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응모작들의 가장 큰 특징으로는, 2024년 대산문학상 수상작인 김희선 작가의 『247의 모든 것』과 강은교 시인의 『미래슈퍼 옆 환상가게』의 번역작들이 압도적으로 많았다는 점을 들어야 하겠다. 대산문학상 수상작들이니 작품성 자체는 두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며, 소재나 설정의 프레임 자체가 보편성을 지닌 것이어서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라 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특정 작품에 과도하게 치우는 것이 그리 바람직한 것이라 하기는 어렵겠다.
응모작들에서 확인되는 또 하나의 특징은 번역자들이 지니는 한국문학에 대한 관심이 그 폭과 깊이라는 점에서 바람직한 경향성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의 현재성을 보여주는 1990년대 이후 작품들에 대한 관심이 주조를 이루는 가운데에서도, 20세기 전반기의 한국문학에 대한 관심이 나타나 있는 것이라든지, 잘 알려져 있지 않은 1970년대 문학의 숨겨진 걸작에 대한 관심이 표현되고 있는 것이 이채로웠다. 이러한 예들은, 한국문학에 대한 외부의 시선이 어떤 범위에서 어느 정도 깊이로 가닿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로 보였다. 세계와 공유할 수 있는 한국 문학의 현재적 성격을 드러내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한국문학이 만들어온 역사와 특성에 대한 응시가 구현되는 것이야말로 한국문학 번역 지원 사업의 원초적 지향점에 해당하는 것이겠다.
한국문학에 대한 세계적인 관심이 높아지면서, 영어권에 한국문학을 소개하려는 번역지원 응모작이 그 어느 때보다 많이 접수되었다. 번역·출판 지원에 응모한 작품은 총 33건으로 이 중 대산문학상 수상작인 김희선의 소설 『247의 모든 것』에 5건, 강은교의 시 『미래슈퍼 옆 환상가게』에 6건이 지원하였다. 전체적으로 시, 판타지 소설, 정치·사회 소설, 심리·철학 소설, 청소년 문학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들을 번역하여 제출하였다. 이처럼 응모 작품의 장르 스펙트럼이 넓은 것을 보면, 세계 속에서 한국문학의 저변이 점차 확대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아울러 영어권 번역자들의 번역 역량 또한 눈에 띄게 향상되고 있어 심사에 적지 않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원작의 문학적 가치, 원작에 대한 번역 충실도 및 완성도, 영미권에서의 수용가능성, 출판 가능성, 그리고 번역자의 기존 실적을 바탕으로 심사를 진행하였다. 그리고 면밀한 검토 끝에 최종적으로 『247의 모든 것』(소설), 『겨울밤 토끼 걱정』(시), 『미래슈퍼 옆 환상가게』(시), 『당신들의 나라』(소설) 번역 응모 작품을 번역지원 대상으로 선정하였다.
프랑스어 번역 부문에 접수된 작품은 총 1건이었다. 지원작은 나혜석의 자전적 수필 『이혼 고백장』을 프랑스어로 번역한 작품으로, 원문의 문체를 충실히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수하다. 특히 나혜석 문학이 지닌 문학사적 가치를 충분히 전달할 수 있는 번역이라 평가된다. 종합적으로 볼 때, 이 번역은 프랑스어권 독자들에게도 감동을 줄 수 있을 만큼 세련되고 절제된 표현이 돋보이며, 나혜석 문학의 고유한 가치와 문체를 성실히 보존하고 있다. 이에 본 번역은 번역지원작으로서 충분한 문학성과 완성도를 갖추었다고 판단되어 최종 선정하였다.
독일어권은 번역지원 8건, 출판지원 1건 등 총 9건의 지원작이 있었다. 번역지원에는 장편소설 6건, 단편집 2건, 시집 1건이, 출판지원에는 동화 1건이 제출되었다.
심사위원들은 응모작들을 각자 검토한 후, 7월 15에 재단 관계자 2인과 함께 온라인으로 1차 심사회의를 진행했다. 재단이 제시한 심사 기준을 토대로 대상작의 작품성, 번역의 충실성, 번역문의 문체, 문화적 배경의 전달, 독일어권에서의 수용성, 번역자가 접촉할 출판사의 지명도·영향력 등을 살펴보았다. 2시간여에 걸친 열띤 토론 결과, 번역지원에서는 접수번호 4(84) 『매일 죽는 사람』과 6(63) 『247의 모든 것』을 선정하였다.
올해 스페인어 번역 지원 부문에는 총 13편의 작품이 접수되었다. 전반적으로 번역의 완성도가 높았으며, 역량 있는 원어민 번역자들이 다수 참여한 점이 특히 고무적이었다. 또한 풍부한 경력의 기성 번역자들과 더불어 유망한 신진 번역자들이 다수 참여해, 향후 발전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심사는 번역의 질적 수준을 중심으로 원작의 문학성, 번역 난이도, 스페인어권에서의 수용 가능성, 출판 계획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였다. 그 결과, 원작에 충실하면서도 뛰어난 가독성과 자연스럽고 세련된 문장을 구현한 김희선의 『247의 모든 것」, 김중혁의 『당신의 그림자는 월요일」 두 편을 최종 추천작으로 선정하였다. 높은 번역 수준에도 불구하고 여러 제약으로 더 많은 작품을 추천하지 못한 점이 안타깝다.
신청작품이 많았다. 총 16편 중 4~5편은 바로 출판해도 될 만큼 번역의 수준이 높았다. 그중에서 2편으로 압축하기 위해서 원문에 대한 이해도, 가독성, 출판계획의 구체성 등을 심사기준으로 설정하고 엄정하게 평가했다.
김숨의 장편소설 『잃어버린 사람』을 번역한 신청작은 여러 면에서 돋보였고, 이 사업의 취지를 적합하게 구현할 수 있는 장점을 두루 갖추었다. 일본어 표현이 유려하면서 번역자의 노이즈가 최소화된 매우 우수한 번역이다.
손보미의 장편소설 『디어 랄프 로렌』을 번역한 신청작은 원작을 정확하게 이해해서 적합하고 자연스러운 일본어로 옮겼다. 원문을 존중하면서도 일본인 독자를 배려하는 번역 자세도 높게 평가한다. 일본의 독서시장에서 영향력이 큰 출판사와 사전에 접촉 중인 점에 대해서도 약간의 가점이 있었다. 출판을 기대한다.
이번에 중국어권 번역 연구 출판지원에 응모한 작품 중 번역·출판지원은 31건, 연구·출판지원은 1건으로 모두 32건이 접수되었다. 올해 지원자 중 작년과 다른 부분은 번체 번역이 1건 밖에 없었던 점이다. 이번 중국어권 지원의 경우 대부분 출판이 예정되어 있었으므로 오직 번역의 품질 여부를 기준으로 평가하였다. 원어민 심사위원은 작품 번역의 유창성과 가독성에 중점을 두어 심사하였고, 내국인 심사위원은 원문과 대조하여 번역의 충실성과 작품의 표현 수준 그리고 가독성을 아울러 심사하였다. 『구의 증명』(최진영 作), 『산 자들』(장강명 作), 『빛과 멜로디』(조해진 作) 등 이번에 선정된 3편의 작품은 번역의 충실성과 가독성에 있어 높은 수준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최종적으로 원고를 완성하고 출판할 때까지 초심을 지켜 완성시키기를 기대한다.
이탈리아어권의 <한국의 속담과 관용구> 연구 출판은 번역의 섬세함과 친절한 해설자료, 그리고 한국어로 읽는 법까지 같이 작업을 한 점에서 그 탁월함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평생을 한국어와 한국문화에 대해서 연구를 한 번역자의 역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