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소식 및 공지사항

제9회 대산문학상 예심 결과
글쓴이 : 운영자 날짜 : 01.10.04|조회 : 8794


 

제 9회 대산문학상 본심대상작

 

 

< 시 >


작품

저자

출판사

 얼음수도원

고진하

민음사

 빗자루를 타고 달리는 웃음

김승희

민음사

 타오르는 책

남진우

문학과지성사

 개마고원에서 온 친구에게

신대철

문학과지성사

 천일마화

유  하

문학과지성사

 지리산

이성부

창작과비평사

 너라는 햇빛

이승훈

세계사

 도둑이 다녀가셨다

정진규

세계사

 

< 소설 >

작품

저자

출판사

 수수밭으로 오세요                   

공선옥

여성신문사

 꿈         

김성동

창작과비평사

 가족

김원일

문이당    

 브라스밴드를 기다리며

김인숙

문학동네    

 칼의 노래

김  훈

생각의나무

 향기로운 우물이야기   

박범신

창작과비평사

 나무가 아름다워지는 시간

양순석

문학동네

 강어귀에 섬 하나

이인성

문학과지성사

 더없이 어렴풋한 일요일

정영문

문학동네

 손님

황석영

창작과비평사

 

< 희곡 >

작품

저자

 나는 꿈에 장주가 되었다

김광림

 이             

김태웅

 쪽빛 황혼

류기형

 쥐       

박근형

 불타는 소파  

오태영

 오코치의 화려한 가출

이근삼

 돼지 사냥                        

이상우

 

< 평론 >

작품

저자

출판사

 제유의 시학

구모룡

좋은날      

 초록빛 거짓말 우리 소설의 정체

김윤식

문학사상사  

 기억의 계단     

김인환

민음사      

 디지털 욕망과 문학의 현혹

김주연

문이당  

 삶의 허상과 소설의 진실

김치수

문학과지성사

 디지털 문화와 생태시학

최동호

문학동네

 문학의 귀환

최원식

창작과비평사

 

<번역>

어권

작품

번역자

원작자

출판사

영어

 The Prophet and Other stories

 (이청준 소설집 "예언자" 외)

Julie Pickering

이청준

C.E.A.P.

 My Very Last Possession and Other Stories

 (박완서 단편집 "나의 가장 나종 지닌 것" 외)

전경자 외 4명

박완서

M. E. Sharpe

 A Sketch of the Fading Sun

 (박완서 중단편집 "저문날의 삽화")

이현재

박완서

White Pine

불어

 Cent Poèmes

 (김수영 시선집)

김보나

김수영

William Blake & Co. Edit

 THÉÂTRE

 (최인훈 희곡집)

Pascal Grotte,

문시연

최인훈

Librairie

Galerie Racine

 Talgung

 (달궁)

이인숙, 김경희,

Maryse Bourdin

서정인

Seuil

 Retour au Ciel

 (귀천)

김현주,

Pierre Mesini

천상병

Autre Temps

독어

 Das Geheime Feuerfest

 (이청준 중단편집 "비화밀교")

서정희

이청준

Pendragon

 Blätter des Indong

 (김춘수 시선집 "인동초")

조화선

김춘수

Peperkorn

 Land 1

 (토지 1권)

Helga Picht

박경리

Secolo

스페

인어

 Fuente en Ilamas

 (고은 시선집 "불타는 샘")

서성철

P. Ontanon

고  은

El Colegio de Mexico

 Poemas de un Nino Vagabundo de Ochenta

 Anos y Otros Poemas Escogidos

 (미당 시선집 "늙은 떠돌이의 시")

김현창

서정주

Verbum

 Flores de Fuego

 (이상 단편선 "날개")

송병선

Mario Alonso

이  상

Basarai

 

 

 

예  심  심  사  평

<시부문>

  각자의 입장은 조금씩 달랐지만 세 명의 심사위원은 충분한 논의와 토론 끝에 여덟 권의 시집을 본심에 올리는 것으로 합의하였다. 그 여덟 권의 시집은, 고진하의 『얼음수도원』, 김승희의 『빗자루를 타고 달리는 웃음』, 남진우의 『타오르는 책』, 신대철의 『개마고원에서 온 친구에게』, 유하의 『천일馬화』, 이성부의 『지리산』, 이승훈의 『너라는 햇빛』, 정진규의 『도둑이 다녀가셨다』이다.

  시집의 작품성을 최우선으로 삼아 선정된 이 여덟 권의 시집은 각각 다음과 같은 점에서 심사위원들의 주목을 끌었다.

  고진하의 『얼음수도원』은 세속사와 신성사를 함께 감싸 안는 가운데 인간정신을 최고의 상태로 고양시키려는 시인의 심원한 사색이 무엇보다 눈길을 끌었다. 고진하는 바로 이전 시집 『우주 배꼽』에서 이런 특장의 단초를 보여주다가 이 번 시집 『얼음수도원』에 이르러 한 경지를 개척한 듯하였다.

  김승희의 『빗자루를 타고 달리는 웃음』은 때에 따라 메시지가 과도하게 앞선다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문제에 접근하는 시인의 정신이 치열하고 언어를 거침없이 휘어잡는 점이 높게 평가되었다. 결코 늙지 않을 것 같은 시인의 시적 도전정신은 이 시집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되었다.

  남진우의 『타오르는 책』은 '몽상가'다운 시인의 풍요롭고 섬세한 상상력과 그런 상상력의 근저를 이루고 있는 세계인식의 예리함으로 관심을 집중시켰다. 남진우의 시집이 가진 이런 점은 독자들로 하여금 긴장감 속에서 세계를 새롭게 인식하도록 만들며 동시에 참다운 몽상가만이 안내할 수 있는 풍요로운 상상의 공간을 만나도록 하고 있다.

  신대철의 『개마고원에서 온 친구에게』는 잔잔한 사색과 시를 언어예술로 완성시키려는 시인의 노력이 소중하게 여겨졌다. 오랫만에 내놓은 신대철의 이 시집은 그간의 휴지기를 충분히 보상할 만큼 그의 시세계를 꽤 높은 곳까지 밀어올리고 있었다.

  유하의 『천일馬화』는 우리 시단에 '경마장'을 이끌어들였다는 점에서 관심을 끌었다. 그의 시집 속에 등장하는 경마장은 자유주의 시장경제 체제의 속성을 알리는 화두와 같은 것이었다.

  이성부의 『지리산』은 요즘 많이 나오는 소위 자연시의 한 형태를 띠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집 속의 작품 전체가 산행을 통하여 직접 몸으로 가닿고 부딪친 곳에서 '분출'되었다는 점이 관심을 끌었다. 그의 이 번 시집은 상상력보다는 발의 힘으로 쓴 특징을 갖고 있다.

  이승훈의 『너라는 햇빛』은 실험성과 현대성이 높게 평가되었다. 이승훈이 그간 실험성과 현대성에 보여준 집요한 노력이 이 시집에서 충분한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 같았다.

  끝으로 정진규의 『도둑이 다녀가셨다』는 체화된 그의 동양정신과, 모든 언어와 세계에 생기를 불어넣는 힘이 관심을 끌었다. 시집 『몸詩』와 『알詩』를 거쳐 내어놓은 정진규의 이번 시집은 한 시인의 무르익은 세계를 만나게 하였다.

  위와 같은 총 여덟 권의 시집을 본심 대상작으로 선정한 세 명의 예심위원들은 비교적 흐뭇한 마음으로 자리를 뜰 수 있었다. 한국 시단이 안으로 조용히 내실을 기해가고 있었다.

 예심위원 : 정효구(평론가, 충북대 교수)

                최두석(시인, 한신대 교수)

                최승호(시인)

 

<소설부문>

  금년도 대상문학상 소설부문 예심위원으로 위촉받은 우찬제, 이순원, 이승우, 임규찬 등 4인은 8월 21일 대산문화재단에서 1차 모임을 갖고 최종 심사대상작 선정을 위한 대략적인 예심원칙을 교환하였다. 지난 1년간 출간된 단행본을 중심으로 가능한 선정하되, 필요에 따라 대상작품을 그 이전 1년간까지 2년간으로 폭을 넓힐 수 있고, 또 지금까지 운영되어온 방식대로 10편 정도로 대상작품을 선정하자는데 의견을 모았다.

  이에 따라 예심위원들은 대산문화재단에서 넘겨준 자료를 참조하여 각자 작품 선정에 들어가 예심위원들이 개인별로 눈여겨 본 작품들을 이메일을 통해 미리 공유하고, 혹시 누락된 작품이 있을시는 추가로 읽고 최종 모임 때 그에 대한 견해를 밝히기로 했다.

  최종 모임은 9월 17일, 대산문화재단 회의실에서 가졌다. 각자 선정한 목록들을 모두 취합하여 일단 다수결의 원칙에 따라 3인 이상이 공동으로 추천한 작품(집)을 1차로 선정한바, 총 4편의 장편·소설집이 여기에 해당되어 별다른 이견이 제출되지 않아 확정지었다. 그리고 이후 2인이 추천한 단행본이나 1인이 추천했으나 재검토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 작품(집)을 놓고 열띤 토론에 들어갔다. 예심위원 모두가 최근 어느 해보다 많은 성과작을 산출하였다는 데 견해를 같이했는데, 그것을 반영하듯 12편 정도가 토론대상이 되어 작품(집) 하나하나를 놓고 축조 심사에 들어갔고, 경우에 따라 여러 작가를 놓고 의견을 나누는 등 활발한 토론을 거쳐 대상작을 순차적으로 선정해 나갔다. 그리하여 때로 꼭 10편으로 못을 박아야 하느냐며 대상작품수를 늘리자는 견해가 나오는 등 다소간 논란이 없지 않았으나 일단 정한 원칙에 따르자고 합의, 추가로 6편을 추려내어 총 10편의 대상작을 최종 확정하였다.

  심사대상으로 최종 확정된 작품(집)은 다음과 같다. 공선옥의 『수수밭으로 오세요』, 김성동의 『꿈』, 김원일의 『가족』, 김인숙의 『브라스밴드를 기다리며』, 김훈의 『칼의 노래』, 박범신의 『향기로운 우물 이야기』, 양순석의 『나무가 아름다워지는 시간』, 이인성의 『강어귀에 섬 하나』, 정영문의 『더없이 어렴풋한 일요일』, 황석영의 『손님』.

  이상의 결과를 눈여겨 보면 알 수 있듯이 금년도 심사대상작은 다양한 세대와 다양한 경향의 작품이 한데 모여있다. 다른 어느 해보다 그 성과가 풍요롭다는 예심위원들의 생각에 따라 심사대상작 역시 그러한 면모를 보여주는 것이 좋다고 판단하여 중진, 중견, 신예 작가들을 두루 포괄하고 또한 여러 문학적 경향을 고루 선하였다. 그리하여 작년 심사대상에 올랐던 작품집도 한 권이 포함하게 되었고, 아쉽게도 대상작품에 올랐다가 다시 배제된 경우도 생겨났다. 물론 어떤 심사도 완벽을 기할 수는 없을 것이다. 금년도 대산문학상 심사에서도 최상 심사대상작 선정과 관련하여 다소 불만이 있을 수 있다고 본다. 다만 심사위원들로서는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음을 감지하여 그 결과에 넓은 아량을 베풀어주길 기대할 따름이다.

 예심위원 : 우찬제(평론가, 서강대 교수)

                이순원(소설가)

                이승우(소설가, 조선대 교수)

                임규찬(평론가, 성공회대 교수)

 

<희곡부문>

  희곡 부문의 예심 심사위원(김석만, 이만희, 김형기)은 류기형의 「쪽빛 황혼」, 이근삼의 「오코치의 화려한 가출」, 이상우의 「돼지사냥」, 김광림의 「나는 꿈에 장주가 되었다」, 김태웅의 「이」, 오태영의 「불타는 소파」 그리고 박근형의 「쥐」 등, 이상 일곱 편을 본심 대상 작품으로 추천하기로 결정하였다. 2001년도 심사 대상 작품들의 추천 덕목들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쪽빛 황혼」은 노인들의 내면 심리를 섬세하게 포착하여 아름다운 토속적 언어로 형상화해내면서, 동시에 노인문제를 우리 사회의 구조적 병리 현상으로 파악하는 냉철한 사회의식도 내포하고 있다. 특히 모자이크식 구성과 주제의 변주를 통하여 마당극의 놀이성을 유감없이 발휘하며 마당극의 지평을 확장시킨 작품이다.

  「오코치의 화려한 가출」은 어느 날 갑자기 명퇴를 당한 주인공이 허탈감과 좌절을 딛고 자기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으로, 이야기의 짜임새가 탄탄하고 진한 극적 감동과 여운을 남기는 작품이다.

  「돼지 사냥」은 인간 본연의 욕망(물욕, 성욕, 권력욕 등)에 대한 환유로서의 '돼지'를 겨냥한 사냥이 결코 끝날 수 없는 행위라는 점에서, 이러한 주제와 일치하는 순환과 반복의 구조를 띄고 있는 작품이다. 지나친 통속성이 간혹 눈에 띔에도 불구하고 주제와 형식의 일치를 이루어낸 치밀한 구성력과 간결한 언어, 빠른 템포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나는 꿈에 장주가 되었다」는 시적 언어와 다층적 극구조(꿈-현실)로 연극적 상상력을 극대화하고 있는 작품으로, 비유를 통해 탈모더니즘적 가치의 인식을 중재한다.

  「이」는 연산군 시대에 광대의 역할과 정체성 찾기를 현실과 꿈, 정치와 예술간의 대립관계 속에서 표현한다. 예인의 관점에서 연산 시대를 재조명하고 있는 점에서 역사극의 면모도 띄고 있다.

  「불타는 소파」는 분단과 통일문제에 관한 외세 종속 상태를 상투적이긴 하나 상징성을 띈 채 풍자한다. 자극적 언어가 주는 오락성과 계몽성이 작품의 전면에 직접적으로 드러나 있다.

  「쥐」는 가공의 시공간에서 상상을 초월하는 엽기 사건을 극화하고 있는 작품으로, 모방을 통해 극적 사실성을 추구하기보다는 연출의 창의적 상상력을 자극하는 텍스트이다. 

  이상에서 간략히 언급한 일곱 편의 희곡은 우리 시대의 급변하는 삶의 환경과 긴밀히 연관되어 있다. 경제적으로 또 사회적으로 소외되고 있는 인생의 황혼기 노인들, 명예퇴직자 등의 문제는 이제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의 문제로 되고 있으며, 그 동안 억압당하거나 주변으로 밀려나 있던 '욕망'이나, 혼돈, 무질서 등의 복권이 진행 중이다. 이 같은 주제의 다변화에 따라 새로운 관점과 형식의 모색이 자연스럽게 수반된다. 위에 열거한 일곱 편의 작품의 선정 기준도 변화된 세태에 부합하는 내용과 형식을 담고 있는가와, 또 무대화 작업 시 산출될 수 있는 연극성에 두었다.

예심위원 : 김석만(연출가,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김형기(평론가, 순천향대 교수)

               이만희(극작가)

 

<평론부문>

  예심을 위해 제공된 목록에는 놀랍게도 무려 300권에 육박하는 평론집이 들어 있었다. 이 가운데 국문학 연구서를 제외하고 현장비평서 50권 정도를 검토 대상으로 하였다.  

  한 달여 기간 동안 검토를 거친 뒤 다시 모여 세 사람의 예심위원이 추천한 25편의 평론집에 대한 논의를 거쳐 우리가 본심 추천작으로 결정한 것은 다음 일곱 편이다.

    구모룡, 『제유의 시학』

    김윤식, 『초록빛 거짓말 우리 소설의 정체』

    김인환, 『기억의 계단』

    김주연, 『디지털 욕망과 문학의 현혹』

    김치수, 『삶의 허상과 소설의 진실』

    최동호, 『디지털 문화와 생태시학』

    최원식, 『문학의 귀환』 

  본심 추천작들은 하나같이 독자적인 시각, 넓은 시야, 깊은 투시력, 날카로운 분석력, 체계성, 개성적인 문체를 지니고 있어 저마다 한 세계를 구축하고 있는 수작들이다. 월평에서 문학사의 체계를 겨누는 비평까지, 구체적인 작품 비평에서 이론 비평까지, 성찰적 비평에서 논쟁적 비평까지 폭넓어 우리 비평계의 지형도를 한눈에 볼 수 있게 한다.

  예심위원들은 이런 여러 경향의 비평이 저마다 우리 문학의 발전에 기여하는 의미를 지녔다고 판단하여 이 모두를 두루 아우르고자 노력하였다.

 예심위원 : 윤지관(평론가, 덕성여대 교수)

                장경렬(평론가, 서울대 교수)

                정호웅(평론가, 홍익대 교수)

 

<번역부문> 

  2001년도 대산 문학상 번역 부문 예심의 주요 심사기준은 정확성과 문학성을 포함한 번역의 질적 수준, 해당언어권에서의 기대효과, 작가의 대표성 등이었다. 독어, 불어, 스페인어, 그리고 영어권에서 총 57편이 예심에 올랐고 어권별로 3∼4편씩 총 13건이 추천되었다. 본심에 오른 작품들에 대한 공통적인 평은 위의 기준에 비춰보았을 때 이 작품들은 각 언어권에서 한국의 대표적인 문학을 알리는 데 큰 기여를 할 수 있다 라는 것이다.

  영어권에서는 9편이 심사대상이었으며 장르별로는 시 2편, 희곡 1편, 소설 6편이 포함되었다. 작품의 내용을 모르는 영어권 독자가 읽었을 때의 상황을 가정하여 작품들은 우선 영어로 읽혀졌다. 이 과정에서 번역된 작품이 하나의 문학작품으로서의 자질을 나타내는 것들이 골라졌고 그 작품들은 원본과 비교 분석되어졌으며 이를 걸쳐 『My Very Last Possession』(전경자 譯), 『A Sketch of the Fading Sun』(이현재 譯), 『The Prophet and Other Stories』(Julie Pickering 譯)가 선정되었다. 박완서의 「나의 가장 나종 지닌 것」, 「그 가을의 사흘 동안」, 「어떤 야만」등을 번역한 『My Very Last Possession』은 전체적으로 원작의 특유한 정서를 잘 포착해서 드러냈으며, 5명의 번역팀이 완성한 것이어서 가끔 작가의 톤을 드러내는데 고르지 못하다거나 일관성이 없다는 문제 외에는 크게 흠 잡을 것이 없고 특히 영어권 독자들에게 특이하면서도 재미있게 읽힐 수 있다는 점을 높이샀다. 역시 박완서의 작품들을 다룬 『A Sketch of the Fading Sun 저문 날의 삽화』는 제목에서도 나타나는 일종의 번역의 정확성문제가 좀 있기는 하나 「엄마의 말뚝」 등에서 보여진 번역작품으로서의 문학성이 높이 평가되었다. 원작자의 voice가 잘 드러난 번역이다. 이청준의 작품 5개를 번역한 『The Prophet and Other Stories』는 작가의 지적 통찰력과 story-teller로써의 문학성을 잘 소화해낸 번역 품이다. 가끔 톤이나 배경 묘사에 있어서 너무 이질적인 면이 있으나 전체적인 흐름에서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

  프랑스어 권에서는 22편의 번역작품이 심사대상이었다. 시, 소설, 희곡 등 다양한 문학 장르의 작품들이 망라되어있었다. 번역된 작품의 수준과 수월성, 프랑스어 가독성, 한국 문학의 대표성 등이 주요 심사 기준이었으며 대상작품의 기준의 명성이자 평론가들의 작품분석은 기준에서 배제하였다. 심사결과 『Cent Poèmes 김수영 시선집』, 『THÉÂTRE 최인훈 희곡집』, 『Talgung 달궁』, 『Retour au Ciel 귀천』을 본선에 올리기로 결정하였다. 서정인 원작의 『Talgung』은 작품의 독창성을 명료한 프랑스어로 잘 풀어낸 드문 예이다. 번역자들의 노력이 작품 전반에 배어 있음을 감지할 수 있는 작품이었다. 『THÉÂTRE』는 번역의 수준과 소재의 독창성, 그리고 작가의 한국문학 대표성이 돋보여 선정하였다. 『Cent Poèmes』는 한국어의 시적 감수성을 섬세한 프랑스어로 들어낸 부분이 돋보였고, 한국 시문학의 대표성도 고려되었다. 천상병 원작의 『Retour au Ciel』은 원작과 번역작품에 깔려있는 동양적인 분위기와 세계관이 명징한 프랑스어로 표현되어 프랑스 독자들의 시적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한 작품이었다. 그밖에 작품성과 대표성은 물론 수준급 번역에 도달한 조정권 원작 『Une Tombe au Sommet』, 황동규 시선집 『Racine d'Amour』, 이청준 원작 『L'Harmonium』은 마지막 순간까지 예심선정을 고민하였던 작품들이다.

  독일어권의 심사대상작품은 모두 18작품이었다. 이 중에서 먼저 다섯 작품을 선정하고 이어서 그 중에서 다시 세 작품을 최종적으로 골랐다. 가독성의 문제와 관련하여서는 독일 독자의 입장에서 해당 작품을 얼마나 흥미를 가지고 읽을 수 있느냐 하는 쪽에 초점을 맞추었다. 또한 번역작품은 원전을 떠나서 홀로 설 수 있어야 한다는 측면에서 번역의 완결성을 심사에서 고려하였다. 즉 번역자가 해당 작품에 드러난 작가의 기본적인 세계관을 파악하고 있느냐가 고려의 대상이 되었다. 번역의 정확성은 가독성과 관련하여 평가하였다. 정확성의 문제는 본디 의사소통을 기본으로 한 문체의 심미적 구조까지 고려해야 하나, 현실적으로 너무나 동떨어진 두 언어 사이의 심미적 구조의 재생은 여러가지로 어려운 점이 많다고 생각하여, 원문의 내용을 정확하게 독일어로 옮기는 가운데 쉽고도 속도감 있게 읽힐 수 있는 쪽에 더 많은 비중을 두었다. 대표성의 문제는 박경리 원작의 『Land 토지』가 단연 돋보인다. 특히 가족사를 통한 한국 근대사의 서술은 우리가 외국에 꼭 소개해야 할 대목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김춘수와 이청준 역시 글 쓰기의 모던한 방법에 있어서 박경리와 다른 면으로 우리나라 현 문단을 대표하는 작가들이다. 『Land』는 총 16권으로 된 작품 중 1권 전체와 2권의 절반을 번역한 것으로 일단 그 방대한 양을 독일어로 옮긴 역자의 노고를 높이 살만 하였다. 원본에 나타나는 많은 사투리와 구어체를 읽기 쉬운 독일어로 옮긴 것 역시 작품의 메시지 전달이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하였다. 김춘수 시선집 『Blätter des Indong 인동초』는 역자의 오랜 경험에서 김춘수의 시를 정확하게 독일어로 옮겼다고 생각한다. 이청준 소설집 『Das Geheime Feuerfest 비화밀교』의 경우는 쉽게 읽힐 수 있는 가독성의 측면에서 높은 점수를 주었다.

  스페인어권 심사대상 작품은 여덟 권이었으나, 본 심사위원 작품 두편을 제외하면 실질적으로 여섯 편이 심사대상이 되었다. 그중 다음 세 작품을 본심에 올리기로 하였다. 우선 고은 시선집 『Fuente en Ilamas 불타는 샘』은 시인의 풍부하고 다양한 작품세계를 잘 보여주고 있어 기획과 작품 선정에 있어서 큰 의미를 지니는 번역작품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스페인어의 구사도 무난하다. 하지만 원작품의 내용과 표현을 가능한 한 충실하게 전달하려는 노력에 앞서 성급하게 의역한 느낌을 준다. 서정주 시선집 『Poemas de un Nino Vagabundo de Ochenta Anos y Otros Poemas Escogidos 늙은 떠돌이의 시』의 경우, 서정주 시에 특징적으로 나타나는 우리말의 토속적인 맛을 서구언어로 제대로 옮기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을 인정한다면 그런 대로 한국의 정서와 사고를 잘 전달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겠다. 원문의 내용도 충실하게 번역되었고 스페인어의 표현도 자연스러워 좋은 번역이라고 생각된다. 더욱이 우리 현대시를 대표하는 작가이고, 스페인에서 시집 전문 출판사로 잘 알려진 verbum에서 출판되었다는 것도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마지막으로 이상 단편선 『Flores de Fuego 날개』는 원작 문체의 간결성과 압축 미를 전달하는데 어느정도 성공적이고 본문의 의미를 충실하게 전달하려는 노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하지만 원작의 문체를 충실하게 옮기려고 너무 의식한 나머지 원문을 모르는 독자들이 명쾌하게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들이 있을 것 같은 아쉬움이 남는다.

예심위원 : 김동윤(불어권, 건국대 교수)

               김재혁(독어권, 고려대 교수)

               김창민(스페인어권, 서울대 교수)

               홍경주(영어권, 숙명여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