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최재철_한국외국어대학교 일본학부 교수, 한국일어일문학회장. 1952년생
저서 『일본문학의 이해』, 역서 『산시로』, 공저 『비교문학자가 본 일본, 일본인』 등
- 일본어역 『엄마를 부탁해(母をお願い)』
신경숙 소설 『엄마를 부탁해(母をお願い)』(안우식 역) 일본어판이 2011년 9월 슈에이샤(集英社)에서 출간되어 호평을 받고 있다. 이미 미국 크노프사에서 영역본 초판 10만부가 매진되어 시선을 끈 바 있고, 세계 30여 개 국에서 번역출판 계약이 체결된 것을 보아도, 가족이라는 보편적 테마로 사랑과 슬픔을 간직한 ‘어머니이야기’에 대해 세계인들이 공감하고 있다고 하겠다. 실종된 어머니를 찾는 가족들의 이야기를 통해 잊고 지낸 어머니의 존재감이 더 커 보이고, 글도 모를 만큼 무지하지만 넉넉하고 강인한 어머니의 족적이 하나하나 재현된다. 사회성 짙은 이전의 한국소설과 달리 섬세하게 일상을 그렸다는 것도 강점이다.
슈에이샤 번역서담당 편집자 이와모토 노부토(岩本暢人)씨의 말에 의하면, 일본소설이 한국에서 넘쳐나고 있는 수출초과 현상을 엎을 방안으로 세계적 베스트셀러 『엄마를 부탁해』를 골랐고, 판형으로 <문고>를 선택한 것이 적중했다고 한다. ‘기본은 작품의 힘’이겠지만, 그간 일본에서는 화제가 되어 20개 이상의 언론매체에서 「한국문학 대두 예감」(요미우리(讀賣)신문), 「한류, 문학에도 불붙다?」(일본경제신문), 「모성을 다시 되찾을 시기」(MSN산케이(産経)뉴스), 「눈치 채지 못한 사이에 보호받고 있다」(문예지 ≪스바루(すばる)≫) 등과 같이 작가 인터뷰와 작품 소개를 하고 있다. 한국문학번역원 지원 작가초청강연회와 대산문화재단의 번역출판지원, 소설가 쓰시마 유코(津島佑子)와의 대담 등 적극적 홍보도 한몫했다.
이 분야에서 저명한 안우식 교수의 번역은 거의 흠잡을 데 없이 원작을 잘 이해하고 충실하게 옮겼으나, 방언을 더 잘 살릴 수 있느냐는 여전히 남은 과제이다. 역자는 마지막 교정쇄를 보지 못한 채 작고하여 마무리 교정책임은 편집부에 있다고 하며, 번역문은 이해하기 쉽게 하는 것을 제1목표로 삼았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원문에서는 간결하게 표현되어 있는 부분이 번역문에서는 설명조로 어휘가 첨가된 데도 있고, 엄마의 말투에 방언과 표준어, 도시의 젊은 여성어가 섞여 있다.
이 작품은 각 장마다 화자(시점)가 교체되는 특징이 있는데, 제1장의 화자 호칭 ‘너’는 일본어로 ‘あなた(아나타)’보다 ‘あんた(안타)’ 아니면 ‘お前(오마에)’가, 제３장의 ‘당신’은 ‘あんた’보다 ‘あなた’가 더 적합할 것 같다. ‘엄마’의 일본어 표기는 초고 ‘オ厶マ(오무마)’에서 출간시 ‘オンマ(옴마)’로 잘 수정하였다.
아사히(朝日)신문 서평 「잃어버린 모성을 그리다 신경숙, 한국사회의 경제발전에 겹쳐」에서 요시무라(吉村千彰)씨는, 제4장만 1인칭 화자인 ‘엄마’ 자신의 이야기라는 점에 유의하여, ‘마지막에, ‘나에게도 일평생 엄마가 필요했다’라는 말은 온 세계 어머니의 마음의 절규가 아닐까ʼ라고 쓰고 있다.
엄마의 삶을 들여다보면 가족이 모르는 ‘또 다른 여인’으로서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온 모습을 보게 된다. 엄마가 남편의 손을 놓치고 혼자가 된 순간에 떠오른 기억은 먼저, 세 살 적에 뛰어놀던 고향집 마당이다. 아버지의 돌연한 사고사의 기억과 슬픈 회한이 엄마의 트라우마가 되어 있었던 것이다. 엄마가 떠도는 영혼이 되어 고향집을 둘러보는 모습에서 인고와 희생의 세월만이 아닌 인정이 있고 보람 있는 삶이었음을 드러내는 동시에, 아픔을 감내하기 위해 고아원 봉사나 다른 남자와의 마음의 교류 등과 같은 스스로만의 공간을 갖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이 작품은 어머니에 대한 감사와 사랑을 전하는 작가의 메시지라고도 볼 수 있는데, 엄마도 자신의 엄마가 필요한 연약한 인간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 에필로그의 ‘엄마를 부탁해’라는 독백은 어쩔 수 없는 상황 하에 초월자에게 의탁하며 마음의 기원을 토로하는 딸의 모습에서 체념과 동시에 정화의 느낌을 받는다.
이 번역을 계기로 한국문학이 일본에서 ‘보통의 문학’으로 자리 잡아, 작가의 말처럼 ‘문학작품을 통해 한국을 더 알고, 가장 가까운 나라끼리 보다 깊게 이해’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
※ 일역 『엄마를 부탁해』는 재단의 한국문학 번역연구출판 지원을 받아 2011년 일본 슈에이샤에서 출판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