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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테스크적 사실주의로 투사한 일그러진 스페인 사회-바예-인클란과 『보헤미아의 빛』에 대하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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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초 스페인의 가장 대표적인 작가 바예 인클란(Valle-Inclan, 1866~1936)은 우선 세기말적 방랑주의 또는 보헤미안적 기질의 기이한 옷차림과 행동으로 이목을 끈 작가로 탁월한 시인, 새로운 언어의 개척자, 새로운 미학인 ‘에스페르펜토'의 창시자이자 역사소설가였으며 여러 편의 위대한 희곡 작품을 창작했다.
그는 당대 대단한 인기를 끌던 부르주아 일상극(genero chico)에서 당시 스페인 정치·사회적 체계의 쇠락을 감추려는 의도를 발견하고 환멸을 느끼게 되나 새로운 문학 조류인 모더니즘을 접하면서 독창성을 보인다. 그리하여 쾌락적인 에로티시즘, 귀족이나 예술가 혹은 방랑자를 정부(情夫)로 둔 관능적인 여성 주인공들, 이국적인 장소, 종교적 상징주의 혹은 관능적인 것과 결부된 이교주의, 서술을 효과적으로 하기 위한 미술적 요소의 사용, 마술적이거나 신비주의적인 요소의 삽입, 감각을 자극하는 문학 언어의 사용 등 자신만의 독특한 문학 세계를 구축한다.
바예-인클란의 문학을 대변하는 것은 에스페르펜토라고 불리는 새로운 수사 용어이다. 에스페르펜토는 일종의 그로테스크적 사실주의로서, 못 생긴 것, 우스꽝스럽게 생긴 것, 그로테스크하거나 괴물스러운 것을 통하여 새로운 예술을 창출하려는 미학이며, 문학을 통하여 그 사회를 바라보는 새로운 방법으로, 이는 바예-인클란이 그동안 시도해 왔던 새로운 미학에 대한 총칭으로 비극적인 것과 그로테스크한 것의 변증법적 조합이라고 볼 수 있다. 예술적인 거리 두기, 감정에 대한 무감각성, 현실에 대한 그로테스크적 변형 등이 에스페르펜토의 이론적인 토대를 이루며, 가장 대표적인 작품이 바로 『보헤미아의 빛 - 에스페르펜토 Luces de Bohemia - Esperpento』(1924)로 작가는 에스페르펜토라는 새로운 방식의 미학을 통해 사회의 어두운 측면에 대한 성찰을 시도하고 있다.
주인공 막스 에스트레야(Max Estrella)는 스페인이야말로 유럽 문명의 기괴한 기형이요 따라서 스페인의 비극적 감정은 오직 조직적 기형화의 미학에서만 찾아질 수 있다고 선언한다. 즉 오목거울을 통해 투시된 스페인 고전 시대의 영웅들의 상은 이러한 기형화 과정의 하나이며 바로 이러한 기형화와 실상의 굴절을 통해서 에스페르펜토가 생성된다는 것이다. 이 작품에서 작가는 스페인 사회를 자신의 비극을 깨닫지 못한 채 이 사회 현실이 부과하는 커다란 고통에 압도된 개인의 모습과 또 각 개인이 갖는 최소한 인간적 가치를 대비시키는 기괴한 모양의 에스페르펜토를 통해 묘사하고 있다. 이 기괴성의 창조는 극 무대의 변칙적 구성, 인간적 형상과 동물적 형상의 혼합, 현실 세계와 꿈의 세계의 중복 등에 의하여 이루어지며 그 효과는 관객에게 폭소와 공포, 당혹감을 일으키는 것이다. 이 모든 기법이 에스페르펜토라고 불릴 수 있는데, 바로 이를 통해 바예-인클란은 자신이 몸담고 살아가는 사회의 뒤틀린 현실을 해석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보헤미아의 빛』은 에스페르펜토를 통해서 사회에 대한 불만, 나아가서 사회에 대한 항의를 내포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바예 인클란이 바라본 당시의 스페인은 이미 수명이 끝난 스페인으로 더 이상 활력도 없고 도덕도 없는 상태였다. 작가는 이러한 스페인의 정치적 인물들의 무능력, 사회적으로 만연된 부도덕, 행정 계층의 부패 등을 에스페르펜토라는 새로운 미학으로 형상화한다. 『보헤미아의 빛』에 나타난 스페인은 총체적으로 비참함의 나락으로 빠져 들어가고 있는 회생 불가능한 스페인이다. 지도층만이 그런 것은 아니다. 어느 누구도 에스페르펜토의 대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왕실에서부터 진절머리나도록 이기주의적인, 중산층 나아가서 인생에서 더 이상 의지할 것이 없는 ‘보헤미안'에 이르기까지 전 계층이 다 망라된 스페인 전체가 그 대상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뒤틀린 모습을 통해서 기존 가치의 허구성을 직시해야 하는 것이다. 오목 거울에서 투사되는 일그러진 모습이 진정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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