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아사쿠사의 광대, 새로운 문학과 혁명을 꿈꾸었던 시인의 자화상
특집을 기획하며 ①시장 속의 문학 ②“비탄의 시대에 시인들이 무슨 소용이 있는가?” ③미래에 관한 회상 ④살아남기 위한 자들의 언어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높은 곳을 꿈꾸었던 「천체수업」
‘천의 얼굴을 가진 조선의 천재’ 허균의 『성소부부고』
①진한 노을,초봄 개울에서 ②기러기떼 헛 가위질하듯,한네의 승천
첫 번째｜뒤늦게 눈뜬 재능 두 번째｜혼자 있는 시간의 고요 세 번째｜합포 산호동 옛집 네 번째｜매미 오줌 맞기
①제25회 대산문학상 시·소설 부문 본심 대상작 선정 ②우리 문단에 당도한 새로운 감수성
네 번째｜매미 오줌 맞기
글 이근화 ㅣ 시인. 1976년생
시집 『칸트의 동물원』 『우리들의 진화』 『차가운 잠』
『내가 무엇을 쓴다 해도』 등
매미 오줌 맞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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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들의 보호 본능이라는 것이 사실은 절실한 반응인데 인간의 눈으로 보기에는 어처구니없을 때가 있습니다. 제 꼬리를 자르고 가버린 달지, 고개를 구덩이에 처박는 달지 그런 것 말입니다. 매미 오줌도 그런 것의 일종이 아닐까 합니다. 몇 방울 안 되는 물을 맞으면 그것이 오줌인지, 어쩐지 몰라도 순간 잡는 것을 멈추게 됩니다.
초등학생 아이가 직접 만든 사계절 책은 재미있습니 다. 여름 난에 “매미 오줌 맞기”라는 과제가 주어져 있습 니다. 매미란 놈이 한여름 시끄럽게 울어대면 더위가 증 폭되어 신경이 거슬리는 법인데 아이들에게는 그렇지 않 은가 봅니다. 나무에 매달린 매미 허물도 흥미롭고 손이 닿을 만한 높이에 매미가 매달려 있으면 얼른 가서 잡아 냅니다. 맨손으로도 채집망으로도 제법 잘 잡습니다. 저 희들끼리 소리를 들어보며 암컷 수컷을 얼른 가려내기도 합니다. 제법 약삭빠른 놈은 정말 오줌을 찍 갈기며 날아 가 버립니다. 도망치는 매미는 멀리 가지 못하고 어딘가 또 매달립니다. 그렇게 매미를 따라 다니며 채집통 한 가 득 담아왔다가 도로 풀어줍니다. 비좁은 채집망 속에서 우글우글 하던 것들이 한꺼번에 날아가 버립니다. 그런 아이들과 아파트 단지를 두어 바퀴 돌다가 시원한 그늘 을 찾아 잠시 쉬기도 합니다. 그 매미 오줌의 정체에 대 해 생각해 보게 되지요.
동물들의 보호 본능이라는 것이 사실은 절실한 반응 인데 인간의 눈으로 보기에는 어처구니없을 때가 있습니 다. 제 꼬리를 자르고 가버린 달지, 고개를 구덩이에 처 박는 달지 그런 것 말입니다. 매미 오줌도 그런 것의 일종 이 아닐까 합니다. 몇 방울 안 되는 물을 맞으면 그것이 오줌인지, 어쩐지 몰라도 순간 잡는 것을 멈추게 됩니다.
시종일관 묵묵히 자리를 지켰습니다. 시리아 내전에서
수만 명의 민간인을 구출해낸 공로를 인정받아 받은 상이었지만
수백 명의 희생을 감수해야 했답니다. 그들을 기리는 그의 진중함이야말로
상에 부응하는 방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제 몸속의 물을 비우고 날렵하게 날아올라 안전한 곳으로 무사히 착지하여 또 다시 수액을 빨겠지 요.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어느 정도 공격적인 행태를 취하는 것은 생명체가 지닌 본능이겠지요. 개체를 스스로 보호, 유지, 확장하려는 욕망이야 말로 한 개체로서 시간을 넘어서는 근원적인 것 을 향한 본능적 움직임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사람들도 다르지 않습니다. 그런데 사람이어서 이 본능이란 것에서 벗어나기 위한 얼마간의 저 항과 노력이 퍽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나이 들수록 본능의 영역이 강해지는 것을 안팎으로 느끼면서 더욱 더 그래요. 본능이 감각의 영역이며, 타고난 능력이며, 이성에 반하는 육감이라는 점에서 중요한 것일 테지만요.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거대한 그물은 어쩐지 초라하고 빈약한 느 낌을 줍니다. 생래적으로 타고난 능력 이상을 꿈꾸며 움직이는 사람들이야 말로 인간의 꿈과 가능 성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한 시상식 자리였어요. 상을 받는 수상자들의 모습이 제각각이었습니다. 평화상을 받는 구호단 체의 대표는 다소 어두운 표정으로 시종일관 묵묵히 자리를 지켰습니다. 시리아 내전에서 수만 명 의 민간인을 구출해낸 공로를 인정받아 받은 상이었지만 수백 명의 희생을 감수해야 했답니다. 그 들을 기리는 그의 진중함이야말로 상에 부응하는 방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실천상을 받게 된 침 팬지 학자는 고요하고 편안한 모습이었어요. 여든을 넘긴 나이였지만 그녀는 생동하는 내적 에너 지 같은 것으로 충만해 있었어요. 여전히 세계 도처를 돌며 인간과 자연이 공존할 수 있는 이 세계 의 아름다움과 여전히 남아 있는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한다는 그녀의 목소리가 음악처럼 들렸습 니다. 평생 학자로 살며 교육에 힘써온 수상자들에게서 엿볼 수 있는 명예와 자존심 역시 빛나는 것이었습니다.
인간의 본능은 자기 자신을 지키지만 본능을 넘어서는 움직임, 실천과 희생은 스스로를 넘어서 는 인간의 위대한 힘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나무 그늘 아래 매미 오줌을 맞으며 즐거운 한 때를 보내는 아이들도 제 충실한 본능에 따라 자라고, 언젠가는 자신을 넘어서 사람들에게로 다가서는 빛나는 발걸음을 보여주기를 기대해 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