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소식 및 공지사항

제25회 대산문학상 시, 소설 부문 예심 결과 발표
글쓴이 : 운영자 날짜 : 17.09.05|조회 : 747

한 해의 한국문학의 성과를 축하하는 제25회 대산문학상의 시, 소설 부문 예심결과를 아래와 같이 발표합니다. 한국 문학과 문화를 사랑하는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 시 부문( 10)
작품 작가 출판사
다만 이야기가 남았네 김상혁 문학동네
밥이나 한번 먹자고 할 때 문성해 문학동네
슬픈 감자 200그램 박상순 난다
베누스푸디카 박연준 창비
여수 서효인 문학과지성사
고래가 되는 꿈 신동옥 중앙북스
누군가가 누군가를 부르면 내가 돌아보았다 신용목 창비
오늘은 잘 모르겠어 심보선 문학과지성사
새벽에 생각하다 천양희 문학과지성사
누구도 기억하지 않는 역에서 허수경 문학과지성사

-
소설 부문( 8)                          
작품 작가 출판사
뜨거운 피 김언수 문학동네
거짓말이다 김탁환 북스피어
무한의 책 김희선 현대문학
공포의 세기 백민석 문학과지성사
디어 랄프 로렌 손보미 문학동네
세 여자 조선희 한겨레출판사
없는 사람 최정화 은행나무
해가 지는 곳으로 최진영 민음사
                                                                     * 가나다 순(작가명)

■ 심사평

  - 시
문학에서 모든 종류의 ‘심사’란 일종의 필요악이라고 생각한다. 누가 누구를 ‘심사’할 수 있다는 생각 자체가 어불성설이지만, 제도의 필요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악역을 수행해야 할 때가 있다. ‘악역’을 맡은 세 명의 예심위원들은 겸허하고 진지한 마음으로 예심에 임했다. 대산문학상이 우리 문학에 힘을 실어주는 주요 문학상 가운데 하나라는 점도 어깨를 무겁게 했다.
세 명의 예심위원들은 약 두 달의 기간을 두고 세 차례 모임을 가졌다. 첫 모임에서는 문학적 판단의 기준과 함께 1차 논의를 진행했다. ‘가능성’의 차원이 아니라 이미 자신의 세계를 확립한 시집, ‘공로상’이 아니라 바로 지금의 시적 성취에 주목할 만한 시집을 선별하기로 합의했다. 그것이 대산문학상의 취지에 부합한다고 판단했다.
1차 논의를 통해 약 30여권의 시집을 선별한 후 2차 모임에서 논의의 대상을 15권 정도로 압축했다. 각자의 장처를 지닌 좋은 시집들이 많았기 때문에 논의는 쉽지 않았다. 한 권 한 권에 대해 ‘시비’를 걸어보는 수밖에 없었다. 잘 빚어진 듯 보이지만 언어와 의미 양면에서 상식선에 머문 시집, 메시지의 강렬도에 비해 시적 긴장이 확보되지 못한 시집, 시인 자신의 이전 시집에 비해 성취가 의심스러운 시집, 자극적 어휘들을 떠받쳐야 할 사유와 감각의 심층이 아쉬운 시집 등이 하나씩 제외되었다.
3차 모임을 통해 15권에서 10권을 골라내는 일은 난제 풀기에 가까웠다. 그만큼 자신의 세계를 확보한 시집들이 많았다. 위원들의 미적 판단이 부딪히면서 조용한 논쟁이 발생하는 것은 당연한 과정이었다. 취향의 개입은 불가피한 일이지만, 자신의 취향 자체를 성찰하면서 현재 한국 시의 성취를 고르게 반영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도 자명했다. 논의 결과 10권의 시집들이 선택되었으나 제외된 시집들의 성취가 미약했던 것은 물론 아니다. 이번보다는 다음 시집이 기대되기 때문에, 매력적인 기획이나 착상에 비해 정교함이 아쉬웠기 때문에, 전반적 수월성에도 불구하고 독자적인 미학이 취약했기 때문에 제외된 시집들이 있었다. 그 시집들이 이 목록에 포함되었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작성된 10권의 목록을 일별하며 예심위원들은 우리 시에 대해 약간의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다. 여전히 매력과 의욕으로 충만한 문장들이 쓰이고 있었으며, 여전히 새로운 사유와 미학의 영토가 계발되고 있었다. 이것은 물론 본심에 올리는 10권의 시집에만 해당되는 말이 아니다. 소외와 침묵 속에서 자신의 작업을 끈질기게 이어가고 있는 수많은 시인들의 힘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경의와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강계숙 김행숙 이장욱

- 소설

올해로 25회 째를 맞은 대산문학상은 단편 소설 위주의 한국문학의 흐름 속에서 장편소설의 정체성과 총체성, 그리고 다양성을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위치에 있다. 작가에게는 상금과 상패 이상의 문학적 활로와 작가적 프라이드를 가질 수 있는 자리인 동시에 수상작이 번역되어 해외에 소개 되므로, 동시대 한국문학의 이정표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만큼 예심 심사부터(예심 심사야말로) 다소 큰 부담과 책임과 더불어 흥미를 안고 한 해 동안 (2016년 8월~2017년 7월) 출간된 장편소설들을 읽고 선택해야 했다.
첫 번째 심사에서의 공통된 반응은 출판사와 작가 리스트에 대한 탄성이었다. 출판계의 계속되는 불황과 한국 소설에 대한 여러 측면에서의 불신 속에서도 작가들이 꾸준하게 작품을 쓰고, 이를 출판 하고 있다는 것에 새삼 놀라게 되었다. 물론 작품성보다는 상업적 이득을 위한 작품들이 없잖아 많았지만, 이 많은 이야기들이 독자들의 눈길과 손길에 어떻게 닿을 수 있을까 하는 우려와 아쉬움의 목소리도 있었다.
첫 번째 심사에서 총 19편의 작품을 선택해 일정기간 동안 예심위원들이 읽어 온 뒤 그 중의 몇 편을 추리기로 했다. 두 번째 심사에서 무기명 투표로 각자 서너 편의 작품을 고르기로 했는데 총 4표를 얻은 작품도 있었고, 한두 표를 받아 좀 더 검토와 논의 후 후보작에 올리자고 의견을 모은 작품도 있었다. 심사기간 중 새롭게 출판된 3편의 장편들을 추가해 읽은 뒤 세 번째 심사에서 최종 결정했다. 그렇게 뽑은 작품의 목록은 다음과 같다.
김탁환의 『거짓말이다』, 백민석의 『공포의 세기』, 손보미의 『디어 랄프 로렌』, 김언수의 『뜨거운 피』, 김희선의 『무한의 책』, 조선희의 『세 여자』, 최정화의 『없는 사람』, 최진영의 『해가 지는 곳으로』(제목 가나다순)
목록에서 알 수 있듯이 실제의 역사적, 사회적 자료를 기반으로 시대의 문제를 파고들어간 작품, 탈국가적 배경 속에서 허구의 인물들을 통해 서사의 영역을 넓히는 작품, 묵시록적 혼돈과 멜랑콜리아 속에서 망상과 초현실로의 탈주를 꿈꾸는 작품 등 그 면면이 하나의 특정한 소설관으로 모아지는 것이 아니라 저마다 다른 방식의 다른 목소리로 작품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작품에는 이 세계를 보는 작가의 시선이 담겨 있고, 우리는 한 편의 소설을 통해 고독한 개인이 타자와 세계에 대해 열망하며, 미래를 도모하는 방식을 엿볼 수 있다. 분노와 불신, 공포와 슬픔 등의 키워드 속에서 살던 동시대의 삶을 반영하듯 전체적으로 즐거움보다는 무거움 속에서 소설을 읽을 수 있었는데, 이 시대에 소설이 왜 필요한가에 대한 물음은 언제나 충족되지 않고, 소설의 언어들이 시대의 뒤에서 앞에서 우리를 밀고 끌고 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또 다른 특징을 들 수 있다면 장편의 분량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제법 묵직한 분량의 장편과 경장편이 절반 정도의 비례로 분포하고 있는데, 심사과정에서 어떤 작품은 지나치게 긴 것이 아닌가 하는 반면에, 너무 짧아서 아쉽다는 의견들도 있었다. 첫 번째 장편들을 후보에 올리는 것에도 약간의 이견이 있었지만, 작가 개인의 이력보다는 작품을 중심으로 해야 한다는 것에 뜻을 모았다. 그 작품들을 통해 소설의 다른 방향을 볼 수 있는 것은 분명 색다른 독서체험이 될 것이다.
  어떤 심사과정이든 중지를 모으는 것은 어렵고, 그만큼 의미 있는 논쟁의 시간이 되었는데, 독자를 고려하기보다 작가의 유희에 빠져 있다는 작품들이 많았다는 것과 다양한 독자층의 분화와 문학적 소통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새삼스러운 물음을 가질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사회문화적 배경이 고려되어야 하겠지만, 이 문제는 소설의 탄생시기부터 있었고, 문학의 자장 안에 있는 작가들, 독자들, 평자들이 언제나 즐겁게 싸워나가며 한국문학의 영토와 지도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본다. 심사가 다 끝난 후 예심위원이 개인적으로 되길 바라는, 하지만 될 것 같은 작품을 이야기 하는 것도 솔솔한 재미였다. 어떤 기대 속에서 근질거리는 입술을 다물고 최종 수상작이 발표되는 날까지 기다리다 보면 가을은 점점 깊어갈 것이다. 적당히 차가운 바람과 함께 폭염 속에서 읽었던 소설을 다시 꺼내 읽어보고 싶다.

권여선 김경수 김태용 박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