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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회 대산문학상 예심(시, 소설) 결과
글쓴이 : 운영자 날짜 : 14.09.05|조회 : 10501

제22회 대산문학상 본심대상작(시, 소설)


▶ 시(총 9편)



작가

작품

출판사

김 근

당신이 어두운 세수를 할 때

문학과지성

박정대

체 게바라 만세

실천문학

박주택

또 하나의 지구가 필요할 때

문학과지성

신해욱

Syzygy

문학과지성

안현미

사랑은 어느날 수리된다

창비

이수명

마치

문학과지성

이준규

반복

문학동네

조연호

암흑향

민음사

황학주

사랑할 때와 죽을 때

창비

* 곽효환 시집 『슬픔의 뼈대』는 본심 대상작으로 선정되었으나 공정한 심사를 위해 본인이 사퇴

- 심사위원 : 강정, 김선우, 오형엽


▶ 소설(총 9편)

작가

작품

출판사

김사과

천국에서

창비

김원일

아들의 아버지

문학과지성

복거일

한가로운 걱정들을 직업적으로 하는 사내의 하루

문학동네

성석제

투명인간

창비

이기호

차남들의 세계사

민음사

정용준

바벨

문학과지성

하일지

누나

민음사

한 강

소년이 온다

창비

황정은

야만적인 앨리스씨

문학동네

- 심사위원 : 김숨, 서영채, 심진경, 전성태


예심 심사평(시, 소설)

<시 부문>

2013년 8월 이후부터 2014년 7월까지 출간된 시집들을 전체적으로 훑었다. 예년만큼 많은 시집이 쏟아져 나온 한해였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것들의 시적 성취에 관해 얘기하자면 평자 및 선자, 또는 일반 독자 모두를 아울러, 그들 각자의 입장에서 평가와 판단이 많이 엇갈릴 것이라 여겨진다. 모든 일이 그러하듯, 시의 양적 팽창이 반드시 시의 품질과 가치를 균등하게 상승시킬 것이라 믿는 건 순진하고 어리석은 일이다. 사견임을 전제하고 말하자면, 해당 기간에 출간된 시집들을 살피면서 모종의 염증과 피로감을 느낀 건 이 많은 시집들이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목소리나 언어적 양상이 각자의 개성과 독자적인 사유에서 발원한 것이 아닌, 모종의 문학적 기류나 흐름에 의해 반복 복제된 것은 아닌가 하는 느닷없는 의심 탓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 의심은 (비록 ‘느닷없다’는 표현을 쓰긴 했지만) 지난 일 년 동안의 시적 풍토를 일별하면서 돌발적으로 발생한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어쩌면 선자는 시의 양적 팽창이 필연적으로 발생케 할 수 있는 어떤 류의 부정적 편향을 미리부터 걱정하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비록 그게 섬약한 우려에 불과할지라도, 양적 홍수에 떠밀려 그릇된 길을 맥없이 따라가기보다 조금 무모하고 엉뚱해 보이더라도 그 자신만의 길을 열려하는 시인들에게 길을 터주는 게 훨씬 유익하다는 판단을 했다. 그런 연유로 심사의 초점은 당연 시인의 개성적 목소리와 그 발현 양상이 얼마만큼 독자적으로 운용되고 있는지에 맞춰졌다. 이것은 세 번의 회의를 걸치며 예심위원들이 공통적으로 입을 모았던 지점이기도 하다.

예심은, 나름 중간 중간 격론이 벌어지기도 했지만, 기준에 있어서만큼은 명료하고 간략했다. 앞서 말한 바, 시적 연륜이나 기존의 평가에 연연하지 않고 오로지 시집 자체만으로 정당하게, 또는 기존과는 다른 방식으로 평가받아 마땅할 만한 시집들을 우선적으로 골라냈다. 1차로 좁혀진 시집은 총 서른 권. 2차 회의에서는 다시 그 중에서 반 수 이상을 추려냈다. 예심 위원들끼리 의견이 분분해진 건 딱 이 시점부터였다. 의례적으로(또는 마땅히?) 시인의 이름값이나 연륜만 보고 관례적으로 선한 건 아닌지에 대한 자기반성과 그 반대급부적인 의미에서 세심히 파악되지 못한 시집들에 대한 재고가 이어졌다.

몇몇 후보를 두고 팽팽한 기싸움(?)이 벌어지기도 했고, 위원들 사이에서도 예기지 못한, 시적 태도의 차이를 드러내는 발언들이 오고가기도 했다. 그런 과정에서 또 몇몇 아까운 시집들이 탈락되었다. 숫자 채우기에 급급하느니 일단 조금 더 시선을 넓혀 보다 치열하고 엄밀한 본심을 기대해보자는 의견도 없지 않았으나, 그것은 애초에 예심위원들끼리 입을 모은 내규(?)에 어긋나는 일이라 여겨 무리하지는 않았다. 어차피 예심이란 무엇을 딱 꼬집어 결정적으로 선언하는 게 아니라 가장 적합해보일 것들을 가리고 가려 최소량으로 추려내는 것 아니던가.

마지막 순간에 제외된 시인들의 시집이 자꾸 뒷덜미를 되돌려 세우는 듯해 등이 서늘하다. 허나 심사하는 이나 심사 받는 이의 운이란 게 딱 여기까지일 수밖에 없음을 애닯게 수긍하며 예심 평을 마친다.

<소설 부문>

장편소설에 대한 요구가 제기된 지도 벌써 수 년이 흘렀다. 그간 장편의 양적 확산에 비해 질적 수준은 그에 미치지 못한다는 일각의 비판도 있었으나, 최근 장편의 영역에서 발휘되고 있는 한국문학의 저력은 그러한 비판의 시선을 무색하게 만들고 있는 것 같다. 그 점은 이번 대산문학상 심사과정에서도 다시 한 번 확인되었다. 특히 최근 장편소설이 보여주고 있는 문제의식의 폭과 깊이, 그리고 그 질적 수준은 근간 몇 년 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진전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리고 특기할 만한 것은 중견작가들의 수준 높은 장편이 나오고 있다는 점이며, 그 뒤를 이은 신예작가들의 장편 역시 만만치 않은 문제의식과 실험정신을 내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한국 장편소설의 현단계가 단순히 ‘장편소설을 써야 한다’는 부채감과 의무감의 단계를 넘어서서 그 폭과 깊이를 확장하면서 나름의 장편 미학을 개척하고 정착시키는 단계로까지 나아가고 있음을 확인시켜주는 것이다.

올해 예심을 통과한 아홉 편의 작품도 이러한 한국 장편소설의 질적 향상과 폭의 확장을 여실히 확인시켜주는 수작들이다. 그밖에도 예심에 오를 만한 작품들도 적지 않았으나 심사위원들의 까다로운 눈을 동시에 충족시켜야 한다는 조건 때문에 아쉽게 탈락한 작품들도 많았다. 그렇게 이번 대산 문학상 소설 부문 예심을 통과한 작품들은 나름의 개성적인 시선과 독특한 방법론을 동원해 문학의 지층을 이루는 다양한 문제의식들을 다각도로 조명하고 있다는 점에서 심사위원들의 관심을 끌었다. 한 개인의 사적 역사가 공적 역사와 만나서 어떻게 뒤틀리고 와해되다가 재구성되는지에 관한 통찰들, 거기에 더해 특정 사건이 지금 우리 현실에 심각한 후유증을 남길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한 역사철학적 이해, 언어를 물질적 육체성을 가진 실체로 다루고자 하는 작가적 욕망, 현실과 무관한 듯 무심해 보이는 20대가 현실과 부딪히면서 구체적으로 발견해내는 정체성의 서사, 자본주의적 야만의 세계에서 투명하게 지워지거나 자발적으로 역겨워지는 소설적 인물들에 대한 깊은 연민. 이처럼 최근 한국 장편소설이 보여주는 풍경들은 다채롭고도 역동적이다. 예심위원들은 이번 대산문학상 소설 부문 심사를 하면서 그간의 우려의 시선을 무색하게 만들며 한 걸음 한 걸음 조금씩 진전을 거듭하는 한국 장편소설의 현장과 밝은 미래를 확인하는 기쁨을 누릴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