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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틴아메리카 3대 자연주의 소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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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성찰하는 것은 19세기 말 라틴아메리카에서 태동한 문학운동인 ‘모데르니스모’의 주요 테마들 가운데 하나였고, 1940년대 이전의 라틴아메리카 문학은 자연에 대한 인간의 투쟁을 주로 다루었다.
호세 에우스타시오 리베라(José Eustasio Rivera, 1888~1928)의 『소용돌이』(1924)는 리카르도 구이랄데스(아르헨티나)의 『돈 세군도 솜브라』(1926), 로물로 가예고스(베네수엘라)의 『도냐 바르바라』(1929) 와 더불어 20세기 라틴아메리카의 3대 자연주의 소설로 꼽힌다. 특 히 베네수엘라-콜롬비아의 대평원 ‘야노스’와 아마존의 밀림 ‘셀바스’ 의 무자비하고 난폭한 자연을 탁월하게 형상화한 『소용돌이』는 콜롬 비아 문학사에서 사회적 고발 형식을 띤 첫 번째 소설로 평가받는다. 작가의 주요 의도가 고무 채취 노동자들이 겪은 착취와 비참한 삶을 고발하는 데 있었기 때문이다. 소설에 소개된 장면과 정치·사회·문 화적인 면모는 작가가 여러 나라 국경 지대의 밀림을 탐사하며 얻은 지식에 작가의 시적 직관, 통찰력, 상상력을 더해 표현된 것이다.
『소용돌이』의 서사구조는 영웅이 도전적인 여행을 떠났다가 미로 또는 지옥 같은 세계로 돌아오는 이야기를 그린 오르페우스 신화 『아 이네이스』, 『오디세이아』의 그것과 유사하다. 『소용돌이』의 경우 주인 공 시인(詩人)이 사랑을 찾아 ‘푸른 지옥’으로 하강하나 전통 소설들과는 다르게 출발점으로 되돌아가지 못하는데, 특히 작가의 자연과 삶에 대한 깊고 넓은 지식, 소 름 끼치게 섬세한 묘사, 시적 표현은 등장인물들의 몸과 영혼, 삶을 꿰뚫는 폭력성과 절망감을 잘 보여준다.
• 대자연과 인간의 관계 •
『소용돌이』는 자연의 무시무시한 힘 앞에 위치한 화자의 당혹감과 불안감을 드러내고, 인간의 탐 욕과 고무채취업자들의 범죄적인 자연 개발을 고발하며, 무법 세계에서 인간의 본능이 어떻게 발현 되는지 보여준다. 독자는 ‘야만적인’ 자연이 어떤 모습인지, 문명화된 인간은 자연을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는지, 인간과 자연의 갈등은 어떻게 표출되는지, 자연 속에서 인간의 존재 조건은 어떻게 결 정되는지, 자연의 위력은 인간을 어떻게 패배시키는지 등의 문제를 파악함으로써 소설에 형상화된 인간과 자연의 관계에 관해 성찰할 수 있다.
아마존의 열대성 밀림은 등장인물들이 영고성쇠, 우여곡절을 겪는 주요 무대지만 모든 곳에 존 재하는 또 하나의 사악한 등장인물이고, 소설의 정체성을 규정할 수 있도록 해주는 핵심요소다.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인격화된 밀림은 통제할 수 없는 힘이자 악의 화신으로, 인간에게 최면을 걸고, 마법을 씌우고, 인간을 매혹시켜 결국에는 인간을 집어삼키고, 궤멸시킨다. 밀림은 과거가 반 사되는 거대한 거울로 변해 인간이 다른 관점에서 자신을 느끼고 인식하도록 만든다. 그 거울에는 온갖 기억, 이미지, 이야기가 넘친다.
인간이 밀림에서 길을 잃는다는 것은 이중의 의미를 지닌다. 하나는 밀림이라는 물리적 공간에 서 길을 잃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존재론적 의미를 상실하는 것이다. 인간이 밀림에서 길을 잃고 밀림에 잡아먹힌다는 것은 인간의 심리적·도덕적 타락의 결과로, 일상의 시간·공간의 관계들이 정 지되고, 인간이 지옥이나 저승 같은 신화적인 세계로 들어가는 것을 의미한다.
• 밀림이 가르쳐주는 것 •
『소용돌이』는 인간이 자연을 착취함으로써 진보, 발전, 생산, 재생산 등을 이루는 것이 과연 옳 은 것이냐 하는 문제의식을 일깨운다. 우리는 호세 에우스타시오 리베라와 더불어 아마존의 밀림 을 상상하고, 체험하고, 느끼고, 이해하고, 묘사하는 방법을,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새롭게 해석하 고 설정하는 방법을 터득하게 될 것이다.
※ 『소용돌이』는 재단의 외국문학 번역지원을 받아 필자의 번역으로 문학과지성사에서 <대산세계문학총서>로 발간될 예정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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