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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시간
작성자 이승민
날짜 25.03.18 조회 1217

우리들의 시간
글 _ 이승민 / 동화작가, 단국대학교 문예창작과 3학년, 제23회 대산대학문학상 동화 부문 수상자, 2004년생
동화 「파도는 우리 편이야」 등
 
베를린!
감히 상상이나 해봤을까요? 어느 날 훌쩍 베를린으로 떠나 처음 알게 된 사람들과 웃고 떠드는 일을 말이에요. 계획 없는 삶은 늘 불안하던 제게 처음으로 일탈과 여유의 시간을 경험하게 해준 여행이었습니다. 22살의 겨울에 느낀 베를린은 단순한 여행의 가치를 넘어서 끊임없이 회자하고 싶은 인생의 새로운 에피소드인 것 같아요. 특히나 예술과 문학을 사랑한다는 공통점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해서 더욱 완성된 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여행 마지막 날 공항에서 채은 언니랑 나눈 대화가 지금도 생각이 나요. “너무 완벽해서 조금의 아쉬움도 없다.” 우린 이 말에 서로 공감하며 고개를 끄덕였어요. 좋은 것을 경험하면 아쉬움이 남기 마련인데, 정말 모든 시간에 충실하면 아쉬움이 남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처음 배웠습니다. 이렇게 또 성장하는 걸까요?
 
저는 문화와 동떨어진 섬에서 나고 자랐기에 늘 문화생활에 고파 있는 사람이었어요. 그래서 베를린에서 방문한 박물관, 전시회, 미술관들은 정말 좋은 의미로 충격이었어요. <투란도트> 오페라도 관람했는데, 살면서 언제 베를린에서 양복과 드레스를 입은 사람들과 함께 이런 시간을 보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들떴답니다.
판매하는 모든 걸 다 사고 싶었던 두스만서점, 노벨상 수상자만 55명을 배출했다는 훔볼트대학교, 직접 음악을 작곡할 수 있었던 바흐박물관, 빈티지 상점이 가득했던 마우어파크 플리마켓, 인테리어를 모방하고 싶었던 브레히트박물관까지. 문학과 예술의 새로운 경험들이 제 삶을 침투하며 다시금 예술을 사랑한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눈과 마음이 전부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베를린 국립 신미술관에서 낸 골딘(Nan Goldin)의 이라는 전시도 관람했어요. 그리고 반드시 이 전시를 보기 위해 다시 베를린에 갈 것이라 다짐했습니다. (물론 한국에서 똑같은 전시를 열어주면 가장 좋겠지만요…) 말로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좋았습니다. 다들 관람하고 나서 표정이 똑같더라고요. 뭔가 머리를 얻어맞은 것 같은 멍한 표정이 인상적이었어요. 조금 더 여유롭게, 완벽하게 내용을 이해하며 다시금 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대망의 유디트 샬란스키 작가님을 만났습니다!
작가님은 사진 보다 훨씬 웃음이 많으셨고 다정하셨어요. 미소가 정말 아름다우셨습니다^_^ 그리고 한마디, 한마디가 명언처럼 제 가슴에 꽂혔답니다. 반했어요… 인터뷰 답을 기록해야 하는데 계속 작가님 얼굴을 쳐다보게 되더라고요. 정말 행복했습니다. 
그리고 작가님을 위해 한국에서 선물도 준비했어요. 사실 정말 좋은 것을 드리고 싶은 마음에 고민을 거듭하다 아주 귀여운 커플 곰 인형 두 마리를 구매했는데요. 캐리어에 챙기면서도 싫어하실까 걱정했는데, 엄청난 반응과 함께 환호해주셔서 뿌듯했습니다. 이후에 선물을 향한 다정한 메일도 보내주셨구요. 책에 사인도 받았는데 도장 여러 개를 가방에서 꺼내시더니 원하는 모양으로 책에 찍어주셨어요. (저는 해골 모양 도장을 골랐는데 해골 머리에 하트 모자를 그려주셨다는…) 너무 멋있어서 반드시 독자의 책에 도장을 찍어주는 멋진 사람이 되어야겠다! 라고 다짐했습니다. 
 
살이 너무 쪄서 걱정될 정도로 맛있는 음식을 많이 먹었습니다. 혜리 선생님의 맛집 레이더가 정말 정확했거든요. 한국에 와서 반드시 생각날 것이라던 프렌치토스트… 지금 당장 베를린에 가서 그것만 먹고 돌아오고 싶네요. 음식은 여행에서 꽤 중요한 요소인데 정말 완벽했어요. 늘 배부르게 먹고 거리를 걷는 시간이 너무 좋았답니다. 그리고 채은 언니가 모르고 샀던 쌀이 들어있는 초코푸딩… 음식 얘기하다 웃겨서 기행문 쓰는 내내 혼자 피식거리고 있네요. 
 
함께 여행을 떠난 사람들 덕분에 베를린에서의 기억이 더 소중한지도 모르겠어요. 떠나는 날 공항에서 깜짝 손 편지를 나눠준 가인 언니, 여행 내내 웃고 웃었던 예은이, 비행기 옆자리에서 떠들던 선재님, 정말 비슷한 점이 많았던 룸메이트 채은 언니까지! 이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는 모든 시간에 감사했습니다. 그리고 음악 취향이 겹치는 부분이 많았던 다희 선생님, 늘 편하게 대해주시던 혜리 선생님. 전부 잊지 못할 거예요. 제 인생에 소중한 인연들과 친해질 수 있는 귀중한 경험이었습니다.
 
기행문의 마지막은 어떻게 끝내야 할지 한참을 고민했어요. 처음에는 이 소중한 시간을 기억 너머로 보내는 게 싫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일부로 한국에 도착해서도 기행문을 쓰지 않았답니다. 그래도 마지막 문단을 쓰면서 꿈만 같았던 겨울이 마무리되는 것 같아 조금 뭉클하기도 합니다. 절대 아쉬움은 없어요. 더할 나위 없이 완벽했던 이 기행의 끝에 새로운 시작이 있을 것이라 확신하니까요.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으로 있다가 다시금 베를린의 겨울이 그리워질 때, 우리 또다시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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