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2일, 프랑스 유수의 문학상 공쿠르상(Prix de Goncourt) 심사위원단은 사상 최초로 흑인 여성 작가를 수상자로 선정하였다. 주인공은 마리 은디아예(Marie NDiaye).페미나상(Prix Femina)을 받은 작가는 이 상을 받지 못한다는 관례가 깨지는 순간이기도 했다.
아프리카와 프랑스를 배경으로 세 여인이 겪는 우여곡절을 그린 소설 『힘 있는 세 여인(Trois Femmes puissantes)』(갈리마르)은 지난 8월 말 출간 이후 비평가들의 찬사를 받았으며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기도 했다. 현재까지 45만권 이상이 팔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마리 은디아예는 프랑스 중부 지방의 피티비에(Pithiviers)라는 곳에서 1967년 프랑스인 어머니와 세네갈인 아버지를 두고 태어났다. 그가 갓 돌이 지났을 때 아버지는 아프리카로 돌아가고 마리는 두 살 위의 오빠와 함께 교육자인 홀어머니의 슬하에서 자라는데 파리 근교에서 정상적이고 학구적인 어린 시절을 보낸다(특히 오빠 팝(Pap)은 공부를 잘해 사학자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
어려서부터 글쓰기를 좋아하던 마리는 만 17세이던 1985년, 『창창한 미래에 대해서는(Quant au riche avenir)』이라는 소설로 등단한다. 로브그리예, 마르그리트 뒤라스 등 누보로망 작가 및 사무엘 베케트 같은 전위적인 작가를 발굴한 미뉘출판사(Editions de Minuit)의 대표 제롬 랭동(J럕셫e Lindon)이 직접 계약서를 들고 마리가 다니던 고등학교로 찾아갔다고 한다.
현재까지 총 13권의 장편 및 소설집을 통해 현실과 환상을 넘나드는 고유한 문학 세계를 구축하고 있다. 또한 희곡과 동화 분야도 시도하여 그의 희곡 「아빠는 밥을 먹어야 돼(Papa doit manger)」는 생존하는 여성 작가의 작품으로는 유일하게 프랑스 국립극장 코메디 프랑세즈의 레퍼토리에 올라있기도 하다. 은디아예는 2001년 『로지 카르프(Rosie Carpe)』 로 페미나상을 받으면서 작가로서의 자리를 굳힌다.
그는 자신이 아프리카와 무관함을 항상 강조해왔다. 만 1세에 아버지에게 버림 받은 이후 검은 대륙과는 아무 관계가 없는 삶을 살아왔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따라서 흑인 문학 등으로 분류되는 것에 절대 반대한다. 그런 그가 처음으로 아프리카를 주 배경으로 쓴 『힘 있는 세 여인』은 살아남기 위해, 스스로의 존엄성을 잃지 않기 위해 투쟁하는 세 여인, 노라, 환타, 카디의 삶을 그린 삼부작이다. 스스로의 상처와 함께 ‘남성’―폭력적아버지, 보잘 것 없는 남편 등―으로 대변되는 인간 조건의 어두운 면을 치유한다는 것을 테마로 하고 있다. “같은 주제를 세 파트로 나누어 다룬 한 곡의 음악처럼 구성하였다”고 작가는 설명하고 있다(일간지 <르몽드(Le Monde)> 인터뷰). ‘여성’, ‘이민’, ‘아프리카’ 등 프랑스 지성이 민감해하는 주제들을 적당히 섞은 기회주의적인 선택이라는 야유도 없지 않으나,비평가들은 그의 정확한 단어 선택과 섬세한 문체에 많은 찬사를 보냈다. 보편적인 주제를 고유한 언어로 담았다는 것이 평론계의 일반적인 반응이다.
한편 공쿠르상과 함께 은디아예를 유명하게 만든 것은 지난여름 문화잡지 <엥록컵티블(Les Inrockuptibles)>에 게재된 그의 반정부 발언이다. 자신이 몇 년 전 남편과 세 아이를데리고 프랑스를 떠나 베를린에 정착한 이유를 우파 사르코지의 대통령의 당선이라고 선언하면서 “현 정부 하의 프랑스는 흉칙하고, 그 분위기가 억압적이고 저질스럽다”고퍼부었다. 특히 할당량을 정해 놓고 불법 이민자를 강제 추방하는 정책을 적극 비판하였다. 일개의 의사 표현에 그쳤을 이 발언은 한 여당 의원의 ‘과잉 충성’으로 인해 불거지는데, 이 의원은 문화부장관에게 서신을 보내, 공쿠르상 수상자들에게, 프랑스를 대표하는 작가로서의 책임감을 강조하며 “하고 싶은 말도 참는 신중함을 보일 의무”가 있다는 점을 상기시켜 달라고 호소하였다. 당연히 문화계의 인사들은 ‘표현의 자유’를 들먹이며 반발하였고 그 여파로 또 다시 전파를 탄 은디아예는 아마도 내심 즐거운 비명을 질렀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