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은 큰 산처럼 세상이 무너지는 이야기
죽음은 큰 산이 우리 얼굴 위로 쏟아지는 이야기
그럴 때면
우리, 여기 모여
큰 산처럼 세상이 솟아나는 이야기
시지프스처럼 올라가는 저 사람,
바위 같은 책이 또 굴러떨어진다, 바닥보다 더 깊은 파란 손바닥을 향해
매일매일 올라간다,
나는 너와, 사랑은 슬픔과,
종이는 부러진 펜들과,
고통은 희망의 살점을 씹으며,
밤낮없이, 휴식도 없이 올라간다
글자의 별들 검은 골짜기로 쏟아지듯
가난과 슬픔의 필체로 처음 그렸던 그 산
거기서, 손에 덮인 두꺼비집 같던 아이가 큰 산이 되는 이야기
거기서, 빈털터리 습작생이 언어의 마술사로 변신하는 이야기
거기서, 아이였던 보통 어른들이 지혜의 강물로 흘러가는 이야기
가장 정직한 자들과 가장 저열한 자들을 모두 적시는 이야기
그래서, 거기가 여기가 되는 이야기
그런 이야기를 30년 동안 해 보았지
우리 여기 모여
그런 이야기를 다시 30년, 또 30년 자꾸자꾸해 보겠지
우리 여기 모여, 그래, 우리 여기서 나가
세상의 끝까지, 세상의 끝을 넘어
죽음과 하늘을 찌르는 큰 산처럼
공허와 환멸이 달아나는 큰 산처럼
문학이 있었다, 내 곁에
문학이 있다, 눈앞에
문학이 있을 것이다, 책들이 모이는 동안
한 줄의 마음으로 다른 이를 건드리며
한 장의 마음으로 다른 이를 펼치며
모두 함께, 모두 홀로, 큰 산이 될 것이다
진실의 모국어로 한 권의 여기, 또 저기
대산문학상의 지향점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문학상
대산문학상은 우리 문학 창달과 한국문학의 세계화에 기여하는 데 그 뜻을 두고 있는
종합문학상으로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수준의 문학상을 지향한다.
제30회 대산문학상 시상식에 참석해 주신 수상자 및 내빈 여러분, 그리고 생중계로 함께하고 계신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무엇보다 먼저 올해 수상자로 선정되신 다섯 분께 진심으로 축하를 드립니다. 3년 만에 이렇게 하객을 모시고수상자 여러분을 축하할 수 있게 되어 감회가 새롭습니다. 특별히 올해는 대산문화재단 창립 30주년을 함께 기념하는 자리이기에 그 의미가 더욱 크다고 생각합니다.
예술문화의 정수로서 늘 우리 곁을 지켜온 한국문학은 이제 한국을 넘어 세계의 독자들에게까지 감동을 전해주고 있습니다. 세계의 중심에서 호명되고 있는 한국문학의 오늘이 있기까지 대산재단이 함께해 왔다는 것에 큰 보람을 느낍니다.
지난 30년 간 재단의 역사와 그 궤를 같이해 온 대산문학상 역시 한국을 대표하는 종합문학상으로서 그 위상을 공고히 하였습니다. 이는 오로지 재단 창립시부터 지금까지 많은 문인들과 독자 분들께서 꾸준히 지지하고 응원해주신 덕분입니다. 이를 명심하여 재단은 대산문학상이 세계적인 문학상으로 발돋움 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불안한 세계정세 속에서 한국문학은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가능성을 모색하며 변화하고 있습니다. 소재와 형식의 경계를 허물며 양적으로도 풍성해진 시도들을 올해 한국문학 작품들에서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다양성 속에서도 문학의 본질적인 가치를 지켜낸 이러한 작품들 중에서 전 부문에 걸쳐 제30회 대산문학상 수상작을 선정하였습니다.
빛과 어둠 너머를 사유하는 결연한 목소리를 들려주신 나희덕 시인님, 시간의 망각에 대항하는 문학적 분투를 보여주신 한강 작가님, 문학에 대한 치열한 비평적 대화를 끈질기게 추구하신 한기욱 평론가님, 창조적인 번역으로 가독성을 한껏 제고시킨 한국화 · 사미 랑제라에르 선생님께 축하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이번 수상작들에는 어려운 현실 속에서 문학이 무엇을 할 수 있을까에 대한 작가분들의 진지한 고민이 담겼습니다. 이 작품들을 통해 우리는 우리 사회가 어려움을 함께하고 있으며 또한 서로 연결되어 있음에 큰 위로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재단은 이 작품들이 지닌 가치를 번역·출판지원을 통해 세계에도 널리 알리도록 하겠습니다.
대산문화재단은 교보생명 창립자 신용호 선생의 뜻으로 설립되어 올해 창립 30주년을 맞이하였습니다. 그동안 재단은 안으로는 우리 사회의 문화적 역량을 향상 시키고 미래를 책임질 인재를 육성해 왔으며, 밖으로는 한국문학이 세계문학과 함께 호흡하며 나아갈 수 있도록 지원을 해왔습니다. 이제 서른 살 성년이 된 재단은 그간의 성과를 바탕으로 내실을 다지는 한편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고자 합니다. 이를 위해 재단은 재단의 사명을 ‘모든 사람이 다양한 문학적 경험을 통해 자신과 타인, 그리고 세상을 이해하며 성숙한 세계시민(글로벌 시티즌)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드리는 것’으로 재정립하였습니다. 점점 세분화 되고 다양해지는 사회 속에서도 우리가 공동으로 지켜나가야 하는 인류 보편의 가치가 있습니다. 그리고 문학은 인류가 그 가치를 공유하고 공감하는 데 가장 크게 기여하는 예술문화입니다. 그 가치에 공감하고 그 가치를 실천하며 세계시민으로 성장해 가는 것이 개인으로서는 올바른 삶을, 사회로서는 바람직한 세상을 만드는 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재단은 앞으로도 다양한 문학적 경험을 깊이 있게 전하는 데 집중함으로써 장차 우리 모두가 세계의 일원으로서 서로를 잘 이해하고 공동의 보편적 가치에 공감하며 공통의 문제 해결에 적극 참여하면서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힘쓰겠습니다. 오늘의 재단이 있기까지 우리 문학을 사랑하는 여러분의 애정 어린 격려가 큰 힘이 되었습니다. 이제 대산재단이 새로 수립한 비전2027 ‘가장 소중한 문학적 경험을 전하는 문화재단’이 되기 위해 향후 걸어갈 여정에도 여러분의 변함없는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끝으로 수상자 다섯 분께 재차 축하를 드리며 수상작 선정을 위해 애써주신 심사위원 선생님들께도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가나다순)
시부문
본심
구모룡 평론가, 한국해양대 교수예심
김행숙 시인, 강남대 교수소설부문
본심
권택영 평론가, 경희대 명예교수예심
김영찬 평론가, 계명대 교수평론부문
번역부문(불어권)
대산문학상 수상 소식에 기쁘면서도 두렵고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세상은 여전히 아비규환인데, 그 고통에 대해 쓴 시집으로 상을 받는다는 것이 스스로의 시를 배반하는 일처럼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시집 『가능주의자』에 썼던 제사(題詞)처럼 “이 자욱하고 흥건한 시대를 시는 어떻게 건널 수 있을까”를 질문하며 몇 해를 지냈습니다. 앞을 가늠할 수 없는 재난의 나날 속에서, 폭력과 죽음이 넘쳐나는 현실 속에서, 시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무력감을 느낄 때도 많았지요.
그럼에도 시를 내려놓지 않았던 것은 시가 현실을 증언하고 애도하는 간절한 목소리라는 믿음 덕분이었습니다. 자연적 사회적 재난으로 살아갈 터전을 잃은 사람들과 생명체들을 보며 안타깝고 다급한 심정이 들 때마다, 그 곁으로 다가가 함께 있는 일이 시인의 역할이라 여겨졌습니다. 시인으로 살아온 삼십여 년을 돌아보니, 처음에는 시적 자아인 ‘나’를 발견하고 이해하고 표현하기 위해 시를 썼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나’라고 규정된 것에서 벗어나고 싶었고, ‘다른 나’를 향해 부단히 움직이고 싶었습니다. 그러면서 ‘나’라는 존재가 독립된 개별자가 아니라 수많은 타자들과 연결되어 있음을 실감하게 되었습니다. 반향이든 공명이든, 시는 바로 그 접점과 교차점에서 발생합니다.
각기 다른 음색과 리듬을 지녔지만 서로의 목소리를 삼키거나 지우지 않는 다성적 텍스트를 저는 좋아합니다. 그에 비해 제 시가 지닌 품과 폭은 좁고 단조롭지만, 저항과 다정함이 동시에 가능하다는 것을 그 목소리들을 통해 배웠습니다. 또한 “빛은 오직 어둠 속에만, 오직 죽어가는 삶 속에만 있다”는 어슐러 K. 르 귄의 말은 작가가 어둠과 죽음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를 전해줍니다. 「가능주의자」에서 “아직 무언가 가능하다고 말하는 사람이 되는 것은 / 어떤 어둠에 기대어 가능한 일일까요”라고 반문했던 것도 그래서입니다.
제 가방에는 아직 목소리를 얻지 못한 채 활자에 갇혀 있는 문장들이 한 무더기 들어 있습니다. 낡아가는 종이 위에서 시간을 견디고 있는 그 문장들과 함께 남은 날들을 잘 견디며 쓰겠습니다.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뿐 아니라 한 마리의 물고기로서, 한 포기의 풀로서, 한 개의 돌멩이로서, 한 조각의 유리로서 말하는 법을 배워나가겠습니다. 고통받고 사라져가는 존재들의 목소리에 계속 귀 기울이겠습니다. 목소리들의 물질성 속에서 부르고 응답하며 그 메아리를 받아 적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부족한 시집을 수상작으로 선정해주신 심사위원 선생님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30년 동안 대산문학상을 통해 문학인들의 든든한 반려자가 되어주신 대산문화재단 여러분께도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본심평
어둠 속을 건너가는,제30회 대산문학상 시 부문에는 나희덕의 『가능주의자』, 송재학의 『아침이 부탁했다, 결혼식을』, 신용목의 『비에 도착하는 사람들은 모두 제시간에 온다』, 신철규의 『심장보다 높이』, 이 수명의 『도시가스』 등 다섯 권의 시집이 최종 후보로 부쳐졌다. 모두 우리 시단을 이끌어가는 중진, 중견으로서 유의미한 지속성과 균질성을 보인 탁월한 성과를 읽어가면서 심사위원들은 각 시집이 가진 장처를 넉넉하게 신뢰하고 공감해갈 수 있었다. 오랜 논의 끝에 나희덕의 『가능주의자』가 수상작으로 선정되었다.
이 시집은 따스한 공감과 서늘한 인식 사이에 개재하는 갈등을 생동감 있게 언어화한 명편이다. 시간의 마모에 따라 사라져가는 존재자들과 공동체 안에서 억압받고 지워져가는 타자들을 불러 세우는 파수꾼이자 증언자로서 이제 나희덕은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모성적이고 서정적인 언어에 균열을 내고 그 균열을 극단까지 미학화해간다. 한없는 고단함과 뒤척임으로 버텨온 그의 시간은 이제 존재론적 표지를 넘어 내면과 세계, 주체와 타자의 상호연관성으로 끝없이 확장되어간다. 세상에 편만한 어둠과 비인간의 존재론이 그로 하여금 ‘불가능성의 가능성’을 시적 지표로 삼게 한 것이다.
물론 이러한 음역을 탄생시킨 맥락에는 팬데믹 사태나 국내 정치의 퇴행 같은 외부 요인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재난의 보편성에도 불구하고 그 안에서 속수무책 무너져가는 소외의 삶을 그는 극진한 마음으로 끌어안고 공동체 안으로 사력을 다해 편입시킨다. 아직도 미해결로 남은 채 기억 속에서 사라져가는 사건들, 사람들 그리고 중중하게 남은 고통의 흔적을 아픈 동류감으로 탐사해간다. 하지만 그가 건너고 있는 어둠에는 필연적으로 빛이 아물거린다. 이도저한 불편함이야말로 그 빛을 향한 불가피한 안간힘의 포복 과정일 것이다. 반딧불이처럼 깜박이며 가닿아도 좋을 빛과 어둠에 대해 그는 현실 너머를 사유하는 결연한 목소리로 들려준다. 그것을 일러 이제는 나희덕 식의 사랑법이라고 불러도 좋을 것이다.
그렇다고 나희덕의 시가 존재론에서 상황론으로 몸을 바꾼 것은 결코 아니다. 다만 그는 어디에도 안착하지 않는, 그 어떤 것도 최종적이라고 말하지 않는, 완강한 갱신 의지로 그렇게 나아가고 있을 뿐이다. 이 시집은 큰 틀에서 그러한 지속과 변이의 균형을 지키면서 스스로를 진화시켜온 결실인 셈이다. 언어 너머 존재하는 초월적 심연과 세상에서 지워져가는 타자들을 한 몸으로 호명한 『가능주의자』에 대산문학상의 영예가 얹힌 것을 축하드린다.
본심위원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구모룡 김기택 신달자 김승희 유성호
예심평
모든 문학상의 심사는 많든 적든 일종의 겸허함을 동반한다. 1년 동안 나온 모든 단행본 시집을 대상으로 하는 대산문학상 예심은 그 겸허함의 강도가 셀 수밖에 없다. 이 심사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온화한 겸허함을 바탕으로 하되 차갑고 단호하게 시집을 읽고 대해야 한다. 수 년을 동료들의 속에 기거하던 시가 이제야 시집이라는 형태의 바깥으로 나왔는데, 그것을 마음 놓고 환대해주지 못하는 섭섭함과 불안함이 이 심사의 본질일 것이다. 시인의 장점을 새로 발견하고, 존경하는 시인의 자기 갱신을 확인하는 순간이 본질적인 고통을 감소시킨다. 다행히 그러한 시인과 시집이 많았기에, 별다른 고통 없이 심사에 임할 수 있었다.
심사위원 간의 신뢰를 기초로 각자의 선택을 최대한 존중하는 가운데 30여 편의 1차 심사대상 시집을 선정했다. 1차 회의에서 의견을 교환하고, 두 명 이상의 심사위원이 추천하는 시집을 우선으로 꼽아 18편의 2차 심사 대상 시집을 선정했다. 1차 심사와 2차 심사 사이에 발간된 시집 중 2편을 추가해 최종 3차 심사를 진행했다. 숙고와 논의 끝에 총 9편의 최종 대상작품을 선정하였다.
어떤 시인이 지극히 영예로운 수상의 자격을 놓고 경쟁을 벌이는 이는 다른 시인이지 않다. 그 경쟁자는 바로 자기 자신이다. 이번 예심에도 평소 신뢰할 만한 시력을 보여주었던 시인들의 새로운 시집의 강력한 경쟁자는 시인 당신의 바로 전 시집이거나, 이전에 그가 이룩해낸 그의 시 세계 전체였다. 우리는 점성술사가 아니기에, 아직 오지 않은 시집과 세계에 대해 논할 수는 없다. 다만 지금 이 시집이 지금까지 그가 성취해낸 세계에서 가장 우뚝 솟아나 있는 봉우리인가 하는 점은 조망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른바 중견 시인이라 부르는, 일정한 성취와 시력을 지닌 시인들이 새로 내놓은 자기 갱신과 시적 도전은 놀라웠다. 생애 대부분을 시인으로 보낸 자의 속에 그만큼의, 그 이상의 시가 머물고 있으리라는 기분 좋은 예감은 이 광활한 조망이 주는 좋은 풍경이었다. 세 번째 혹은 두 번째 시집을 내놓은 시인들이 보여준 탁월한 시 세계에 허리를 곧추세우는 순간이 자주였다. 자신의 세계를 넓히고 혹은 그것을 뒤집는 여러 시도에 지금 호명하는 시집들이 그들이 내놓은 최고의 시집이면서 동시에 앞으로 내놓을 더 좋을 시집의 예지(豫知)임을 믿어 의심할 여지가 없을 것이다.
예심위원 (왼쪽부터) 홍용희 서효인 김행숙
수상 소식을 들은 밤, 이상하게도 『작별하지 않는다』를 써갔던 장소들이 차례로 떠올랐습니다. 2014년 여름에 꾸었던 꿈을 적어둔 첫 두 페이지에서 출발해 다섯 편의 소설들을 각기 다른 방향으로 펼쳐 써보다 접곤 했으니, 그 시도들의 기간까지 합하면 완성까지 꼭 7년이 걸린 셈입니다. 개인적인 변동이 컸던 시기였고, 여러 차례 이사를 했고, 낯선 도시들을 떠돌아다녔습니다. 그 방들, 책상들, 시간과 경험들 사이에서 저는 흔들렸고 때로 부서지기도 했는데, 이 소설을 포기하지 않음으로써-실은 포기한 적도 있지만- 겨우 자신을 지켜낸 듯합니다. 어쩌면 이 소설이 저를 포기하지 않고 지켜준 것 같기도 합니다. 『작별하지 않는다』의 진짜 주인공인 강정심의 마음- 작별할 수 없는 마음, 작별하지 않을 것을 맹세하는 마음-이.
그 마음 앞에 깊이 머리 숙입니다.
격려를 건네주신 심사위원 선생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그 7년 동안 온기를 나눠준 분들께, 이 소설을 완성하고 출간하기까지 구체적인 도움을 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논리적으로는 결코 앞으로 나아갈 수 없는 때에도 글쓰기는 벼랑 앞 허공에 불가능한 다리를 놓아 제 몸을 한 발 앞으로 옮겨놓습니다. 그렇게 조금 더, 한 걸음씩만 더 나아갈 수 있기를 빕니다.
본심평
올해 대산문학상 본심에 올라온 소설은 강화길의 『대불호텔의 유령』, 김초엽의 『지구끝의 온실』, 박상영의 『1차원이 되고 싶어』, 손홍규의 『예언자와 보낸 마지막 하루』, 윤고은의 『도서관 런웨이』, 이서수의 『헬프 미 시스터』, 정찬의 『발 없는 새』, 한강의 『작별하지 않는다』 등 8편이었다. 세대와 장르를 가로지르는 한국소설의 대표작들이 총망라되었다고 할까. 개인적 삶에 편재하는 미시적 권력의 흔적을 더듬는 작업에서부터 공적 기억의 허구성을 폭로하는 시선에 이르기까지, 또 아직도 제대로 된 진실이 알려지지 않은 우리 사회의 역사적 상처를 재조명하는 데서부터 지구 환경 전체를 사유하는 생태적 상상력에 이르기까지 이번 본심 소설들은 한국소설의 현재를 조망하는 최전선이라고 할 만했다.
각각의 소설들에 대한 소회와 감상에서 시작된 심사는 열띤 논의와 투표를 거친 뒤 강화길의 『대불호텔의 유령』, 박상영의 『1차원이 되고 싶어』, 정찬의 『발 없는 새』, 한강의 『작별하지 않는다』등 4편을 최종 후보작으로 선정했다.
2차심에 이어 한 주 뒤 진행된 최종 심사에서 심사위원회는 한강의 『작별하지 않는다』를 올해의 수상작으로 결정했다. 『소년이 온다』 이후 소설 속 시간을 작가의 실제 삶 속에서 되살려 내는 접신의 환각은 한강 소설의 상수가 되어버린 감도 없지 않은데, 『작별하지 않는다』는 그 몸의 통증을 이제 독자들의 삶 속으로까지 되돌려보내는 작품이라고 할 만했다. 과거의 역사적 시간과 그것을 문자화하는 작가, 그리고 미래의 독자가 한 몸이 되어 그 순간의 아픔에 동참하며 그 시간을 현재화하는 작품이라고 할까. 한강은 광주와 제주 4.3을 잇고 뒤섞으며 지금 이곳의 삶에 내재하는 그 선혈의 시간을 그야말로 온몸으로 애도한다. 이 작업은 ‘작별하지 않겠다’는 이 소설의 결연한 의지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시간의 망각에 대항하는 문학적 분투의 각별한 사례로 기억될 듯하다. 수상을 축하한다. 우리 소설은 또 하나의 역사를 기록하게 되었다.
본심위원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방현석 권택영 임철우 신수정 은희경
예심평
올해 대산문학상 예심 과정에서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양적으로 더욱 풍성해진 한국 장편 소설의 작황이다. 물론 그에 걸맞은 질적 성과가 함께 따라오고 있는가라는 물음에 대해서는 보는 이에 따라 의견이 엇갈릴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작가들이 어떤 형식으로든 장편소설의 중요성을 예민하게 의식하고 있고, 그렇게 장편을 써나가려고 하는 의욕과 에너지가 어느 때보다도 충만하다는 점은 의심할 수 없는 사실인 것 같다.
한국소설의 현장에서 이미 오래 전부터 보아왔던 익숙한 현상이지만, 수다한 장편소설의 흐름 속에서 시대를 관통하는 대표적인 경향을 발견할 수 없었다는 것도 다시 한 번 환기해볼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시대정신을 서사로써 지탱하고 감당하려는 의식과 의지가 이제는 장편소설의 핵심이 될 수 없는, 또 그러기 쉽지 않은 시대의 불가피한 증상일 것이다. 역사와 현실을 직시하면서 클래식한 장편소설의 미덕을 견지하려고 한 몇몇 작품들이 많은 부분 작의(作意)가 두드러지게 노출되거나 관념성의 한계를 보여주었던 것도 그렇게 보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현상이다. 관점에 따라 이를 어떤 보편적인 가치나 통념을 의식하거나 그에 지나치게 얽매이지 않는, 작가들 각자의 취향과 개성이 그만큼 다양하게 발휘되고 있는 백화난만(百花爛漫)의 지경이라고 볼 여지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검토한 많은 소설들이 지닌 한계도 뚜렷했다. 특히 공감할 수 있는 상황이나 소재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반면, 그것을 지탱하는 소설의 구조나 형식적 차원에 대한 고민이 부족하다는 점은 심사위원들 모두가 공통적으로 지적한 문제였다.
예심위원들은 이러한 인식을 공유하면서 작품 하나하나를 놓고 긴 토론을 거쳤다. 작품이 가진 장점만큼 한계가 뚜렷해 보이는 작품들도 있었기에 그만큼 찬반 논의는 치열했고 합의 과정도 쉽지 않았다. 길고 긴 토론과정을 거쳐 심사위원들 각자의 취향이나 선호도는 일단 뒤로 미루고 공통적으로 인정할 수 있는 작품의 미덕을 기준으로 삼아 어렵게 본심에 올릴 8편의 작품을 추릴 수 있었다.
그렇게 본심에 오른 작품들은 강화길의 『대불호텔의 유령』, 김초엽의 『지구 끝의 온실』, 박상영의 『1차원이 되고 싶어』, 손홍규의 『예언자와 보낸 마지막 하루』, 윤고은의 『도서관 런웨이』, 이서수의 『헬프 미 시스터』, 정찬의 『발 없는 새』, 한강의 『작별하지 않는다』 등이다. SF와 추리에서부터 노동이나 예술의 존재방식에 대한 성찰에 이르기까지 이들 작품이 다루고 있는 문제와 형식은 넓고도 다양하다. 무엇보다 이 작품들은 모두 각기 나름의 방식으로 역사와 현실과 미래를 깊이 있게 응시하고 있었고, 이 시대의 난제와 고통을 개성적인 장편의 형식으로 짊어지고 있었다. 2021년 여름에서 2022년 여름을 통과하는 시기의 한국 장편소설의 성과가 여기에 있다.
예심위원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이수형 김영찬 임현 윤성희
우연찮게 평론집 표지에 어린 향고래들의 행렬을 그려 넣고 나서, 바다를 자유롭게 헤엄치는 그 모습이 여태 나로 하여금 문학의 길을 가게 한 힘이 아니었을까, 생각해 보았다. 『모비 딕』의 한 장면을 상상해서 그린 그 문양은 고래처럼 생명력 넘치는 존재를 우리 문학의 주체로 삼고자 하는 열망의 표현이기도 하다.
부제로 단 ‘사유·정동·리얼리즘’을 해도(海圖)와 나침판 삼아 우리 시대 작가들 각각의 문학세계를 깊숙이 탐문하고 작품의 성격과 의의를 섬세하게 논하고자 했다. 지난 10년의 시대전환기 동안 한국 사회와 문학에서 가장 두드러진 현상은 촛불혁명과 페미니즘이었는데, 이 시기의 작품 논의를 ‘정치적 올바름’의 차원으로 환원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시대론과 작품론에서 서구의 첨단 이론을 살펴보기도 했지만, 이론을 작품에 적용하여 해석하는 일방적 방식을 경계하고 작품 자체에 녹아있는 사유와 정동에 귀기울이고자 했다. 문학이란 사회과학과 철학의 이론에 후행(後行)하는 뭔가가 아니라 새 길을 발견하고 여는 창조적인 행위가 그 핵심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기후위기 시대의 한국문학을 본격적으로 논하지 못한 것이 아쉽고, 그런 아쉬움 때문에 향고래 문양을 꼭 집어넣고 싶어 한 것인지도 모른다. 지금 우리는 피쿼드호의 선원들처럼 절체절명의 위기와 재난의 나락으로 끌려가고 있음에도 여전히 생명보다 돈을 중시하는 체제의 굳은 관성과 ‘헤어질 결심’을 하지 못한다. 향고래처럼 살아있는 존재를 문학의 주체로 삼는다는 것은 곧 생명과 생태를 착취하고 폐기처분하는 이 체제의 속성과 결별하는 일일 것이며, 문학의 주체는 그 결별의 열망과 분투를 기록하는 가운데 바다처럼 열린 길로 나서게 될 것이다.
대산문학상 평론 부문 수상자로 선정되었다는 전화를 받고, 문학이 좋아서 한 길을 간 것뿐인데, 큰 상까지 받는다는 게 쑥스럽기도 했다. 그러나 다음 순간 내 글에 담긴 문장 하나, 생각 한 자락 모두 내 개인의 소유가 아님을 깨닫게 되었다. 뜻깊은 작품을 쓰기 위해 분투한 작가와 시인들, 동료 평론가들, 문학의 최전선에서 공동의 목표를 향해 작업했던 계간《창작과비평》의 동료와 편집부 직원들께 감사드리고, 특히 개벽사상에 이르는 변혁적 사유와 문학의 공부 길을 일러주신 백낙청 선생님께 각별한 감사를 드린다. 이 책을 알뜰하게 편집해 준 이진혁 팀장과 내 글의 첫 독자이자 날카로운 교정자인 아내에게도 감사의 뜻을 표한다. 우리 문학의 큰 산이 묵묵히 지켜보고 있음을 잊지 않고 앞으로 더 정진하도록 하겠다.
심사평
격년으로 시행되는 평론 분야 대산문학상 심사를 위해 심사위원들은 지난 여름부터 두 달에 걸쳐 세 차례의 독회 및 회의를 가졌다. 8월 18일 첫 모임에서는 지난 2년간 간행된 평론집 중에서 한국문학에 의미 있는 기여를 했다고 여겨지는 작품 11편을 엄선했다. 원로에서부터 신진 평론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배의 평론가들의 역작들이 망라되었다. 심사위원들은 각자 이 후보작들을 대상으로 면밀한 정독을 거친 후 9월 23일 2차 모임에서 성민엽의 『문학의 숲으로』, 오형엽의 『알레고리와 숭고』, 한기욱의 『문학의 열린 길』, 황종연의 『명작 이후의 명작』등 4편을 최종후보작으로 선정했다. 그리고 10월 14일 최종심을 거쳐 이 가운데 『문학의 열린 길』을 수상작으로 결정했다.
최종 후보에 오른 4편의 평론집은 ‘작품적’ 성취를 기준으로 하는 대산문학상의 취지에 부합하는 뛰어난 성과들이다.
한기욱의 『문학의 열린 길』은 현실과 시대정신에 부응하는 리얼리즘의 실천적 사유를 바탕으로 ‘문학의 길’을 탐문한 비평집이다. 우리 현실에 대한 예민한 인식과 문학적 성취 사이의 대화적 고민이 남다르다. 그런 한편 개성적 비평 감각보다는 집단적 믿음에 빚지고 있다고 여겨지는 대목도 없지 않아서 비평의 개성적 측면과 사회적 기능을 둘러싼 토론의 여지를 남기기도 한다. 그럼에도 동시대 문학장과 문제적 문학에 대한 치열한 비평적 대화를 끈질기게 추구하고 있는 점은 높이 살 만하다.
이상 4편의 최종후보작들을 두고 토의 끝에 우리는 『문학의 열린 길』을 수상작으로 의결했다. 동시대의 문학현장에 천착하는 동시에 탄력적 대화성을 수행해온 한기욱 평론가의 수상을 축하하며 저마다 뛰어난 성취로 한국문학장에 기여한 다른 후보자들의 노고에도 감사를 전한다.
본심위원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김수이 고형진 윤지관 우찬제 서경석
한국화
2022년 제30회 대산문학상 번역부문 수상 소식을 한창 이삿짐을 싸고 있을 때 들었습니다. 정신이 없는 와중에 들은 소식이라 얼떨떨하고 믿기지 않았습니다. 2016년 석사과정 중 시작한 번역이 2022년 최종 교정을 마치고 출간되었으니 꽤 긴 시간 동안 이 책과 함께한 셈입니다. 그동안 저와 공역자인 사미 랑제라에르는 파리 8대학의 문예창작석사과정을 마치고 작가로서 첫 책을 출간했으며 번역가로서 몇 권의 책을 번역했고 파리에서 베를린으로 거주지를 옮겼습니다. 『백의 그림자』는 그 시간의 그림자처럼 우리를 동반한 셈입니다.
『백의 그림자』와의 첫 만남이 어땠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다만 한국에서 프랑스로 날아온 유학생의 필요한 것만 들어있어야 했던 짐 가방에 이 책이 들어있었다는 사실로 봐서, 이 책이 저에게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 의미가 무엇이었을까요. 그것은 프랑스어가 모어가 아닌 제가 수많은 어려움에 부딪히면서도 끝까지 번역을 할 수 있게 만든 황정은 작가의 꼿꼿함, 그림자가 일어나는 쉽지 않은 세상에서도 등장인물인 무재와 은교가 서로에게 보여주는 다정함, 그리고 한 문장 한 문장에서 느껴지는 서늘한 아름다움이 아닐까 싶습니다.
모어를 외국어로 옮기는 과정에서 저는 외국어 실력에 대한 부족함보다도 그동안 게으르게 모어를 읽고 있었다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명확히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는 문장들도 그저 익숙하다는 이유로 구렁이 담넘어가듯 스르륵 지나갔던 것이지요. 모어를 외국어로 옮기는 일은 그 문장들을 덜 게으르게 이해하는 일이었습니다. 한국어의 특징상 자주 생략된 주어, 상황에 따라서만 이해할 수 있는 다소 모호할 수도 있는 표현, 쓰인 것뿐만 아니라 그 사이의 공백을 적극적으로 해석하는 일이었습니다. 이 과정을 인내심을 가지고 함께해 준 공역자 사미 랑제라에르에게 공을 돌립니다.
한 땀 한 땀 수를 놓듯이 한 문장 한 문장을 함께 치열하게 고민하고 다투었습니다. 원작의 현실성과 환상성이 교차하는 지점을 프랑스어로 어떻게 자연스럽게 옮길지를 많은 시간을 들여 의논했습니다. 두 명이 하나의 작품을 번역하는 것은 지난한 과정이었지만 번역이란, 그리고 문학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장이기도 했습 니다.
대산문화재단과 심사위원분들, 이 책의 출간에 열의를 보여준 프랑스의 베르디에 출판사 관계자들, 격려와 응원을 아끼지 않던 문학의 세계 안에서 만난 친구들과 가족에게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사미 랑제라에르
숲속에서 길을 잃은 『백의 그림자』의 은교와 무재처럼 저도 이 책을 처음 읽었을 때 길을 잃은 기분이었습니다. 그림자가 일어나는 기묘한 현상부터 부조리극에 나오는 것 같은 은교와 무재의 대사, 그리고 정확한 말로 수식하기 불가능한 둘의 관계는 저에게 매우 낯설게, 동시에 매혹적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러고 보니 이 책에는 숲에서뿐만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길을 잃는 장면이 무수히 등장합니다. 은교는 일하고 있는 전자상가 안에서도 길을 잃고, 새로운 오무사를 찾으러 가면서도, 그리고 무재와 함께 떠난 섬에서도 길을 잃습니다. 식상한 비유일지도 모르지만, 공역자와 저 역시도 이 책을 번역하면서 그들과 함께 길 잃기를 반복했습니다. 황정은 작가가 구사하는 낯선 언어를 프랑스어로 어떻게 살릴 수 있을지, 전자상가의 인물들을 중심으로 구축된 『백의 그림자』의 정교한 세계를 유럽 문화권에 어떻게 옮겨올 수 있을지가 고민이었습니다. 또한 혼자가 아닌 공역을 하는 것 역시도 도전 과제였습니다. 공역자와 저는 언어뿐만이 아니라 세계관의 차이를 서로에게 설명하고 설득했습니다. 이 과정은 가끔 벅차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은교와 무재가 부르는 <구두 발자국> 노래처럼 한 발짝씩 나아갔던 것 같습니다.
저는 특히 황정은 작가가 그리고 있는 등장인물들에 각별한 애정을 느꼈습니다. 모든 등장인물이 주변인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그중에서도 유곤과 오무사의 노인은 『백의 그림자』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그렇기에 저에게는 더 소중하게 느껴지는 인물들입니다. 전자상가와 함께 이 인물들도 사라질, 보이지 않게 될 위험에 있지만, 황정은 작가는 그들이 그렇게 쉽게 사라져서는 안 된다는 것을 조용히, 하지만 굳은 목소리로 역설합니다. 그 감동적인 목소리가 프랑스어권 독자들에도 전달될 수 있어서 기쁩니다.
자리를 빌려 대산문화재단과 심사위원들, 베르디에 출판사에 감사의 인사를 표합니다.
심사평
언어권별로 돌아가며 수여되는 대산문학상의 이번 번역부문 심사는 지난 4년간 프랑스어로 번역 출간된 작품들 중 이미 본 상을 수상한 경력이 있는 번역가들의 작품을 제외한 총 37편의 작품들을 대상으로 진행되었다. 문학상이 아닌 번역상 수상작을 고르는 작업이었으나 심사위원들은 좋은 우리의 문학을 타언어권에 소개하려는 대산문학상의 취지에 맞춰 원작의 문학적 가치를 우선적으로 고려하였고, 번역의 질과 가독성, 그리고 현지 문학계의 평가 등을 선정 기준으로 삼았다. 두 차례 예비심사 과정을 거쳐 최종심의 대상이 된 번역서는 허수경의 『15° vent de nord-ouest(허수경 시선집)』, 황정은의 『Cent ombres(백의 그림자)』, 편혜영의 『La Nuit du hibou(서쪽 숲에 갔다)』와 『La Loi des lignes(선의 법칙)』, 그리고 공지영의 『Les Enfants du silence(도가니)』 등 모두 다섯 편이었다.
황정은의 『Cent ombres』는 사회적 폭력과 시스템의 비정함을 은교와 무재의 선량하고 꿋꿋한 사랑 이야기를 통해 시적인 문체로 풀어 낸 원작 소설의 문학성과 프랑스 현지에서 까다로운 작품 선정으로 유명한 베르디에(Verdier)출판사에서 출간된 점, 그리고 <르몽드>를 위시한 여러 신문과 잡지에서 호의적인 평가를 받은 점 등을 고려하여 수상작으로 선정되었다. 특히 원문에 얽매이기보다 작가 특유의 울림과 정서가 외국 독자에게도 잘 전달될 수 있도록 가독성을 높여 문학성을 살린 창조적 번역 전략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앞으로도 좋은 한국 문학을 더 많이 번역 소개해 달라는 부탁으로 받아 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최종 수상작을 결정하였다.
본심위원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카린 드비용 이인숙 유석호 최권행 지영래
시 | 고은 作 『내일의 노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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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 이승우 作 『생의 이면』 |
희곡 | 오태석 作 「심청이는 왜 두 번 인당수에 몸을 던졌는가」 |
평론 | 백낙청 作 『현대문학을 보는 시각』 |
번역 | 이학수 英譯 『Pine River and Lone Peak 조선 3인 시선집』 |
시 | 이형기 作 『죽지 않는 도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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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 이청준 作 『흰 옷』 |
희곡 | 수상작 없음 |
평론 | 김우창 作 『시인의 보석』 |
번역 | 최현무·파트릭 모뤼스 佛譯 『La Place 광장』(최인훈 作) |
시 | 황동규 作 『미시령 큰 바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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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 최인석 作 『내 영혼의 우물』 |
희곡 | 이윤택 作 「문제적 인간-연산」 |
평론 | 유종호 作 『문학의 즐거움』 |
번역 | 정종화·안선재 英譯 『The Poet 시인』(이문열 作) |
시 | 정현종 作 『세상의 나무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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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 이호철 作 『남녘사람 북녁사람』 |
희곡 | 이강백 作 『영월행일기』 |
평론 | 수상작 없음 |
번역 | 김미혜·실비아 브래젤 獨譯 『Windbestattung 풍장』(황동규 作) |
시 | 김춘수 作 『들림, 도스토예프스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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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 박완서 作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 |
희곡 | 수상작 없음 |
평론 | 김병익 作 『새로운 글쓰기와 문학의 진정성』 |
번역 | 수상작 없음 |
시 | 신경림 作 『어머니와 할머니의 실루엣』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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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 김주영 作 『홍어』 |
희곡 | 이만희 作 『돌아서서 떠나라』 |
평론 | 조남현 作 『1990년대 문학의 담론』 |
번역 | 수상작 없음 |
시 | 황지우 作 『어느날 나는 흐린 酒店에 앉아 있을 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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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 서정인 作 『베네치아에서 만난 사람』 |
희곡 | 노경식 作 「千年의 바람」 |
평론 | 김종철 作 『시적 인간과 생태적 인간』 |
번역 | 최미경·장 노엘 주테 佛譯 『Le Chant de la fidèleChunhyang 열녀춘향수절가』 |
시 | 최승호 作 『그로테스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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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 이윤기 作 『두물머리』 |
희곡 | 수상작 없음 |
평론 | 오생근 作 『그리움으로 짓는 문학의 집』 |
번역 | 고광단·장 노엘 주테 佛譯 『L'Envers de la Vie 생의 이면』(이승우 作) |
시 | 이성부 作 『지리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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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 황석영 作 『손님』 |
희곡 | 이근삼 作 「화려한 家出」 |
평론 | 최원식 作 『문학의 귀환』 |
번역 | 이인숙·김경희·마리즈 부르뎅 佛譯 『Talgung 달궁』(서정인 作) |
시 | 김지하 作 『화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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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 김원우 作 『객수산록』 |
희곡 | 김명화 作 「돐날」 |
평론 | 김윤식 作 『우리 소설과의 대화』 |
번역 | 유영난 英譯 『Everlasting Empire 영원한 제국』(이인화 作) |
시 | 김광규 作 『처음 만나던 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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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 송기원 作 『사람의 향기』 |
희곡 | 수상작 없음 |
평론 | 수상작 없음 |
번역 | 김에델트루트·김선희 獨譯 『Vögel 새』(오정희 作) |
시 | 이성복 作 『아, 입이 없는 것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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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 윤흥길 作 『소라단 가는 길』 |
희곡 | 박상현 作 「405호 아줌마는 참 착하시다」 |
평론 | 황광수 作 『길 찾기, 길 만들기』 |
번역 | 박황배 西譯 『A vista de cuervo y otros poemas 이상 시선집』 |
시 | 김명인 作 『파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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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 김연수 作 『나는 유령작가입니다』 |
희곡 | 수상작 없음 |
평론 | 정과리 作 『문학이라는 것의 욕망』 |
번역 | 프란시스카 조 英譯 『Everything Yearned for 님의 침묵』(한용운 作) |
시 | 김사인 作 『가만히 좋아하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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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 김인숙 作 『그 여자의 자서전』 |
희곡 | 박근형 作 「경숙이, 경숙아버지」 |
평론 | 최동호 作 『진흙 천국의 시적 주술』 |
번역 | 정은진·자크 바틸리요 佛譯 『Le vieux jardin 오래된 정원』(황석영 作) |
시 | 남진우 作 『새벽 세 시의 사자 한 마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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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 김훈 作 『남한산성』 |
희곡 | 배삼식 作 『열하일기 만보』 |
평론 | 김영찬 作 『비평극장의 유령들』 |
번역 | 강승희·오동식·토르스텐 차이악 獨譯 『Die Geschichte des Herrn Han 한씨 연대기』 (황석영 作) |
시 | 김혜순 作 『당신의 첫』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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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 구효서 作 『나가사키 파파』 |
희곡 | 배삼식 作 『열하일기 만보』 |
평론 | 김인환 作 『의미의 위기』 |
번역 | 수상작 없음 |
시 | 송찬호 作 『고양이가 돌아오는 저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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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 박범신 作 『고산자』 |
희곡 | 수상작 없음 |
평론 | 이광호 作 『익명의 사랑』 |
번역 | 브루스 풀턴·주찬 풀턴·김기청 英譯 『There a Petal Silently Falls 저기 소리없이 한 점 꽃잎이 지고』(최윤 作) |
시 | 최승자 作 『쓸쓸해서 머나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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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 박형서 作 『새벽의 나나』 |
희곡 | 최진아 作 『1동 28번지, 차숙이네』 |
평론 | 김치수 作 『상처와 치유』 |
번역 | 최애영·장 벨맹-노엘 佛譯 『Interdit de folie 미쳐버리고 싶은, 미쳐지지 않는』(이인성 作) |
시 | 신달자 作 『종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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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 임철우 作 『이별하는 골짜기』 |
희곡 | 최치언 作 「미친극」 |
평론 | 염무웅 作 『문학과 시대현실』 |
번역 | 하이디 강·안소현 獨譯 『Schwertgesang 칼의 노래』(김훈 作) |
시 | 백무산 作 『그 모든 가장자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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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 정영문 作 『어떤 작위의 세계』 |
희곡 | 수상작 없음 |
평론 | 황현산 作 『잘 표현된 불행』 |
번역 | 고혜선·프란시스코 카란사 西譯 『Los árboles en la cuesta 나무들 비탈에 서다』 (황순원 作) |
시 | 진은영 作 『훔쳐가는 노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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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 김 숨 作 『여인들과 진화하는 적들』 |
희곡 | 고연옥 作 「칼집 속에 아버지」 |
번역 | 최양희 英譯 『The Jehol Diary 열하일기』(박지원 作) |
시 | 박정대 作 『체 게바라 만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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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 김원일 作 『아들의 아버지』 |
평론 | 남진우 作 『폐허에서 꿈꾸다』 |
번역 | 엘렌 르브렝 佛譯 『Hors les murs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박완서 作) |
시 | 마종기 作 『마흔두 개의 초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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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 황정은 作 『계속해보겠습니다』 |
희곡 | 김재엽 作 『알리바이 연대기』 |
번역 | 얀 헨릭 디륵스 獨譯 『Vaseline-Buddha 바셀린 붓다』(정영문 作) |
시 | 이장욱 作 『영원이 아니라서 가능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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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 김이정 作 『유령의 시간』 |
평론 | 정홍수 作 『흔들리는 사이 언뜻 보이는 푸른빛』 |
번역 | 정민정·이르마 시안자 힐 자녜스 西譯 『La panadería encantada 위저드 베이커리』(구병모 作) |
시 | 서효인 作 『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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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 손보미 作 『디어 랄프 로렌』 |
희곡 | 장우재 作 『불역쾌재』 |
번역 | 케빈 오록 英譯 『The Book of Korean Poetry-Chosun Dynasty 한국시선집-조선시대』(맹사성 외 作) |
시 | 강성은 作 『Lo-fi』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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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 최은미 作 『아홉번째 파도』 |
평론 | 우찬제 作 『애도의 심연』 |
번역 | 조은라, 스테판 브와 佛譯 『Le Remontrance du tigre 호질 : 박지원단편선』 |
시 | 오은 作 『나는 이름이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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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 조해진 作 『단순한 진심』 |
희곡 | 수상작 없음 |
번역 | 윤선영, 필립 하스 獨譯 『Nana im Morgengrauen 새벽의 나나』 (박형서作) |
시 | 김행숙 作 『무슨 심부름을 가는 길이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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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 김혜진 作 『9번의 일』 |
평론 | 유성호 作 『서정의 건축술』 |
번역 | 주하선 西譯 『Kim Ji-young, nacida en 1982 82년생 김지영』(조남주 作) |
시 | 김언 作 『백지에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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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 최은영 作 『밝은 밤』 |
희곡 | 차근호 作 『타자기 치는 남자』 |
번역 | 최돈미 英譯 『Autobiography of Death 죽음의 자서전』(김혜순 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