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소식 및 공지사항

2017 대산창작기금 수혜자 선정
글쓴이 : 운영자 날짜 : 17.07.27|조회 : 1793

2017년 대산창작기금 수혜자

 

1. 수혜자

 

부문 성명 작품명
기혁

「소피아 로렌의 시간」 외 53

백점례

「빗살무늬 토기」 외 49

심지아

「빈칸의 경험」 외 52

소설 이갑수

T.O.P」 외 5

임 현

「그 개와 같은 말」 외 8

희곡 석지윤

「킬링 코미디언」 외 2

평론 장은정

「전환」 외 15

아동문학 김정수

동시 「딴생각하기 좋은 시간」 외 49

이귤희

동화 『터널』

 

2. 심사위원

- : 고형렬(시인), 이지엽(시조시인, 경기대 교수), 정끝별(시인, 평론가, 이화여대 교수)

- 소설 : 전성태(소설가), 이순원(소설가), 서하진(소설가, 경희대교수)

- 희곡 : 장성희(극작가, 연극평론가, 서울예대 교수), 최치언(시인, 소설가, 극작가, 연출가)

- 평론 : 신수정(평론가, 명지대 교수), 우찬제(평론가, 서강대 교수)

- 아동문학 : 김개미(시인, 동시작가), 조태봉(아동문학평론가), 황선미(소설가, 동화작가)

 

3. 심사평가

블라인드 심사로 예심을 거쳐 본심에 오른 아홉 분의 작품이 최종심사 대상이었다. 심사위원들의 개성이 반영된 결과이기도 하겠지만, 아홉 분의 시세계는 우리 시의 현주소를 가늠케 할 정도로 다양한 개성을 선보이고 있었다. 특히 시조 부문에서 응모작품수뿐 아니라 그 시적 성취 또한 풍성했기에 현대시 선정자 세 분 중 한 분을 시조 부문에서 우선적으로 선정하기로 했다.

 

심사위원들은 전통적인 정격시조와 현대화된 파격시조에 대한 의견부터 조율해야 했다. 최종적으로 「빗살무늬 토기」 외 49편과 「홀로 듣는 소리」 외 49편을 두고 오랜 토론이 이어졌다. 전자는 전통시조 정격의 격률을 안정감 있게 계승함으로써 현대시조의 품격과 서정을 펼쳐보였다면, 후자는 격률이나 시적 발상 및 태도의 측면에서 시조 장르의 음역을 확대하면서 현대시로서의 시조의 가능성을 맘껏 발현하고 있었다. 오랜 논의 끝에 심사위원은 전자의 손을 들어주기로 했다. 시조가 시조로서 잃지 않아야 할 부분들이 있음에 동의했다. 이외에도 「초승달」 외 49편이 가진 집중되고 세련된 언어감각에도 심사위원들의 시선이 오래 머물었음을 밝혀둔다. 명실상부한 현대시조의 대중화 혹은 개성화를 기대해본다.

 

현대시 부문에서는 「소피아 로렌의 시간」 외 53편과 「빈칸의 경험」 외 52편을 최종 선정했다. 다양하면서도 개성적인 작품들을 두고 심사위원들은 ‘작품성을 최우선’으로 하면서 ‘역량 있는 신진 발굴과 양성’에 부합한다는 대산문화재단 창작지원 프로그램의 취지를 환기했다. 「소피아 로렌의 시간」 외 53편의 경우는 견고한 시적 사유와 응집력 있는 시의 밀도를 높이 평가했다. 시편들 전체가 질서정연한 구조를 이루면서 시간과 인간, 세계와 역사를 향해 일사분란하게 항진하고 있었다. 시편들 전체가 장편서사시 혹은 연작시를 읽는 듯한 연속성과 일관성을 견지해내는 깊이가 있었다. 예각화된 언어운용과 감각 또한 믿음직했다. 우리 시단의 듬직한 지킴이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빈칸의 경험」 외 52편은 시의 감각과 화법이 재기발랄하고 다채로웠다. 반복과 수다와 비약이 다소 불안정한 면이 있었으나 아슬하게 그 경계를 넘어서는 시적 가능성으로서의 실험성과 에너지, 새로운 감각을 높이 평가했다. 참고로 심사위원 전원이 동의한 선정작이 있었으나 확인 결과 다른 지원을 받은 작품이 포함되어있어 부득이 선정 대상에서 제외하였음을 밝혀둔다.

 

시 부문 선정자 세 분 모두에게 축하의 말을 건넨다. 세 분 모두 우리 시의 미래다. 선정에서 아쉽게 제외된 모든 응모자들 또한 지금-여기 우리 시의 최전선일 뿐 아니라 미래를 이끌 첨병이자 믿음직한 보병들임에 틀림없다. 응원의 마음을 전한다.

 

 

소설

“우리 소설에 당도한 새로운 감수성”

 

기금의 성격에 합당한 심사의 틀이 마련되어 있지만 심사를 보기 전에는 심사 기준이 없다고 해도 무방하다. 작품성을 가르는 보다 디테일한 기준은 테이블에 올라온 작품들이 스스로 마련해준다. 경향성을 포함하여 문학 현장의 질문과 감수성, 즉 소설 미학의 당대성이 자연스레 형성되고 심사위원들은 그 생성된 미감으로 작품들을 감상하게 된다. 대산창작기금에 모인 소설들은 한국문학의 전위적이고 징후적인 작품들의 집합이라 할 수 있다. 예심을 거쳐 본심에 오른 아홉 분의 작품들에서 우리가 감지한 소설 미학의 당대성은 소설의 기능과 영향력 확장에 대한 고민이었다. 당면한 우리 소설의 활력 문제를 내면화한 신진들이 새로운 감수성으로 고투하고 있었다. 새로운 형식과 내용에 대한 탐구가 치열한 작품들이 심사위원들을 매료시켰고, 반대로 그렇지 못한 여타의 ‘수려한 작품들’이 낡고 진부한 작품으로 전락했다.

 

아무래도 장편소설이나 중편소설을 통해 작가의 긴 호흡과 스토리 구성 능력을 확인할 수 있기를 바랐지만 눈에 띄는 작품이 없었다. 장편의 빈곤은 비단 작가들의 역량만의 문제는 아닐지 모른다. 단속적이고 휘발성 강한 문화를 소비하는 사회이니까. 앞서 밝힌 대로 단편소설 부문에서 높은 주제의식과 감각적인 스토리텔링을 동시에 이루어낸 성과작들이 많았다. 젠더, 소수자, 고통에 공명하는 감각, 타자와 연대하는 방식 등 새로운 관점에서 묻게 되는 윤리적 질문을 주제화하고 이를 공감할 만한 서사로 꾸려낸 작품들은 우리문학에 새로운 감수성이 도달한 느낌을 주었다. 한편으로 많은 소설들이 주제와 소재 측면에서 어두운 현실의 재현이라는 고전적 글쓰기를 치열하게 행하고 있지만 이야기 방식에 대한 모색이 여전히 부족한 것도 절감했다. 당위성만으로 서사의 세계는 버티지 못한다. 이야기하는 방식이 달라져야 한다. 어떻게 이야기할 것인가 하는 모색 없는 소설은 작가에게는 치열했을지 모르나 결코 이 시대가 요구하는 적실한 이야기라 할 수 없을 것이다.

 

T.O.P」 외 5편의 소설들은 스토리텔링이 독보적이었다. 이 작가는 어떤 소재를 주어도 자기만의 스타일로 흥미로운 이야기를 지어낼 천부적인 이야기꾼처럼 보였다. 무협, 만화, 판타지 등 장르 문화가 소설의 경계를 무너뜨린 건 오래 전이지만 이 지원자에게서는 더욱 전략화되어 이야기의 갱신을 이끌어내고 있다. 그의 소설에는 현실적인 화자는 한 명도 없고, 오직 도저한 ‘뻥의 세계’만이 돌올하다. 그럼에도 그의 이야기는 현재성의 실현에서 발군이었다. 그는 지금 여기를 이야기하려는, 근접전에 강한 파이터와 같은 작가였다. 또한 460여 장에 이르는 중편 「우리의 투쟁」에서 긴 호흡의 이야기에도 능한 입담을 확인했다. 물론 우리는 이 작가의 이야기에 그래서 뭘?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하고, 더 그럴듯한 세계도 어디 한 번 비틀어보시지, 하는 생심이 없지 않았다. 그러나 우리는 더 재미난 이야기를 듣기 위해 기다려줄 용의가 있고, 그 뜻을 전하고 싶었다.

 

「그 개와 같은 말」 외 8편은 앞서 우리 문학이 도달한 새로운 감수성이라 이를 만한 징후적인 작품세계를 뚝심 있게 보여주고 있다. 타자에 대한 윤리 감각들, 특히 통증에 대한 이해가 아주 높아 ‘통증의 윤리학’이라 부를 만한 주제를 수준 높은 서사로 보여준다. 우리 내부의 뒤틀린 욕망, 피해의식, 분노, 불안, 고통이 여러 겹 관계의 윤리로 재해석되고, 서툰 발화나 오해를 통해 모순에 빠지거나 파경에 이르는 드라마는 흡인력이 대단하다. 실감을 통한 강한 공감력도 이들 단편들의 장점이었다. 이 작가의 소설은 모호하지 않으면서도 해석의 폭이 넓은 서사를 거느리며 관념의 끝단까지 형상화되어 있다. 주제에 집중한 언어의 밀도라든가 반전이 잘 구현된 구성에서는 문학의 고전적인 품격도 환기된다. 당분간은 이 작가의 작품으로부터 우리 시대의 소설 담론들이 얘기되리라는 예감이 든다.

 

두 작가에게 축하를 보낸다. 가능성의 세계에 손을 내민 만큼 더욱 멋진 작품으로 갚아주길 바란다.

 

희곡

예년보다 많은 수의 작품들이 응모 되었다. 그러나 다수의 작품들이 거친 초고 수준에 머물고 있으며, 웹툰이나 TV드라마 대본 또는 시나리오 대본을 희곡 형식으로 다듬어 응모한 듯하였다. 무엇보다 희곡 쓰기에 대한 기본적 수련도 거치지 못한 작품들은 난삽한 일상의 말들과 극중 언어의 차이조차 구분하지 못하고 있었다. 희곡은 대사로 이루어진 문학이다. 문학의 언어는 상징적이며, 압축, 간결, 적확해야 할 것이다. 희곡이라는 언어 문학이 무대라는 물질 공간을 만났을 때 비로소 연극이 탄생한다는 것을 숙지하기 바란다.

 

예심을 거쳐 4명의 작가의 작품이 본심에 올랐다.

 

먼저, 「에이미 GO」 외 1편 중 「에이미 고」는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 시를 쓰고 부동산 투기 등을 하는 여성을 주인공으로 그리고 있다. 다소 무거울 수 있는 상황과 설정을 극화시킨 인물들을 통해 가볍고 발랄하게 그리고 있다. 그러나 극이 전반적으로 요설이 길고 서사가 나열적이며 평면적인 것이 아쉬웠다. 이 작가가 장점으로 가지고 있는 대사의 시적 압축성과 상징성은 「시에나, 안녕 시에나」를 통해 잘 드러나고 있다. 앞으로의 작업 방향에 참고가 되길 바란다.

 

「드라마틱, 드라마」 외 2편은 모두 가족을 소재로 한 가족극이다. 인간과 가족에 대한 따뜻한 시선과 자연스러운 극의 전개, 깔끔한 대사 처리가 이 작가의 장점이라 할 수 있다. 특히, 2인극인 「드라마틱, 드라마」는 위성 방송 드라마를 시청하는 게 유일한 즐거움인 노부부를 통해 인생과 연극, 드라마를 자연스럽고 깔끔하게 접목시키고 있다. 그러나 다수의 작품이 기존 가족극에서 노출되고 있는 상투성과 구태의연함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젊은 극작가에게 요구되는 참신성과 도전적 문제의식이 가족극 안에서도 그려지길 바란다.

 

「칼 세이건을 위하여」 외 3편은 위협 받는 인간의 존엄성과 비인간화를 독특한 소재와 상상력으로 다루고 있다. 무엇보다 위협 받는 존재자로서 희망을 찾고자하는 "회복성"에 대한 작가적 문제의식에 신뢰감이 간다. 또한 각 작품들마다 일관된 주제를 다양한 소재로 소화내고 있으며, 상황에 직면한 인물들의 성격이 구체적이며 타당한 근거로 작동하고 있어 극의 흐름이 안정적이다. 그러나 간혹 장황한 대사들이 극에의 몰입을 저해시키고 있어, 전략적인 대사 쓰기에 대한 아쉬움을 남겼다.

 

「킬링 코미디언」 외 2편은 다른 응모작들에 비해 ‘강입자 가속기’, ‘우라늄’ 등 근래 희곡에서 볼 수 없었던 신선한 소재와 자신만의 독특한 스타일을 보여주고 있다. 무엇보다 ‘파편화 되고 해체된 관계’에 대한 문제의식을 시종 비꼼과 위트로 표현할 수 있는 작가의 입심과 사유에 신뢰가 간다. 그러나 지나친 언어유희와 인물들의 비현실적 설정 등이 극을 난삽하게 만들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태초에 우라늄이 있었다」라는 작품은 과도한 대사의 유희성으로 인해 최소한의 극적 개연성과 판독성 마저 저해 시키고 있다. 또한 연극적 상상력과 만화적 상상력의 차이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이번 심사에서 가장 어려운 것은 대산문화재단의 지원 방침을 존중하면서 조건에 부합하는 선정자를 찾아내는 일이었다. 시 등 타 장르에서 중복수혜의 성격이 거론되면서 희곡 심사에도 엄격한 기준이 제시되었다. 최종심에 오른 4인의 작가 가운데 공교롭게도 3인이 타 창작지원제도의 수혜자였다. 제출한 표제작으로 지원 수혜를 받았다는 점이 무엇보다 문제로 거론되었다. 사실 희곡 분야의 경우 지원을 받았더라도 작가 중심의 지원이라기보다 공연을 지원하는 성격이 강한 것이 해당 지원 제도의 속 모습이다. 하지만 타 장르와의 형평성을 고려할 때 희곡문학의 특수성으로는 재단 측을 끝내 설득하지 못했다. 결국 오랜 토론과 숙의 끝에 어쩌면 극장과 무대를 꿈꾸며 희곡이라는 글쓰기를 사유와 유희하는 힘으로 밀고 온 「킬링 코미디언」 외 2편의 작가를 응원하기로 결정한다.

 

평론

올해의 대산창작기금 평론 부문 응모작 총 9편을 일별하고 처음 느낀 것은 우리 평단이 시를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한두 권 분량의 소설 관련 평론을 제외하면 응모작들 대부분은 시에 관한 평론들이었다. 이는 시의 부활인가, 소설의 쇠락인가? 지난 몇 년 동안 질기게 이어온 비평의 위기 이후 새롭게 대두된 이 현상 앞에서 비평의 위상을 다시 한 번 점검하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이 현상이 비평의 갱신에 유의미한 변화를 초래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했다.

 

응모작 가운데 심사위원들의 관심이 주목된 것은 세 권 정도였다. 우선, 우리는 「사건의 예지들」 외 49편의 방대한 분량과 열정에 압도되었다. 그러나 시에 관한 모든 논의와 리뷰를 총망라하고 있는 이 작품은 바로 그 압도적 분량에 내재된 문제점, 즉 비평의 선별적 기능과 가치 판단의 문제를 새삼 환기시키고 있는 것 역시 사실이었다. 자신의 비평적 입장을 개진하는 방향으로 작품들을 추리고 조율하는 작업은 비평의 출발점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불안한 시대의 꿈」 외 24편은 그 점에 있어서 일정 수준 이상의 성취를 보여주었다. 주로 이제까지의 소설 비평에서 간과되어왔던 하위 장르들, 예컨대 주로 SF의 형식을 빌려온 몇몇 소설들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감추지 않는 이 작업은 신진 비평가의 기개를 감지하기에 모자람이 없었다. 비평이 이제까지의 문학사의 빈틈을 사유하고 그를 통해 새로운 문학장을 구성하고자 하는 열정의 산물이라면 이 작업은 그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할 만했다. 그러나 우리는 마지막, 이 작업에 손을 들어줄 수 없었는데 이 작업의 성취 여부를 확인하기에는 아직 충분할 정도의 작업이 진행되지 않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올해의 지원작은 결국 「전환」 외 15편에게 돌아갔다. 최근의 문단 상황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그를 통해 자신의 비평적 입장을 개진하고자 하는 열의와 현장 감각, 일관된 문제의식, 시 텍스트에 대한 애정과 풍부한 시적 사유, 유려한 문장과 세련된 언어감각 등 「전환」 외 15편은 현재 우리 평단의 젊음을 확인할 수 있는 최적의 작업이라고 할 만했기 때문이다. 물론, 두 심사위원 간에 완만한 합의가 이루어지기에는 약간의 시간이 필요했던 것도 사실이었다. 시적 사유의 깊이에 비해 시 분석이 다소 평이하게 이루어짐으로써 시에 대한 도전적이고 전복적인 해석의 여지가 약하게 느껴진다거나 인용 텍스트의 전문을 다루는 경우가 많아 평론가의 재기발랄한 텍스트 선택의 묘미를 확인하기에 아쉬움이 많다는 점 등은 지원자가 앞으로 타개해 나가야할 사안들은 아닌가 싶었다. 부디 대산창작기금 지원을 계기로 자신의 비평 작업을 다시 한 번 되돌아보고 보다 성숙한 비평 활동에 임해주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지원을 축하드린다.

 

아동문학

금년도 아동문학 부문 응모작은 모두 140 편이었고 그 중 동시 부문 응모작 수는 총 75권에 이른다. 1권당 50~60편이 묶였으니 편수로 헤아리면 족히 4,000편 내외의 작품이 모인 셈이다. 아동문학장에서 동시에 대한 관심이 높고 그 비중 또한 동화에 못지않다는 사실을 실감할 수 있었다. 편편마다 깃들어 있는 동심적 사유와 아동의 삶에 대한 깊은 천착과 애정을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더러는 성인시의 기법과 취향에 경도되어 동시의 경계를 벗어나기도 하고, 혹은 기존 동시의 관행을 답습하면서 식상함을 떨쳐내지 못한 작품들도 있었다. 그러나 많은 수의 작품이 아동성을 토대로 시적 성취로 나아가고 있어 미덥기도 하였다. 이들 중에서 1권을 고른다는 것은 모든 심사가 그렇듯이 쌀독에서 보리 한 알 집어내는 것만큼이나 어렵고 고단한 일일 수밖에 없다. 몇 번을 거듭 읽고 심사숙고하는 과정을 통해 5권이 예심을 통과했고, 이를 서로 돌려보며 논의한 끝에 「모서리 아이」 외 49편과 「딴생각하기 좋은 시간」 외 49편이 최종적으로 남게 되었다.

 

「모서리 아이」 외 49편은 시적 감수성이 뛰어나고 시적 사유의 기발함도 지니고 있어 단연 눈에 들어올 수밖에 없었다. 특히 「모서리 아이」 「파도」 등의 작품은 상징과 이미지를 통해 아이의 심리, 혹은 역동성을 그려냄으로써 탁월한 시적 성취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다른 여러 작품은 아동독자가 수용하기엔 버거우리만큼 주관적 이미지를 과도하게 드러내기도 하고, 때로는 난해하기까지 하다는 단점을 지니고 있기도 했다.

반면에 「딴생각하기 좋은 시간」 외 49편은 소재나 시적 장치의 기발함은 덜하지만 전편의 수준이 고르고 잔잔한 시적 감흥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에서 안정적이고 동시다웠다. 더욱이 아이의 눈으로 일상의 의미를 가볍게 되짚어보는 시적 묘미와 함께 삶에 대한 긍정적 사유의 건강함이 느껴지기도 했다.

 

동시는 ‘아동성’에 토대를 둔 ‘시’라는 점에서 난해한 장르다. 시와 동심이 서로 어우러지는 지점을 찾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자칫 시적 추구에 골몰하다 보면 아이를 외면하게 되고 반대로 아이에게만 집중하다 보면 시를 잃게 된다. 이 경계에서 선자들은 전혀 다른 경향의 두 시집을 놓고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거듭 숙고한 끝에, 결국 시적 의미도 놓치지 않으면서 아이들의 삶에 밀착해 있는 「딴생각하기 좋은 시간」 외 49편에 손을 들어 주기로 했다.

 

동화부문에서는 작품마다 장단점이 있는 데다 심사위원마다 의견에 차이가 있어서 합일점을 찾기까지 애를 먹었으나, 동화 작품이 예년에 비해 수준이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온 것은 다행이었다.

우리는 동화 부문에서 마지막까지 『에너지 전환법』과 『터널』을 두고 고심하며 작품의 완결성, 주제의식, 참신성 및 작가가 놓친 부분까지 면밀하게 검토하였고 두 작품 중 어느 것도 쉽게 놓기가 어려웠다.

 

『에너지 전환법』은 인간이 구축한 유토피아적 시대가 무너져버린 2065년 지구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인간이 에너지 배터리로 전락해 유린당하는 사건을 중심으로 철저하게 통제되고 단조로워진 인간의 삶을 그려냈는데 더는 참신하다고 할 수 없는 이 소재가 흥미로운 것은 감정을 절제하고도 작품 전반에 우울한 정서를 담아낸 묘사력 덕분일 것이다. 그러나 속도감이 떨어지고 난해하다는 의견이 있었고, 최고의 기술 문명을 경험한 후대라면 에너지를 얻는 방식이 인간보다 극한의 더위나 추위가 더 상식적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터널』은 지하실을 통해서 시간 이동을 하는 판타지 방식의 동화이다. 주인공이 왜곡된 현재를 바로잡고자 1945 8 15일로 돌아가서 과거 사건을 경험하고 할아버지의 비밀을 깨닫는 구성력, 빤하지 않은 인물 설정으로 흡입력을 놓치지 않은 것을 이 작가의 뛰어난 점으로 보았다. 주요 인물인 할아버지를 끝까지 평면적으로 둔 것이나 이차 세계로 진입하는 방식이 상투적인 게 다소 아쉬웠으나 전체적으로 무리가 없고 동화작품으로 안정적이어서 수상작으로 결정했다.

 

아쉽게도 선에 들지 못한 분들에게 심심한 위로를 드리고, 당선된 분은 더욱 정진해 높은 문학적 성취를 이루시길 재삼 당부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