의 심사위원이 각자
2권의 영역본을 선정하였고
, 그 후에 각 위원이 장시간 진지한 논의 끝에 전반적으로 번역의 가독성
, 한국문학의 대표성에 근거하여
5권을 엄선하였다
. 이
5권을 두고
5명의 심사위원들은 마지막 모임에서 장시간 진지한 토론을 벌였다
. 이기영 외 테오도르 휴즈
/이진경
/김재용
/이상경이 번역한 『
Rat Fire: Korean Stories from the Japanese Empire 식민지 시대 프롤레타리아 문학선집』
(Cornell East Asia Series) 은 실험성
, 군집성이 있고 짜임새를 갖추어 자료적 성격으로 뛰어나지만
, 전반적으로 작품 선정에서 균형성이 드러나지 않고 또한 번역이 미진한 부분도 군데군데 있어 전체적 통일성이 부족하였다
. 조영실이 번역한 김광규의 시집 『
One Day, Then Another 하루 또 하루』
(White Pine)은 번역에 몇 군데 오류가 있지만
, 원작 시인의 예리한 문학적인 감수성이 적절한 시어로 짜임새 있게 잘 번역되었다
. 김소라가 번역한 황석영의 『
Princess Bari 바리데기』
(Garnet Publishing Ltd)와 신경숙의 『
I'll Be Right There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Other Press)는 두 작품 다 흥미로운 언어로 잘 번역되었다
. 하지만 원작의 언어를 번역하는 과정에서 번역자의 목소리가 더 강하게 재구성되었고 원작자의 문체가 잘 살려지지 않았다는 인상을 주었다
. 한편으로는 두 작품이 모두 김소라 씨의 번역작품인 관계로 우열을 가리기가 힘들었다
. 케빈 오록의 『
The Book of Korean Poetry : CHOSŎN DYNASTY 한국시선집
: 조선시대』
(Stallion Press)는 작품 선정과 편집의 측면에서 유기적인 연관성이 부족하지만 가독성이 높다는 소회가 많았다
. 수십 년간 한국에 체류하면서 자기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한국문화와 역사
, 그리고 시조를 이해해 왔고 번역자로서 고민의 흔적과 함께
, 오랜 기간의 노력이 엿보이는 결과물이라는 것이 심사위원들의 의견이었다
. 대산문학상 번역부문
(영어
)의 심사대상으로 엄선된 다섯 편을 놓고 심사위원들이 장시간 토론하면서
, 다섯 편 전체가 장단점을 가지고 있으며 대체로 가독성이 높고 원어민의 언어적 감각을 지닌 번역 작품이라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
. 최근
들어 전반적으로 번역수준이 향상된 듯하다는 점이 고무적이었다
. 특히 영역본과 원본을 대조해보았을 때 언어전환에서의 직역
, 의역의 문제와 한국적인 감성과 정서가 외국인들에게 잘 이해되고 전달되고 있는가하는 문화번역의 문제가 지금까지 대산문학상 번역상 부문의 논의의 중심이 되어온 점이 잘 반영되고 있다는 데 공감하였다
. 이에 최근 들어 전 세계적으로 고전문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고
, 또한 외국인들도 한국의 고전에 관심을 두고 있다는 문맥에서
, 이제는 소홀히 다루어진 한국문학 번역의 뿌리를 평가해 봐야하지 않는가라는 문제가 심사위원들 사이에 제기되었다
. 최종 논의의 결과
, 최근 한국의 고전문학에 대한 이해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고
, 한국의 얼과 문학성을 되살리는 기회를 부여하면서 한국문학의 세계화에 기여할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는 점에서
, 케빈 오록의 『
The Book of Korean Poetry : CHOSŎN DYNASTY』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고 심사위원들이 의견을 모았다
. 2017년
25회 대산문학상 번역부문
(영어
)의 수상작으로 케빈 오록의 『
The Book of Korean Poetry : CHOSŎN DYNASTY』로 심사위원
5인 만장일치로 결정하였다
. 심사위원 : 김영민 ‧ 스티븐 카프너 ‧ 장경렬 ‧ 정덕애 ‧ 피터 웨인 드 프레머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