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사기준은 응모안내에 나와 있는 것처럼 지원작품의 작품성을 당연히 최우선으로 함을 원칙으로 하였다. 더불어 역량 있고 장래성 있는 젊은 시인 발굴을 염두에 두면서 임하기로 하였다. 총 응모는 202명이었다. 응모자의 정보를 떼내고 일련번호로 매겨진 202명의 시집 한 권 분량의 적지 않은 응모작이 세 심사위원에게 삼등분으로 배분되었다. 우선 응모자 수에서부터 치열함을 예상할 수 있었다. 2백여 명에서 3명을 가려야 하는 것이었으니. 대산창작기금이 등단 십 년 이하의 신진시인들에게 대단한 열망을 주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아홉 편의 응모작이 결선에 올려졌다. 이를 읽고 일주일 후 심사위원들은 다시 세 편씩을 가려 왔다. 세 심사위원으로부터 두 표씩을 얻은 이병일의 「격장」 외, 백상웅의 「반과 반」 외, 최승철의 「키위, 냉장고」 외 세 작품이 최종 책상에 올려졌다. 이 세작품을 그대로 결정할 것인가를 여러 각도로 논의하였고, 한 표씩 얻은 다른 작품들과 비교해 큰 이견과 저항 없이 동의가 이뤄져 결정되었다.
「격장」 외 작품은 응모작 중 어느 것보다 생기 있는 언어로 개성이 돌올하다. 그 수련이 오래됐음을 한눈에 볼 수 있었다. 많은 시편에서 콤플렉스 없는 생명의 명랑성 같은 바탕을 엿보게 해준다. 이 시인의 감도 높은 미적 감수성은 이 시인의 특별한 자산이면서 우리 문학에도 새로운 아름다움을 선사해 줄 것 같은 예감이다.
「키위, 냉장고」 외 작품은 그 언어와 사유의 현대성, 형식구조, 어법의 발성이 대단히 유니크하다. 음식물 보관법 같은 생활지혜 상식, 과학상식, 잠언 등 기억과 현재의 온갖 만상을 참견, 인유해 와 산포해 놓는다. 망상까지도 철학하는 듯 회심의 현대인의 심리초상을 보는 듯하다. 우리가 언제 이런 시를 맛본 적 있던가.
「반과 반」 외 작품은 주제가 명확하고 의미를 구성하는 솜씨가 수일하다. 속도감 있게 읽히면서도 진실의 힘 같은 것도 느끼게 해준다. 작품 편편이 끝까지 고른 수준을 유지하는 만만치 않은 역량을 보여주었다.
응모작들에 백수생활 이야기, 노숙자 이야기, 무직자 실직자인 화자의 등장 등이 꽤 눈에 띄었다. 역시 바깥 어려운 사회경제사정의 실감 때문이겠다. 인문학적 상상력의 시, 도시 변두리 삶을 집중해 한 권 분량으로 제작해낸 시, 용산참사 문제를 다룬 사문 등이 기억에 남는다. 신진시인들이 사회경제 안팎의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양과 질에서 이토록이나 열렬히 시에 입을 대고 있다는 현장의 뜨거움을 목격할 수 있었다.
더불어 한 심사위원의 유의미한 소감 하나를 부기하고 싶다.
“슬픈 시를 보고 싶다, 가슴이 정말 뻐근해지는, 슬픈 시가 없는 거 같았다.”
이 말은 그만큼 삶에 육박하여 토해지는 시, 토해질 수밖에 없는 그 한마디 말의 목마름을 우리 시인들은 영원히 찾아 헤맬 것임을 정언하는 것처럼 들렸다.
논의는 되었지만 놓을 수밖에 없었던 아까운 작품들에게는 애석함과 위로와 격려를 표한다. 그 외 응모작의 많은 신인들께도 다시 도전의 시간이 있다고 위로와 격려를 표한다.
응모편수가 많았다. 신진 작가들의 적공이 많아지고 있다는 징표이면서 지원을 요하는 작품과 작가가 늘어나고 있다는 의미도 있다.
장편소설은 작가에게 상당한 시간과 집중, 노력을 요구한다. 그 결과물이 만족스럽지 않다면 작가 스스로도 안타까울 것이다. 시작하기 전에 과연 이 소설이 시간과 집중, 노력을 투자할 만큼 흥미롭거나 의미가 있을지 생각해 보는 편이 낭비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짜임새가 정교하지 않으면 쓰는 도중에 구조가 허물어지기 쉽다. 그러다 보면 요설로 흐르는 경향이 생기는가 하면 부분에 대한 집착이 드러나 전체적으로 균형이 잡히지 않게 된다. 장편소설에 들어가는 공을 십분 감안했으나 결국 지원을 다음으로 미루게 된 것이 아쉽다.
중단편소설은 상대적으로 정교함과 성실한 글쓰기가 느껴지는 작품이 많았다. 발표지면이 여전히 중단편소설 위주로 짜여 있다 보니 신진 작가들의 글쓰기도 그에 따라갈 수밖에 없는 현실이 반영된 것 같다. 한편으로는 단편소설이 가질 수 있는 강렬한 실험정신이 실종된 느낌도 받았다. 단편소설은 점점 길어지는 성향이 있는 것 같은데 이것이 자칫하면 허술한 전개로 이어질 우려도 있다.
정태언의「고골리里」 외 작품은 러시아 문학을 전공하고 러시아에 체류한 작가의 체험이 녹아 있는 작품이다. 자전적인 내용은 일반 독자를 일정 부분 떨어뜨려 놓을 수 있는데 이 작가의 경우는 성실함과 꼼꼼함으로 거리를 극복해 내고 있다. 벽돌을 하나씩 쌓듯 정밀하게 단어와 문장, 묘사를 가다듬어 축적해 나간 끝에 마지막 순간에 소설적인 공감과 울림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탄탄한 바탕을 보여주어 지원대상으로 결정된 만큼 새로운 전망을 펼쳐 보이기를 기대한다.
김혜진의 「치킨 런」 외의 작품은 대체로 작다. 하지만 강렬하게 반짝인다. 힘이 충분한데 아직 제 속도를 내지 않은 느낌이다. 소설 속 상황은 비극적인데 작가의 시선은 희극적이다. 두 가지의 조합이 작가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만들었다. 삶을 담아내는 그릇인 소설은 환희의 순간보다는 힘들고 어려운 정황을 맞고 있는 인간이라는 존재, 번뇌의 양상을 담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그것이 한 개인의 한풀이나 하소연이 돼버리고 만다면 독자가 공감을 할 여지가 줄어들게 되고 자칫하면 소설의 한계를 넘어서 버리게 된다. 소설은 근본적으로 감동의 예술이고 감동이란 마음 사이의 움직임이라는 것을 일깨워주는 작품들 속에서 아직 생경한 부분이 보이긴 하는데 이를 보완하는 것이 작가의 젊음과 과감함이다.
두 당선자에게 축하를 보내며 모든 응모자들의 정진을 진심으로 바란다.
대산창작기금 희곡부문에 17명의 극작가가 지원하였다.
이들을 심사한 심사위원들은 신인들 각각의 관심사가 다르고, 주제의식과 개성이 뚜렷하여 자기만의 스타일을 확보하고 있다고 보았다.이것은 연극계로서는 바람직한 현상이 아닐 수 없다.
심사위원들은 이 가운데서 세 작가의 작품들을 최종 심사 대상으로 선정하였다. 임지안의 「You & Me」, 이원희의 「하늘꽃다리」,김숙종의 「애플 혹은 사과」다.
임지안의 「You & Me」는 사진의 의문을 풀어나가는 구성 능력이 안정적이지만, 극적인 갈등과 주제의식이 약하고 멜로드라마적인 인상이 강하다. 이원희의 「하늘꽃다리」는 기승전결이 탄탄하고 대사의 해학미가 넘쳐 작가의 재능을 보았으나 상황의 속도감, 극적 긴장감이 떨어지고 주제의 상투성을 벗어나지 못하는 아쉬움을 지녔다. 김숙종의 「애플 혹은 사과」는 쓰레기장이라는 상징적 공간, 인물들의 선명한 극적인 대비 속에 쓰레기에 비유되는 인간들의 삶의 무게를 던져주고 있는 작품이다. 다만 관념과 상징의 직조가 극의 속도감을 느리게 하고 의미를 모호하게 하는 단점이 있다.
심사위원들은 최종심에 오른 세 작가의 작품들의 면면을 살피면서 그들이 쓴 다른 작품들도 일독하여 전체적인 수준을 가늠하였다. 대산창작기금의취지가 대산문화재단에서 신진 작가 발굴, 양성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어서 작품들 전반의 수준을 함께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심사위원들은임지안과 이원희의 다른 작품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김숙종의 작품들이 전반적으로 완성도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이에 심사위원들은 이견 없이 극작가 김숙종을 대산창작기금 지원자로 선정하는 데 쉽게 합의하였다.
비평이 반드시 뛰어난 작품만 다루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좋지 않은 작품에 대해 좋지 않은 이유를 정확하게 짚어주는 비평 역시 필요하며, 요즘처럼 파당적인 비평이 횡횡하는 시절에는 그런 용기 있는 비평이 필요하다. 그러나 좋지 않은 작품에서 애써 좋은 점만을
찾아 칭찬해주는 비평은 비평가의 자질과 의도를 의심하게 만든다. 좋지 않은 작품을 좋은 작품으로 되풀이 판단하는 이유가 비평가 자신에게있다면 자질이 의심스럽고, 자신이 속한 잡지나 출판사와 관계에 있다면 글쓰기의 진정성이 의심스럽다. 특히 젊은 나이에 정실에 기울어진글을 대량으로 생산할 때 더욱 그렇다.
비평적인 글은 학술논문과 동일하지 않다. 비평문과 학술논문 사이에 경계선이 모호하고, 우리나라의 경우 비평가들이 대학교수직을 겸직하는일이 많은 탓이겠지만 비평적인 글인지 학술논문인지를 구별하기 어려운 형태의 글이 너무 많다. 방대한 각주를 붙여가며 최근에 많이 거론되는 외국 이론가에게 지나칠 정도로 의존하는 비평은 그래서 읽는 재미를 박탈하고, 자신의 주장이 무엇인지를 찾을 수 없게 만든다.또 그런 글은 현장비평의 용도가 대학에 자리를 얻기 위한 구직의 용도로 전용된 것이 아닌지를 의심하게 만든다.
우리 심사위원들은 이와 같은 생각으로 여러 편의 원고를 최종 심사대상에서 제외한 후, 진지하고 성실함, 명료하고 재미있음, 열정과 부지런함을 가지고 있는 「만남의 미래」, 「우글거리는 밤의 시간들」, 「짧은 그림자」 이 세 편의 원고를 마지막 고민의 대상으로 삼았다. 그리고 몇 차례의 토론을 거쳐 동시대 작가들의 작품성과 사회문화적 의미를 선명하게 분석해서 보여주는 「우글거리는 밤의 시간들」을 당선작으로 뽑기로 했다. 그것은 이 글이 주제에 대한 집중력이 높을 뿐만 아니라 비평은 문체라는 생각을 다시 하게 만들어 주었기 때문이다.
금년에는 예년과 달리 1백3명이라는 많은 분들이 응모했다. 그만큼 열기가 뜨겁고 경쟁이 치열했다. 예심을 거친 뒤 본심에서 수합된 작품은 동시 4편, 동화 3편이었다. 이를 정밀하게 윤독한 뒤 최종 논의대상으로 삼은 것은 동시 「생일1」 외, 「염소」외, 동화 「그래도 행복한 우리집」, 「도레미의 신기한 모험」 등 총4편이었다.
동시 「생일1」 외 작품은 스토리가 있는 연작시로서 태어날 때 엄마와 사별한 어린이를 내세워 소외의 목소리를 절실하게 담아낸 점외에도 새엄마와의 갈등과 화해라는 일련의 서사를 각 편에 담아낸 형식이 높이 평가되었다. 하지만 세상에서 버림받은 느낌을 어둡고 절망적인 톤으로 토해내는 시편들은 어린이독자와의 공감대가 매우 비좁을 것이라는 점, 또한 당사자 어린이가 직접 쓴 것이라면 몰라도 시인이 이런 특수한 처지에 놓인 어린이의 내면을 굳이 일인칭 화자를 통해 대리하는 데에는 한계가 따를 것이라는 문제제기가 나왔다. 자칫 그러하리라고 여기는 어른의 일방적인 시선이 강요될 수 있는 위험성이다. 이에 비할 때 「염소」외 작품은 일종의 동물시편 모음인데, 자연생명을 보는 순연한 눈길과 통찰력이 결합된 풍자적 톤이 폭넓은 공감을 자아냈다. 오늘날 차고 넘치는 자연 소재의 동시들이 범하기 쉬운 인간주의적 혹은 반(反)인간주의적 편 가르기의 굴절이 없는 생명본색의 동심적 시편들이다.
동화 「그래도 행복한 우리집」은 갑작스런 교통사고로 엄마를 잃은 아버지와 초등학생 아들이 심리적 공황을 극복하고 치유해가는이야기다. 시종일관 밝은 터치와 재기 넘치는 표현으로 재미있게 스토리를 엮어갔다. 그런데 과유불급이라는 한자성어가 떠오를 만큼지나친 기교주의를 보이는 작가적 간섭이 때로 자연스러운 흐름을 가로막았고, 성인소설의 말투에 가까워서 주인공을 청소년으로 하고 독자대상을 바꿔야 하지 않겠느냐고 입을 모았다. 이에 비할 때 「도레미의 신기한 모험」은 현실에서 인정받지 못한 주인공이 판타지 세계에서 다양한 인물과 만나고 역경을 극복하며 정체성을 확립하는 전형적인 모험서사다. 작가가 창조한 다양하고도 기발한 인물들은 현실풍자의 면모를 갖추고 있으며, 우리 동화에서 흔히 볼 수 없는 난센스, 수수께끼 등을 삽입하여 읽는 재미를 더했다. 일상을 넘어선 여정형식의 성장서사로서 이만한 장편 판타지가 나온 것을 모두 반가워했다.
이에 심사위원들은 동시 「염소」 외, 동화 「도레미의 신기한 모험」을 수상작으로 뽑는 데 어렵지 않게 합의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