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시대가 되면서 전세계 곳곳에 우리 한민족이 퍼져 살고 있다. 그 가운데 인구가 가장 많은 곳은 중국과 일본, 그리고 미국인데, 서로 다른 배경에서 망명, 징용, 또는 유이민(流移民)이 시작되었다. 이 가운데 가장 먼저 유이민이 시작된 곳이 바로 중국이며, 한때는 우리 민족의 대표적인 작가 다수가 그곳에서 창작생활을 한 적도 있었다.

유이민과 망명 작가
만주족이 중원을 차지하며 청나라를 세운 뒤에, 자신들의 시조가 살던 백두산 일대에 사람이 살지 못하게 하였다. 만주족의 주력이 북경으로 들어간 뒤에 다른 민족이 그곳을 차지하면 후방이 불안해지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백두산 일대는 몇백 년 동안 사람이 살지 않는 곳이 되었는데, 19세기 중반부터 함경도의 가난한 농민들이 몰래 들어가서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이들은 농사지을 때만 몰래 들어갔다 다시 고향으로 돌아오고, 추수철에 다시 들어가 수확물을 거둬들였다. 이렇게 오랫동안 농사짓다가 결국 사이섬(間島)를 중심으로 정착하기 시작했다. 최종범 등의 평안도 후창군 무관들이 1872년에 압록강을 건너가서 백두산 일대에 정착하거나 떠도는 농민들을 조사해 기록한 『강북일기』에 이미 이덕희라는 몰락양반이 지은 부(賦) 1편과 한시 1수가 실려 있는데, 현존하는 최초의 중국 내 유이민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을사조약 전후로 수많은 지식인들이 압록강과 두만강 이북으로 망명하여 독립운동을 하면서 본격적으로 창작생활을 시작하였다. 안중근의사는 이토오 히로부미를 저격하기 전날 「장부가 丈夫歌」를 지어 동지들을 격려했으며, 만주벌판을 떠돌던 농민들은 중국 관헌과 일본 경찰에 이중으로 탄압당하던 울분을 「간도아리랑」으로 불렀다. 독립군들이 부르던 군가 또한 조선민족의 자랑스러운 문학유산이다.
초기에는 신채호, 유인석, 김택영, 신규식, 이상룡 등의 애국지사들이 개별적으로 창작하였지만, 농토를 빼앗긴 농민들이 대규모로 넘어오면서 조선인 사회가 정착되고, 학교와 신문이 생기자 문단이 형성되었다. 교사와 신문기자들을 중심으로 문단이 형성되면서 정기적으로 잡지가 간행되고 출판사가 만들어져, 민족의 아픔을 문학적으로 형상화한 작품이 상당한 규모로 창작되었다. 최서해, 염상섭, 주요섭, 강경애, 안수길, 박영준, 최남선, 윤동주, 박팔양, 이육사, 김학철, 윤해영 등등, 우리가 이름만 들어도 곧 알 수 있는 작가들이 이곳에 정착하여 창작생활을 했다.
 

▲ 구한말 압록강 철교를 건너는 한민족의 행렬     © 운영자

 

광복 60주년을 기념해 편집
광복 전까지 중국에서 창작되었던 작품 가운데 많은 작품들이 그 동안 잊혀졌다. 일본이 항복하자 작가들이 조국으로 돌아오면서 작품을 정리해오지 않았던 것이다. 1949년에 중국공산당이 정권을 잡은 뒤에는 한국과의 교류마저 끊어져, 작품은 물론이고 그곳에 남아있던 작가들의 활동상황마저 알 수 없게 되었다. 국내에서도 중국 조선민족 문학에 대한 단편적인 연구가 있어 왔지만, 중국 내에서 한국학(조선학) 연구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연변대학 조선언어문학연구소에서 권철, 조성일, 최삼룡, 김동훈 등 네 교수가 『중국조선민족문학사』를 공동집필하였으며, 흩어져 없어져가는 선배작가들의 작품을 수집하기 시작하였다. 당시의 신문과 잡지는 대부분 폐간되었으므로 중국 각지의 도서관과 개인 집에 소장된 신문, 잡지, 일기, 필사본, 프린트본, 활자본 등을 20여년 동안 조사 수집하였다. 현재까지 수집된 분량은 창작품이 1천5백만 자, 민요가 8백여 수, 전설과 민담이 2천여 편이다. 연구자들에게 연구자료로 제공하기 위해, 당시 맞춤법을 그대로 사용하였다. 전체 30권으로 기획했으며, 대산문화재단에서는 편집비를 지원하고 연세대학교에서는 간행비를 지원하여 1년에 10권씩 간행하게 되었다. 1차 연도인 올해에는 2월말에 5권, 5월말에 5권이 출판되는데, 30권이 모두 간행되면 한국문학사를 다시 쓰게 될 것이다.

※ ‘재중조선민족문학대계’는 재단의 해외 한국문학 연구지원을 받아 출간을 준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