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낭만주의 시를 대표하는 윌리엄 워즈워는 1770년 영국 중서부 호수지역 웨스트 컴벌랜드의 코커머스에서 백작의 법률대리인이었던 아버지 존 워즈워스와 어머니 앤 쿡선 워즈워스의 5남매 중 차남으로 태어났다. 그는 만8세가 못 되어 어머니를 여의고,1779년에 혹스헤드 그래머 스쿨에 입학하자 집을 떠나 앤 타이슨의 집에 머물게 된다. 13세에 아버지마저 여읜 그에게 8년간의 혹스헤드 시절은 일생 중 가장 행복한 때이자, 장차 시인으로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준 시기였다.
1787년에 캠브리지 대학에 입학했으나 학업에는 뜻이 없었고, 한 때 프랑스혁명을 지지하기도 했지만 일련의 불행한 사건들을 겪은 후 자신의 시적 재능과 소명을 확신하게 된다.
유년시절부터 시를 쓰기 시작한 워즈워스는 1793년에 『서술적 소묘들』이 출판되자 ‘당대 최고의 시인’이라는 찬사를 듣는다. 그의 전성기는 여동생 도로시와 벗 콜리지와의 문학적 교류를 갖게 된 1797년부터 시작된다. 이듬해 출판된 『서정담시집』은 그들이 공동작업한 위대한 결실이다. 종래의 영시와는 사뭇 다른 시들을 수록한 이 책은 2년 만에 매진되어 1800년에 재판이 나오게 되는데, 이곳에 붙인 ‘서문’은 오늘날 ‘낭만주의 시의 성명서’로 일컬어진다. 1800년은 그의 작품 활동이 가장 왕성하던 시기였고, 주요 작품들은 대체로 1807년까지 씌어졌다. 『소요』(1814) 이후에도 왕성한 시작 활동이 이어졌으나 시적 재능은 쇠퇴해 갔다.
1830년대부터 그의 작품들은 대내외적인 명성을 얻게 되었고, 1843년에 그는 계관시인이 되었다. 80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무수한 주옥같은 작품을 남긴 그의 대표작에는 위에 언급한 작품들 외에도 「저녁 산책」 『변방 사람들』 『폐허가 된 오두막』 「틴턴 사원」 『루시 시편들』 「셀즈베리 평원 기행」 『그래스미어 고향집』 『서곡』 「마이클」 「결심과 독립」 「의무에 부치는 송가」 『영혼불멸의 송가』 「라일스톤의 하얀 암사슴」 「마부」 「피터 벨」 등이 있다.
‘19세기 유럽 낭만주의 문학의 이정표’라고 일컬어지는 『서곡』은 당대에 새롭게 부상하기 시작했던 ‘성장 소설’과 ‘예술가 성장 소설’에 상응하는 자전적 시 작품이다. 시인 자신이 이 시를 가리켜 “내 마음의 성장”에 관한 시, 혹은 “나 자신의 시적 교육에 관한 시”라고 말한 바 있다. 이 시는 처음부터 끝까지, 가톨릭 신자가 신부에게 고해성사를 하듯, 워즈워스가 콜리지에게 말하는 형식을 띤다. 그러나 콜리지는 현장에 없기에 시인의 말을 들을 수 없는 청자이므로 고독한 시인은 때로는 내적 독백을 하거나, 때로는 자연의 물체들과 대화를 나누는 형식을 취한다.
『서곡』은 크게 3 단계로 구성된다. 첫 번째는 시인의 정신적 성장의 단계이며, 두 번째는 무기력과 절망을 겪는 정신적 위기의 단계다. 그러나 세 번째 단계에서 그는 고뇌를 거쳐 정신적 성숙에 도달한다. 그러나 이 시의 구성은 연대순을 따르지 않았다. 워즈워스 생애의 시작점이 아니라, 이 시가 끝나는 시점에 그가 정착했던 골짜기를 찾아 떠나는 장면에서 시가 시작된다.
이 작품은, 그 마지막 시점에 이미 도달한 시인이 플래시백 기법으로 자신이 어떻게 그 시점까지 오게 되었는가 하는 과정을 회상하는 시이기 때문이다.
시인이 회상하는 유년시절은 과거의 생생한 기록이라기보다는 현재의 기억에 의해서 재생된 과거이며, 그것에 의해서 ‘이전의 자아’가 환기되어, ‘변화된 현재의 자아’와 공존한다. 특히 『서곡』에서 저자의 의도는 자신을 거룩한 사명을 위해 “선택받은 존재”로 부각시키는 것이었기에, 그는 과거의 경험들 중에서 자신이 시인―예언자로 성장하는 데 있어서 의미 있고 중요한 경험들만 선별적으로 다룬다.
『서곡』의 또 다른 특징은 워즈워스가 ‘시점들’이라고 일컫는, 깨달음의 순간들의 반복적인 등장이다. 특히 ‘선택된 아들’로서 ‘헌신된 영’이 되어야 한다는 그의 각성의 순간과 스노든 산 정상의 계시의 순간은 이 시를 이해하는 중요한 열쇠가 된다. 마침내 깨닫게 된 그의 사명은 시인―예언자가 되어 ‘새로운 형식의 새로운 시’를 쓰는 것이었고, 그의 노래의 주 영역은 ‘인간의 마음’이었다.
워즈워스는 시인으로서의 그의 마음의 성장을 기록한 자전적 작품인 이 시를 ‘인간에게 이르는 하느님의 길’을 설명하는 밀턴의 서사시 『실낙원』과 비교한다. 본인 스스로 밀턴의 위대한 전통의 계승자로 자처했던 것이다.
※ 『서곡』은 재단의 외국문학 번역지원을 받아 대산세계문학총서 90권으로 출판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