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진 대산문화
 
외계에서 온 침입자
 
 
  나는 2005년 7월 11일의 밤을 어제처럼 생생하게 기억한다. 텔레비전에서는 당시 인기 있던 일일연속극인 ‘굳세어라 금순아’를 하고 있었고, 엄마, 아빠, 동생 희선이를 포함한 우리 가족 네 사람의 눈은 모두 구닥다리 17인치 텔레비전 안에서 실종된 엄마를 걱정하는 금순이의 얼굴에 고정되어 있었다. 방 안은 엎질러진 콜라와 먹다 남은 바베큐 치킨 조각에서 흘러나온 들쩍지근한 냄새로 젖어 있었고, 반쯤 고장 났으면서도 여전히 줄기차게 돌아가는 선풍기는 1분에 한 번씩 딱딱거리는 소리를 내고 있었다.  

  8시 47분 21초에 그 모든 일상적인 평화는 박살이 났다. 갑자기 무언가가 천장에 자동차 타이어 크기 정도의 구멍을 내고 우리 집 안방으로 떨어졌던 것이다. 그것은 안방 바닥에 깊이 1미터 정도의 터널을 판 뒤에야 간신히 멈추었다.  

  우린 처음에 그것이 운석이라고 생각했다. 아빠는 그게 돈이 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얼마 전 다큐멘터리 채널에서 운석 수집가에 대한 프로그램을 보았던 것이다. 아빠는 진짜 운석이라면 몇 억은 충분히 받을 수 있을 거라고, 그렇다면 새 집을 사고도 돈이 남아, 새 디지털 HD 텔레비전을 살 수도 있을 거라고 말했다.  

  우리가 새 집과 새 텔레비전에 대한 꿈과 희망에 부풀어 있는 동안 갑자기 바닥에서 삑하는 소리가 났다. 우리가 놀라 바닥에 생긴 구멍을 바라보는 동안 구멍 안에서 금빛으로 번뜩이는 전갈 비슷한 기계가 기어 나왔다. 전갈은 구멍에서 나오자 네 개의 다리를 솜씨 좋게 움직여 그 자리에서 360도 회전을 했다. 회전이 끝나자 구멍에서는 수십 마리의 다른 기계들이 기어 나왔다. 우리 가족은 비명을 질러대며 마루로 달아났다.

  아빠가 경찰을 부르고 엄마가 동네 아줌마들을 부르는 동안, 나와 희선이는 창문을 통해 안방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관찰했다. 전갈들은 마치 사냥감을 만난 붉은 개미처럼 텔레비전과 CD 플레이어를 공격하고 있었다. 플라스틱 케이스는 날아갔고 부속품들은 선발대 전갈에 의해 잘게 쪼개졌다. 쪼개진 조각들은 대기하고 있던 일꾼 전갈들이 구멍 안으로 날랐다. 구멍 안에서는 소방차 사이렌처럼 붉은 색을 뿜으며 무언가가 덜컹덜컹 돌아가고 있었다.

  잠시 뒤 경찰과 소방수들이 도착했다. 안방에 들어간 그들은 일단 전갈 하나를 생포하려 했다. 하지만 전갈은 예상외로 강한 상대였다. 소방수가 집게로 집으려 하자 갑자기 그것은 입에서 작은 파이프를 꺼내더니 집게에 붉은 색 광선을 발사했다. 집게는 순식간에 두 동강 났다. 소방수는 달아오른 손을 흔들며 비명을 질렀다. 조금이라도 광선이 높이 올라왔다면 그의 손엔 구멍이 났을 것이다.

  소방수들과 경찰들이 별 도움이 안 되는 짓을 하는 동안 전갈들의 수는 점점 더 늘어났고 종류도 다양해졌다. 그러는 동안 구멍 주위에는 겹겹의 포물선들을 그리는 레일 비슷한 것들이 만들어졌다. 어떻게 그 작은 구멍 속에서 저렇게 많은 것들이 나올 수 있었는지 알아내는 건 어렵지 않았다. 부서진 가전제품과 가구들이 재료였다. 물론 아까 두 동강 난 금속 집게도 마찬가지였다.

  1시간 뒤, 우린 집에서 철수했다. 그래도 나와 희선이는 우리 물건들을 가지고 나올 수 있었지만, 엄마랑 아빠는 입은 옷 한 벌밖엔 가지고 나올 게 없었다. 필요한 건 다들 안방에 있었던 것이다.

  옆집 거실에서 밤을 보낸 우리는 다음 날 아침 뉴스를 보고 우리 집이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드디어 외계인이 보낸 우주선이 지구에 착륙했고 우리 집은 그 역사적 사건의 무대였다. 옆집 아저씨의 양복을 빌려 입은 아빠는 CNN에서부터 동네 케이블에 이르기까지 모든 뉴스 프로그램에 얼굴을 들이 내밀고 있었다. 순식간에 우리 가족은 전 세계적인 스타가 되었다. 우리의 이야기 밑천은 곧 바닥이 났지만 사람들은 우리가 하는 똑같은 소리를 계속 듣고 싶어했다.

  아빠가 목돈을 챙길 수 있는 길을 모색하고 우리 가족이 큰 이모집과 작은 고모집으로 뿔뿔이 흩어지는 동안, 우리 집은 외계전갈의 기지가 되었다. 겨우 이틀 만에 우리 집은 정상적인 집의 형태를 잃었다. 이제 그건 모서리에 난 세 개의 금속성 팔을 휘두르는 콘크리트 피라미드였다.

  곧 소사동은 재난지역이 되었다. 전갈들은 우리 집만으로 만족하지 않았다. 그들이 번식하고 성장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재료들이 필요했다. 그들은 이웃집을 공격했고 전선과 상하수도를 뜯었다. 그들은 지나가는 개들과 비둘기를 공격했고 심지어 길 가던 할아버지 한 명까지 죽였다. 붉은 광선을 머리에 맞고 즉사한 할아버지의 시체는 벽돌 크기로 토막이 났고 그 조각들은 새로 만들어진 개 크기의 전갈들이 집으로 가져갔다. 전갈들의 이런 행동 때문에, 사람들은 잠시 그 안에 고기를 먹는 생명체가 있다고 착각했다. 하지만 그건 사실이 아니었다. 그들에게 단백질과 지방은 금속이나 플라스틱만큼 중요한 재료였다.

  외계 기계들의 기지는 점점 성장했다. 그들은 마치 부천시에 새로운 철도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처럼 보였다. 우아한 곡선을 그리는 레일들이 우리 집을 중심으로 깔렸고 그 앞에 선 건물들은 가차 없이 철거되었다. 레일들이 끝나는 지점엔 피라미드들이 세워졌고 그 피라미드들은 다시 새 레일들의 중심이 되었다. 이쯤 되자, 외계전갈들이 막일꾼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명백해졌다. 이제 기지와 레일은 훨씬 크고 정교하며 모양도 다양한 다른 기계들에 의해 운영되고 있었다.  

  수많은 과학자들이 부천에 달려와 그들과 대화를 시도했다. 하지만 기계들은 인간들에게 어떤 관심도 보이지 않았다. 그들은 인간들을 거들떠도 보지 않고 건설 작업에 몰두했다. 과학자들이 지나치게 접근하면 경고 없이 사살했다. 시체들은 수퍼마켓과 정육점에서 강탈한 고기들과 함께 기지 안으로 들어가 기계 부속품의 재료가 되었다.

  호전적인 분위기가 부천시 하늘 위를 맴돌았다. 이러다간 부천시의 10분의 1이 외계기계들의 손아귀 안에 들어갈 판이었다. 우리야 아빠가 잽싸게 보상금을 챙겨 이득까지 남긴 편이었지만, 나중에 당한 다른 부천 시민들은 하소연할 곳도 없었다. 외계문명과 조우하기 위해 전 세계에서 날아든 관광객들과 전문가들이 상당한 관광 수익을 제공하긴 했지만 그 수익이 이재민들에게 분배되는 것도 아니었다. 기지를 노린 몇 차례의 폭탄 테러가 일어났던 건 당연했다. 하지만 폭탄은 기지에 손톱만큼의 흠집도 내지 못했다. 기지를 구성하는 금속은 평범한 것들이었지만 그 주변에 일종의 보호막 같은 것이 덮여 있는 모양이었다. 

  결국 군대가 투입되었다. 하지만 이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공격은 어림없었고 건설 방향을 통제하는 것도 불가능했다. 지구인들이 할 수 있는 일은 그냥 바라보고 피하는 것밖에 없었다. 그나마 조금 먹히는 해결책은 쓰레기를 주변에 뿌려주는 것이었다. 그렇게 하면 그들이 재료를 얻기 위해 멀쩡한 건물이나 물건들을 파괴하는 걸 어느 정도 막을 수 있었다.

  2005년 9월 18일, 이제 20층 높이의 금속탑으로 변한 우리 집에서 일곱 대의 비행체가 발사되었다. 30분 뒤, 비행체들은 평성, 개성, 노르드비크, 베이징, 히로시마, 울란바토르, 가오슝에 떨어졌다. 각각의 비행체들은 우리 집에서 그랬던 것처럼 적당한 곳에 자리를 잡아 기지와 레일을 건설하고 기계들을 만들었다.

  부천 시민들은 안심했다. 외계기계들은 더 이상 부천에서 부피를 늘릴 생각이 없는 모양이었다. 비행체가 떨어진 다른 도시들에서는 난리가 났지만 부천 시민들은 이제 공존을 배우기 시작했다. 그들은 부천 안에 만들어진 외계 도시 주변을 정리하고 새 건물을 지었다. 몇몇 건축가들은 외계 건축물의 섬세한 곡선을 모방하는 건물들을 디자인하기도 했다. 한동안 친척집을 떠돌던 우리도 보상금으로 산 새 아파트로 이사했다.

  6년의 세월이 흘렀다. 나는 대학에 입학했고 외계기계는 지구 정복을 완료했다. 여기서 정복이라는 표현은 정확하게 다듬을 필요가 있다. 외계기계들은 지구인들을 복종시킨 게 아니었다. 단지 지구 곳곳에 그들이 필요한 2642개의 기지를 지었을 뿐이다. 그 때문에 수많은 건물들이 부서지고 그만큼이나 많은 사람들이 죽었으며 심지어 몇몇 정부들이 붕괴되기까지 했지만, 세계 종말과는 거리가 멀다.

  이제 그들은 더 이상 지구에 기지를 짓지 않는다. 2년 전 달에 비행체를 날려 기지를 건설한 뒤로 그들은 달과 태양계의 다른 행성에 몰두하는 중이다. 그들은 수성과 화성에 기지를 세웠고 목성의 몇몇 위성들에도 비행체를 쏘아 보낼 예정인 것 같다.

  과학자들은 무엇보다 그들이 달에 세운 기지에 관심을 쏟는다. 달의 이면에 세워진 기지는 아무리 봐도 항성간 우주선을 만드는 제조공장처럼 보인다. 준비가 되면 그들은 다른 항성에 식민지를 건설할 병사들을 사방에 쏘아댈 것이다. 우리가 지구의 외계 기계들을 완벽한 쓰레기 처리 공장으로 활용하는 것처럼, 그들의 우주선을 우주 탐사에 이용할 수 있지 않을까? 자기 일에 방해만 하지 않는다면 그들은 우리의 존재에 신경 쓰지 않는다. 아마 우린 그들의 우주선에 통신장치나 로봇을 심을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매정한 침략자였던 그들이 우리에게 우주로 향한 길을 열어줄 날이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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