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소식 및 공지사항

2018 대산대학문학상 수상자 발표
글쓴이 : 운영자 날짜 : 18.12.13|조회 : 6879

2018 대산대학문학상 수상자 발표

 

•시 부문

「재와 사랑의 미래」 외 4편_김연덕 / 한예종 서사창작 2년

•소설 부문

수상자 없음

•희곡 부문

「돼지의 딸」_이다은 / 숭실대 예술창작학부 4

•평론 부문

「오래된 비디오테이프의 동력, 그 마음을 움직이는 힘」_박소연 / 연세대 국어국문 4년

•동화 부문

「타조관찰일지」 외 1편_장은서 / 숭실대 예술창작학부 2

 

심사평

 

•시 부문

두 가지 의미에서 심사가 쉽지 않았다. 296편 모두 고른 기량을 가졌다는 것 하나, 그중 분명하게 ‘이것’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는 것이 다른 하나다. 문학상에 충분히 도전해도 좋을 만큼 일정한 수준에 오른 이들이 많아졌다는 의미도 될 것이고, 부족하지만 개성 있는 시보다 기성의 문법에 충실한 시들이 많아진 탓도 있을 것이다. 어찌 되었든 대산대학문학상의 심사를 맡는다는 것이 영광이면서 지극히 괴롭고 어려운 일인 건 분명하다.

 

응모작 중 일곱 명의 작품 35편이 본심 대상이었다. 한 테이블에 둘러앉아 다시금 작품들을 돌려 읽으며 세 명의 심사위원들은 이미 기량을 갖춘 대상작들 중 보다 나은 작품을 골라내기 위해 고민했고 그중 「사이먼이 말하기를」 외 4편, 「낭만역학」 외 4편, 「재와 사랑의 미래」 외 4편, 이상 세 사람의 작품을 두고 최종 논의를 하기로 합의했다.

 

「사이먼이 말하기를」 외 4편은 유쾌한 리듬과 사유의 끈기가 돋보였다. 이는 자신만의 시를 쓸 준비가 되었다는 것을 의미하리라. 그럼에도 아쉬웠던 것은 시 속 이야기가 응집되지 않고 자꾸만 흩어져버린다는 것이었다. 이를 밀도의 부족이라 해도 좋겠다. 빛나는 이미지와 인상 깊은 비유들이 그럼직한 방식으로 엮이지 않고 낱낱의 문장이 되어 겉돌았다. ‘엮어내는 힘’을 갖게 된다면 더 좋은 시적 성취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낭만역학」 외 4편은 개성이 돋보인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자신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이를 시로 풀어내는 능력 또한 뛰어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소 설명적인 문장들이 시 곳곳에 끼어들어 시적 긴장은 물론 읽는 이의 집중을 방해하는 것이 아쉬웠다. 시와 비시의 경계를 외줄 밟는 듯한 아슬아슬함이 즐거움을 주기도 하지만 때론 맥을 풀어놓기도 한다는 점을 유의해 선택과 배제를 한다면 더 완성도 있는 시를 쓸 수 있게 될 것이다.

 

「재와 사랑의 미래」 외 4편은 적당한 거리감과 명료한 이미지, 교차하는 감정의 순간을 세밀하게 드러내는 실력이 발군이다. 무엇보다 자신의 목소리를 가지고 있다. 단정하고, 단호하다. 밀착되어 있는 시 속 대상과 정황으로부터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능력은 쉽게 얻기 어렵다. 시인이 얼마나 오래 숙고하고 습작해왔는가를 쉬이 짐작해볼 수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재와 사랑의 미래」 외 4편은 당선작으로서 손색없는 여러 시적 미덕을 갖춘 것으로 보였다. 표제작에서 보여준 일종의 형식적 실험이 파격적이라기보다 다소 익숙하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지만, 사유를 따라가는 데에 있어 큰 방해요소가 되지 않았다. 심사위원 세 명은 고민을 접고 흔쾌히 「재와 사랑의 미래」 외 4편을 당선작으로 선택했다.

 

시는 언어를 쌓고 해체하는 일종의 구축물이다. 그러다 보니 형식이 강조되곤 한다. 그러나 형식의 배면에는 말하지 않거나 말하지 못하는 것들이 있다. 그 모든 것을 아울렀을 때 마침내 “한 편의 시가 나타났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심사 대상작들에게서 느낀 아쉬움은 그런 것이다. 우리는 완성된 세계가 아니라 완성되어가는 세계를 보고 싶다. 어떤 세계도 완성될 수 없기 때문이다. 본심에 오른 「진시황은 살아 있습니까?」 외, 「아스피린 사용법」 외, 「Anechoic」 외, 「어린 왕은 머그잔에 비친 왕의 얼굴에 자신을 겹치어본다」 외 등의 작품들은 모두 뛰어난 수준을 보여주지만 이런 점에서 아쉬움을 느꼈다. 마지막으로 두려움 없이 과학의 용어를 빌려와 자신만의 “구축물”을 시도한 시편들과 앙상한 문장과 빈 이미지로 중세의 숲을 연상하게 하는 시편들에게도 격려를 전한다. 방법에 집중한 나머지 과하거나 덜하고 때론 반복적이어서 본선에 이르진 못했지만, 포기하지 않고 해나가기를 바라는 마음이 크다.

 

당선자에게 진심 어린 축하를 전한다. 지금의 장점을 잊지 않는다면 분명 좋은 시인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당부하건대, 주위보다는 앞을 보고 자신을 믿고 나아가길 바란다.

 

김이듬, 신용목, 유희경

 

•희곡 부문

 

「돼지의 딸」을 읽으며 짜릿한 흥분을 느꼈다. 돼지를 치는 집이라는 독특하면서도 간결한 설정으로부터 무심한 듯 툭툭 던져지는 대사들이 힘 있는 자장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네 등장인물이 둘씩, 셋씩 만나 대화를 나누는 가운데 차근차근 이어나가는 서사도 흥미를 자아냈다. 모놀로그나 유령의 등장 같은 연극적 어법이 쓰이고, 투박한 듯 리듬감 있는 대사들 가운데 사변적인 대사가 끼어들곤 하는데, 어쩌면 상투적이랄 수도 있는 그런 요소들도 글쓴이가 일부러 어떤 스타일을 구사하고 있기 때문이라 여기며 읽어나가게 되었다.

흥분이 컸던 만큼 결말은 성에 차지 않았다. 풍부한 상징을 띠는 것 같았던 키워드들의 의미가 쪼그라들어 흔한 관념 속에 갇히는 것 같았다. 어쩌면 이 희곡은 아직 미완성이라 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러고 보면 여덟 장 중 두 장은 길이가 유난히 짧은데, 쓰고 싶은 바를 마음껏 풀어내지 못한 상태로 투고된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희곡을 당선작으로 뽑지 않을 도리는 없었다. 다른 응모작들의 수준을 현저하게 넘어서며 새 극작가의 출현을 예고하는 작품이라는 데 이견이 없었다.

이 희곡이 공연되는 기회를 얻는다면 그 과정에서 미진했던 글쓰기가 보완될 수 있을 것이다. 심사위원 중 한 사람은 ‘유령’의 존재를 매개로 후반부에서 더 드라마틱한 절정이 빚어지기를 바라고 있다. 또 한 사람은 이를테면 유령과 아이의 대화 같은 새로운 장면이 더해지며 이 희곡의 지평이 넓어질 수 있을 거라 기대하고 있다.

 

그 다음으로 관심을 끌었던 응모작으로는 「뜨거운 아스팔트 위의 소녀들」이 있었다. 두 십대 소녀들의 만남과 대화로 이루어진 이 희곡은 그 문학성에 비해 연극성이 부족하다. 대사 속에 관념과 이미지가 넘쳐나는데, 읽어내기가 어렵다. 대사를 소리 내어 읽어보니 뜻이나 이미지가 도리어 더 흐려지는 것 같았다. 서사의 역동성이 적고 극의 시간이 너무 고여 있다는 불만도 말하지 않을 수 없다. 혹은 과거의 시간이 너무 많이 들어차있어 인물들의 현존을 방해하고 있다.

다른 응모작들 중에도 이 희곡에서처럼 기성의 세계로부터 소외 받아 주변부로 밀려나있는 청춘들이 많이 나온다. 그건 요즈음 젊은이들이 느끼는 기성 세계에 대한 불신과 불만에 의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소녀들의 세계 역시 단순한 이분법에 갇힌 채 너무 좁은 우물 같은 세계에 머무르고 만다는 아쉬움을 느꼈다.

이를테면 편의점 알바생이나 경찰로 보이는 남자 같은 인물들은 애초부터 살아있는 인물로서 존재감을 부여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다보니 소녀들과 그런 인물들 사이에서는 제대로 된 교섭이 일어나지 않는다.

 

그 밖에는 「옆집에 사자가 산다」와 「가장 완벽한, 직선」을 놓고 토의했다.

「옆집에 사자가 산다」를 기성의 드라마 문법에 대한 패러디로 쓰여진 희곡이라 이해한다면 그 재기발랄함에 감탄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비틀기를 통해 우리에게 무얼 던져주느냐 따진다면, 또 글쓴이가 품고 있는 자기만의 목소리가 무엇이냐 묻는다면 답을 찾기 어려웠다.

「가장 완벽한, 직선」은 무척 세밀하게 세 등장인물의 세계를 상상하고 기술해나가고 있다. 그런데 충분한 이야기나 정서가 쌓이지 않은 채 파국이 찾아온다고 할 수 있다. 그건 일종의 오픈-릴레이션쉽이라 해야 할 이 소재에 관해 충분한 이해 없이 글을 쓰기 시작했기 때문은 아닐까?

더불어 이 희곡이 연극이란 장르와 잘 맞는가 하는 의문도 들었다. 너무 세세하게 대사와 동작, 심리가 제시되어 있기에 무대화 과정과 공연의 재미를 위한 여지를 남겨주지 않고 있다. 또 이 이야기를 풀어놓기에는 단 사흘 동안의 시간이 너무 짧다는 생각도 들었다.

 

올해 대산대학문학상 공모 희곡 부문에는 응모작 편수가 작년보다 줄었다. 그래도 개성 있거나 솜씨 있는 원고를 적지 않게 만날 수 있어 다행이었다. 부디 극작가를 지망하는 대학생 여러분들이 글쓰기를 위한 글쓰기, 당선을 위한 희곡 쓰기보다는 인간과 세계에 관한 자신만의 경험과 통찰을 극작으로 전이해내는 도전을 이어가주길 빈다.

 

김수미, 성기웅

 

•평론 부문

이번 대산대학문학상 평론 부문에는 모두 16편이 응모되었다. 예년에 비해서 수준이 높고 완성도가 뛰어난 글들이 많이 투고되어 반가웠다. 올해는 주제나 소재의 측면에서도 변화의 흐름이 뚜렷했는데 페미니즘을 포함하여 한국사회의 정치적 이슈를 다룬 글들이 현저히 줄어들고 작가, 작품에 집중한 섬세한 평문들이 주조를 이루었다. 문학작품의 꼼꼼한 읽기를 시도하는 글들이 늘어났다는 점은 반가웠으나 한편으로는 지나치게 작가나 작품의 입장에 기울어진 해설로 흐르는 경향이 우려되었다. 비평의 고유한 힘은 애정적인 독자로서의 충실한 읽기를 기반으로 하되 작품이 다루는 삶과 현실의 역동적인 지점을 면밀히 포착하는 데 있음을 강조하고 싶다. 대상작을 선정할 때 작품이 지닌 현재적인 의의에 대한 평자 자신의 고유한 문제 설정이 필요하며, 작품의 의의와 한계를 고루 지적할 수 있는 비평적 거리의 확보가 중요하다.

 

본심에서 집중적으로 논한 작품은 다음 네 편이다. 「토르소의 시학-안희연展」은 안희연 시를 가로지르는 상상력을 ‘부재의 미학’으로 정의하고 토르소의 상징성을 통해 작품을 읽어가려는 독특한 지점이 돋보였다. 덩어리의 상상력에 착안하여, 안희연 시에서 엿보이는 불완전한 주체가 지닌 가능성의 세계를 적극적으로 읽어내려는 시도도 인상적이었다. 그러나 시인의 첫 시집 자체에서 도출할 수 있는 가능성 자체를 지나치게 확장하려는 의욕 속에서 텍스트 해석의 충실함과 설득력이 떨어지는 아쉬움이 있었다. 젊은 시의 계보 속에서 안희연 시가 갖는 위치에 대한 비평적 평가도 보완되어야 할 지점으로 보인다.

 

「아토포스의 제국」은 타자의 환대와 소설의 모호한 존재들이 겪는 딜레마를 주시하는 정지돈 소설 고유의 특성을 집중적으로 파고든 글이다. 이론적 주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대상을 집요하게 분석하면서 평가를 이끌어내는 비평적 패기와 의욕이 돋보였다. 그러나 대상작에서 포착하려는 이론적 주제가 앞선 나머지, 작품이 실제로 성취한 문학적 의의와 한계를 제대로 평가하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동의하기 어려운 대목이 적지 않았다. 아토포스의 의미와 타자 담론을 연결 짓는 데도 좀 더 정치한 매개 고리가 필요하다고 본다.

 

「착란의 시간, 착상의 언어-김민정 시 세계의 변모 과정」은 안정적이고 매끄러운 논의의 흐름을 지닌 글이다. 작가론의 형식 속에서 충실한 작품 해석을 시도함으로써 김민정 시세계의 궤적을 차분하게 서술한 점이 돋보였다. 아쉬운 점은 이미 상당한 분석과 평가가 이루어진 김민정 시의 기존 평론들과 이 글이 변별되는 지점이 선명하게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선행 논의들의 성과를 명확하게 서술하고 본인이 새롭게 보는 비평적 지점이 무엇인지 부각시킬 필요가 있다.

 

「오래된 비디오테이프의 동력, 그 마음을 움직이는 힘- 최은영 작가론」을 당선작으로 뽑는 데는 흔쾌히 합의할 수 있었다. 비평 역시 독자를 대상으로 발신하는 글의 형식임을 상기할 때 이 글의 부드럽고 유려한 서술 방식은 큰 미덕으로 다가온다. 평자는 공동체적 연대의 윤리를 섬세한 감성으로 발신하는 최은영의 소설이, 문학의 윤리와 의미를 현재적으로 묻는 의미있는 텍스트임을 논리적으로 규명하고 있다. 비디오테이프의 상징성을 통해 효과적으로 논의를 전개한 점도 개성적이며, 무엇보다도 작가와 작품에 밀착하여 세밀하고 진솔한 읽기를 시도한 점이 돋보였다. 다만 고통을 사유하는 최은영 소설의 당사자성과 진정성을 강조하다보니 비평적인 거리 두기가 상대적으로 소략한 부분도 있다. 그럼에도 공감과 이해의 서사가 어떠한 방식으로 사회성을 지니는가의 문제를 한 편의 글로서 설득력 있게 규명한 점이 값지게 평가되었다. 이 글을 출발점으로 삼아 좋은 비평가로 성장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당선자에게는 아낌없는 축하를 드리고 응모해주신 모든 분들에게 응원과 감사를 드린다.

 

백지연, 한기욱

 

•동화 부문

동화부문에서는 52명이 104편을 응모하였다. 작년보다 훨씬 많아진 응모 작품에 내심 반가웠지만 그만큼 안타까움도 컸다. 젊고 패기 넘친 예비 작가들은 넘쳐나는데, 정작 그들을 수용할 우리 동화의 현실은 암담하기 때문이다. 학업 부담이 늘어난 아이들이 동화를 읽을 수 없는 환경에다, 조금이라도 남아있는 흥미는 온통 휴대폰이나 게임이 독차지해버렸다. 그런 탓일까, 요즘 출판되는 어린이 책은 지식 정보를 키워주는 부류가 대부분이고, 아이들의 시선 뺏기에만 딱 좋을 얄팍한 상술의 동화들이 판을 친다. 그럼에도 ‘대산대학문학상’같은 등용문을 열어 젊은 작가들을 뽑는 이유는, 그들이 침체된 동화계에 바람을 일으켜 돌파구를 마련해주었으면 하는 바람 때문일 것이다.

 

이런 현실을 반영하듯 응모된 작품에도 과다한 학업 스트레스에 내몰린 아이들의 이야기가 꽤 많았다. 이런 작품들은 기성작가들이 수없이 다뤘던 이야기라, 특별한 지점이 발견되지 않는 작품들은 별 흥미를 끌지 못했다. 친구들과의 갈등을 다룬 작품도 많았으나 이 또한 사건이 매력적이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다소간의 흠이 있더라도 독창적이면서도 참신한 이야기에 호감이 갔다. 그런 작품들을 쓴 6명의 12작품을 본심에 올렸다.

 

「긴 하루」외 1편은 동화의 본령인 따뜻한 감동을 가지고 있어 반가웠다. 가독성 또한 높았으나 주제와 부합하지 못한 제목은 흠이었다. 더 이상 새롭지 못한 ‘남아선호사상’이란 주제가 담긴 작품보다는,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부모 때문에 잠시 ‘그룹 홈’에 맡겨진 아이에 대한 작품을 주목했다. 주인공 청록이가 늙은 고양이와 까마귀의 도움을 받아 부모님의 상황을 알게 되고, 청록이도 까마귀가 떠난 후 홀로 남겨진 고양이를 돌본다는 동화적 상상은 높이 살 만했다. 그러나 동물들이 마련해준 판타지로 진입하는 과정이 매끄럽지 않았고, 서사의 진행을 지나치게 대화문에 의존하다 보니 좀 더 치밀하고 밀도 있는 작품에는 이르지 못했다.

 

「랑데부」외 1편은 군더더기 없는 간결한 문장이 매력적이었다. 무엇보다도 2편 모두 안정감이 있어 습작의 시간이 만만치 않았음을 직감할 수 있었다. 날씬하고 예쁜 댄스 선생님을 우상처럼 여기다가 목욕탕에서 우연히 마주치고 실망하는 작품은 새롭지 못하고 소품이란 생각에 먼저 내려놓았다. 눈여겨 본 작품은 「랑데부」 이었는데 제목에서도 암시가 되듯 주인공이 같은 상처를 갖고 있는 누군가를 만나 위로를 받는다는 설정이다. 무엇보다도 가정폭력에 내던져진 아이들이 겪는 아픔을, 주인공의 불안한 심리를 통해 잘 드러내고 있어 인상적이었다. 그러나 되레 담담한 듯한 사건의 전개가 주제를 떠받들지 못했고, 주인공이 현실을 딛고 일어설 수 있는 힘을 실어주지 못한 점이 아쉬웠다. 폭력의 주체는 변하지 않고 있는데, 정우 오빠와의 만남만이 주인공에게 버거운 현실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이 될 수 있을까?

 

「가을엔 괜찮아」외 1편은 주인공의 적절한 심리묘사가 탁월해 푹 빠져들게 만드는 매력이 있었다. 유치원 아이가 전업주부인 아빠를 알아가는 작품은 내포독자에 맞지 않는 진술이나 화법이 흠이었다. 「가을엔 괜찮아」는 국제중학교 입학을 꿈꾸는 아이들 틈바구니에서 성적 때문에 엄마와 갈등을 빚고 있는 아이에 대한 이야기이다. 가끔 시점이 흔들리는 부분도 있었으나 주인공과 갈등관계에 있는 엄마에 대해 의아한 점이 많았다. 어쩌면 주인공이 엄마를 오해할 수밖에 없는 명확한 사건을 드러냈더라면 그런 의구심이 풀렸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재능 교환 종합학원」외 1편은 이야기를 펼쳐나가는 솜씨가 있어 반가웠다. 오로지 일 등만을 원하는 우리 사회의 단면을 꼬집는 주제인데, 자신이 갖고 있는 재능과 성적을 맞바꾼다는 설정은 흥미로웠다. 그러나 마지막까지 읽기도 전해 결말이 예측되는 빤한 전개가 아쉬웠고, 판타지 공간인 ‘재능 교환 종합학원’이 매력적이지 못해, 학원 원장의 마법력이 주인공에게 너무 쉽게 허물어지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 또 무엇 때문에 ‘재능 교환 종합학원’이 생겨났는지의 개연성도 확보하지 못했다.

 

결국 「충전이 필요합니다」와 「타조 관찰일지」를 놓고, 어떤 작품을 당선작으로 뽑을 것인가를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먼저 「충전이 필요합니다」는 최종심에 오른 12편의 작품 중에서 가장 안정감이 있는 작품이었다. 주인공과 할머니의 밀고 당기는 관계 복원의 이야기가 따뜻하게 그려져 있어 기뻤다. 무엇보다도 그간의 도식적인 할머니 인물형이 아니라 최신 스마트폰을 가지고 주인공과 소통을 하려는 깜찍함, 고양이를 좋아하는 아이들이 대화방을 만들어 소통하는 시의적절한 사건 전개, 박스 집을 만들어 길고양이를 돌보는 방식으로 주인공과 소통을 하려는 할머니의 마음이 문학적으로 잘 승화된 작품이었다. 그럼에도 주제와 겉도는 제목, 어디서 본 듯한 익숙한 사건과 전개라는 단점이 지적되었다. 스물 서넛 대학생만의 패기 넘친 도전이 느껴지지 않은 아쉬움도 컸다. 이는 정해놓은 주제에 너무 매인 나머지 사건이 매력적으로 확장되지 못한 결과이기도 할 것이다.

 

그러다 「타조 관찰일지」를 만나고는 눈이 번쩍 뜨였다. 도식적인 주제의식 따위는 버리라는 듯, 오로지 자유롭고 확장적인 상상력에 깃댄 젊은 작가의 패기가 돋보였기 때문이다. 조류 알레르기가 있는 주인공이 같은 반 고병우라는 친구가 ‘타조’라는 의심을 품고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주인공이 ‘타조 관찰일지’를 기록하고부터 독자들도 마치 탐정이 된 것 마냥 고병우가 타조라는 증거를 함께 찾아가게 된다. 무엇보다도 고병우가 타조로 밝혀지는 판타지적 상황이 전혀 어색하지 않고 기발하게 느껴진다는 점이 크나큰 장점이었다. 그 때문인지 주인공의 조류 알레르기가 자연스럽게 치유된다는 결말도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다만 결말로 치닫는 부분에 시점이 흐트러지는 부분이 발견되는데, 정독을 해보니 타조가 확실해진 고병우를 주인공이 테이프로 결박하는 진술을 친절하게 밝혀주지 않았기 때문에 비롯된 것이었다. 어린 독자들은 그런 부분에서 고개를 갸웃거릴 수 있으니 세심한 배려도 필요할 것이다.

 

이렇게 12편의 작품들을 꼼꼼하게 읽고 또 치열하게 토론을 하였다. 결국 도출한 결론은 응모자들이 젊은 대학생이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점과, 이들이 ‘대산대학문학상’을 통해 작가로서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자는 것이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타조 관찰일지」를 당선작으로 결정하자고 흔쾌히 합의를 봤다. 함께 응모한 「나쁜 아이 경연대회」의 가능성도 큰 작용을 했다. 왜 최고의 ‘나쁜 아이’를 찾는 경연대회를 펼쳤는가의 개연성이 확보가 안 돼 기기묘묘한 이야기에 그쳐버린 한계가 있었지만, 이처럼 신선한 충격을 줄 수 있는 작가라면 침체 일로에 빠진 우리 동화에 큰 바람을 일으킬 것이라는 기대를 갖기에 충분했다. 아쉽게 탈락한 응모자들에게도 심심한 위로를 드린다.

 

김해등, 이금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